<서둘러, 천천히>감상후기- '크리스티아니아'처럼?

게으르니
2015-10-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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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목요일 밤 파지사유에서 2015문탁 인문학축제 '전주제'(1주일전제)가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서둘러, 천천히> 상영회!

축준위가 띄우는 영화평의 진위 확인도 하고 싶고 ㅋ

어쨌든 축제 원고 초고도 넘기기도 했고

오랜만에 문화생활도 할 겸^^

시간 맞추어 파지사유 극장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할까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1. 아나킨 프로젝트

영화의 시작은 조금은 험상궂은 두 남자와 꾀죄죄한 중년남이 달밤에 체조같은 분위기로

옥상에서 밴드 공연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첫 노래는 '보스의 여자친구' 좀 쎄한 노래인데 저는 이 노래가 제일 좋았습니다.

심상찮은 밴드 분위기의 사연을 풀어헤치면서

이들의 노래가 외치는 의미들이 조금씩 퍼져나갔습니다.

 

바리스타 홍샤인, 목수 마승길(?), 건축가(이름?) 세 사람이 결성은 밴드.

각자의 사연도 드라마틱한 면이 있어서

그들의 삶과 노래가 중첩되는 독특한 감상의 시간이었습니다.

홍샤인의 아버지, 마승길의 스물 여섯, 건축가의 집 이야기.

영화를 봐야 이들의 삶과 노래가 어떻게 어루러지는지 알 수 있는 스포일러성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 하겠습니다^^

 

다만 이 밴드들이 고민하는 지점의 우리의 공부와 맞닿아 있다는 면에서

"쟤들은 책보고 배우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런 걸 다 알까?"
"우린 가진 게 너무 많아서 그래!"
영화 후 감상 시간에 회자된 이 대화를 전합니다.

 

저는 이 밴드가 영화를 찍고 난 후 변화된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님의 전언에 의하면 홍샤인은 운영하는 까페를 접고 요즘 뜬다는 쉐프가 되기 위해 요리를 배우고

목수와 건축가도 직업전선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들의 음악을 실제로 접할 기회가 없을 듯 하답니다.

저는 이들이 일상을 '묵어가는' (정착이 아니라) 삶의 변주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IMG_0938.JPG

 

2. 크리스티아니아

아나킨프로젝트 밴드가 방문했던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도시 공동체의 이름입니다.

1974년 버려진 무기고 건물을 히피들이 나서서 점령한 후

생활을 꾸리고 집을 짓고 정부에 대항하면서 이루어낸 40년의 역사를 가진 공동체랍니다.

감독님의 부연 설명에 의하면 예술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여

이 안에 거주하는 이들도 코펜하겐 시내에 직장을 둔 구성원이 꽤 많다고 합니다.

생산보다는 예술 활동이 주가 된 형태라는데요

실제로 그 지역이 오염이 심하여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자전거 생산 업체(규모에 비해 시장은 넓어서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답니다)

예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 겸 까페 등이 주 생산 활동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서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 공동체에는 세 가지 금지 사항이 있는데

촬영 금지, 달리기 금지, 세번째 금지 사항? 뭐더라?....

이 중 달리기 금지의 까닭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이 또한 스포일러의 여지가 있어 여기까지!

이들이 금지한 조건이 곧 이들이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공동체에서 결정사항이 생기면 회의를 여는데 꼭 만장일치로 통과된다고 합니다.

비법이 뭔지 아세요? 회의 회의 또 회의 랍니다.

처음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 결정을 미루고 다음 회의에 그 안건으로 또 회의를 한답니다.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다함께 동의하는 순간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러한 의지에 함의된 뜻이 '서둘러, 천천히' 라고 합니다.

크리스티아니아 공동체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공간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천천히 시간을 쓰는 용법이 이룩해 낸 광경이었습니다.

 

감상평 나누는 시간

"우리 파지사유도 뭔가 다른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아?"

"탁자를 하나씩 맡아서 뭔가 그리고 붙이고 해볼까?"
"우린 너무 깔끔해, 뭔가 덕지 덕지 붙이기도 하고 개성이 필요하지 않아?"

"이래서야 이 공간에서 영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도 저 공동체의 카페처럼 늦은 시간에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사회생활"을 하는

공간으로 전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그건 누가 관리해? 청소는 또 어떻게 하고?"
"청소 안하면 안 돼?"

"안돼!"

여기까지.....

IMG_0941.JPG

 

3. 감독과의 대화

이 영화를 찍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영화에 나온 장면들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들으며

저는 감독의 기운이 전해졌습니다.

이 공동체를 알게 된 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고 합니다.

그 후 '덴마크' 우우까지 사먹어가며 마음을 다지는 와중에

공동체가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졸이기도 했답니다.

계속 소식을 모으고 기회를 보던 중 우연히 공모 정보를 듣고

기획안을 쓰고 통과가 되어 기금을 지원받아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나킨프로젝트 밴드로 직접 섭외하여 영화에 출연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관심을 궁구하고 삶의 배치를 일을 이루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구성했을 에너지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 삶을 구성하는 힘이기도 했습니다.

그 힘은 영화에서 '호수의 이중주'(?)나 장례식 장면으로 드러나 보였습니다.

공동체의 길을 포착하는 앵글, 집을 담아내는 각도...

감독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삶을 카메라로 말하겠다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컷들이었습니다.

 

감상평에

"마션 보러 가고 싶어. 판교에 아이맥스 생겼다는데?"
"그럼 뭐가 달라요?"
"3D도 아이맥스는 달를 걸"

"영화의 공간을 현실에서도 똑같이 느끼려는 욕망을 기술이 실현하는 게지."

"아, 증말... 요즘 말초신경까지 자극하려는 미디어의 폭력, 너무 심하지 않아?"
"상상을 할 수가 없잖아!"

"이런 영화가 얼마나 소중해? 근데 이걸 오늘 20명 정도밖에 못 보다니 안타까울 따름!"

IMG_0933.JPG

 

오랜 만에 '상상할 수' 있는 영화를 본 흐뭇한 저녁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영화를 고른 축준위의 '신의 한 수'였다 감히 극찬합니다^^

이번 축준위는 '은밀하게 사부작 사부작' 일을 만들고 있는데

또 어디에 우리의 '상상력을 터뜨릴' 보물을 숨겨두었을까요^^?

상상력이 봇물 터지듯 하는 좋은 삶!

2015 문탁 인문학 축제에 대한 기대가 한 뼘 더 올라갔습니다~~~~~~~~~~~~~~~`

댓글 6
  • 2015-10-23 14:19

    감독의 말;

    왜 그래야 해?

    상상력을 있어야 한다.

    '왜 꼭 그래야 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기하고 좋은 밤이었습니다.^^

    영화 너무 좋고, 음악도 좋고...

  • 2015-10-23 18:08

    크리스티아니아를 보며 생각했어요.

    아! 지난 4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애정과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어 일구어진 모습이구나. 

    살아갈 날이 많다. 천천히 천천히 하자..

    그러나 서둘러야지.. ㅎㅎㅎ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러 달팽이들을 보니 내가 아는 달팽이와 또 다른 달팽이들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 2015-10-24 09:48

      영화 속에 달팽이들이 여럿 등장하니 제 친구들 같아 흐뭇하더군요.

      서둘러 천천히 역설적인 제목 요요님 말씀 들으니 짐작되는군요.

  • 2015-10-24 20:21

    게으르니 쌤 기억력이 더 놀랍습니다^^ 감사해요~*

  • 2015-10-24 20:22

    참, 그날 상영회 분위기에 한 몫한 간식은 두 분의 선물이었어요. 

    그날 잊고 말씀을 못드렸죠^^

    맥주는 문탁샘이, 귤은 콩세알샘이 쏘셧어요.  감사합니다^^


    지금도 아나킨 밴드의 노래가 머릿속에 맴도네요~~스포일러라 생략 ㅋㅋ

  • 2015-10-25 20:49

    황신혜밴드에 소속했던 조윤석씨가 나머지 한 사람이죠.

    어떨결에 사회를 맡아 긴장했었는데

    버스에서 내린 현영애감독을 마중하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할 일이 없겠구나'하고 직감했습니다.

    말도 잘 하고 생각도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금새 친숙해지는 인물이었어요.

    성대근처 인문학 모임의 사람들과 조만간 문탁을 찾아올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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