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철학학교] <차이와 반복> 읽기 시즌 3 세번째 후기

호수
2022-09-06 21:24
406

후기가 늦었습니다. 내일은 꼭 써야지 하지만 내일이 절대 오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오늘 쓰기로 했어요. 하는 일의 마감을 앞두고 매일 마쳐야 하는 분량은 빡빡한데 우리 공부에서 읽을 양은 늘어나니 앞으로가 걱정이지만 50페이지 발제도 거뜬하다는 선생님들이 계시니 든든히 여기고 부족하더라도 따라가보겠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에 맡은 부분을 요약하면서 어리석음과 사유를 현실화의 전과 후로 짐작했었어요. 마치 이 둘이 릴레이 경주에 나선 두 선수인 양 봤던 것 같습니다. 어리석음은 사유의 문턱에 있고 사유는 손을 내밀고 바통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이렇게까지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린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식의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이 사유는 의미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요. 하지만 세미나에서 얘기를 들으며 아, 들뢰즈가 그리는 세계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유한다는 것은 그렇게 ‘명료’한 상태로 가는 것일 리가 없겠다고요. 어리석음과 사유는 그런 별개의 상태가 아니겠구나. 다시 책을 들춰보니 “비겁함, 잔혹함, 비천함, 어리석음 등은 ..... 본연의 사유 자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구조들이다”(337)라고 말하고 있네요. 이어 요요샘 말씀대로 “어리석음을 어떤 초월론적 문제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요. 이 맥락에서는 “어리석음의 메커니즘이 사유의 목적”(346)이라는 말도 얼추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들뢰즈가 말하는 (사유의 독단적 이미지가 아닌) 사유하기, 이미지 없는 사유가 무엇인가를 떠나 사유를 ‘인식능력’으로 말하고 있는가가 제 요약문 때문에 문제가 되었어요. 저는 지지난 시간 3절의 내용에서 감성-상상력-기억-사유로 이행하는 것을 “각각의 탈구된 인식능력이 다른 인식능력으로 폭력을 전달하고, 이 폭력을 통해 이 인식능력이 자신의 고유한 한계에 이르게”(325) 되는 것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이 넷을 같은 심급으로 놓아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사유 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은 인식능력을 사용한다는 것과 어떤 관계인 것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세미나 시간에 떠올린 것은(다른 선생님들의 말씀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제 생각에 빠져서 무슨 말씀을 들은 건지 제가 들은 게 이 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요;;;) 사유 행위라는 것은 말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일 터다, 그건 일종의 “초월론적 경험”이다, 라는 것인데 여기서 저는 ‘초월론적 경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빠져버렸어요. 이 너무 큰 질문은 천천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간에 정군샘께서 이념-의미-문제 제기의 구도가 시간의 종합에서 순수과거-현재-미래의 구도와 유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네요(순서 맞나요? ㅋ 제 이해로는 이 순서인데 혹시 틀리면 말씀해주세요;;;). 다른 내용들은 다른 선생님들께서 보충 부탁 드립니다.

 

말귀를 알아먹기 쉽지가 않고 맥락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요. 한 문장 한 문장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가 잡고 가보려고 하지만 그 의도라는 게 심지어 문장 단위로 명료히 끊기는 것도 아니라서 더 어렵습니다. 특히 사유가 인식능력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단락인 340쪽을 보면 이 책을 읽으며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중반부터 허술해진 읽기가 갈수록 누적되어 더 그런 것 같은데 다른 분들에게 더 많이 물어가며 쫓아가 보겠습니다.

 

모두들 들뢰즈와 함께 애매한 명절 잘 보내시길요!

댓글 4
  • 2022-09-07 14:48

    순서 틀려요. 의미-문제-이념요^^

    왜 그런지는 그렇게 대응된다고 말씀하신 정군님께 패스~~~

    정군님 존재론과 인식론 소제목 설명도 부탁해요~

     

    • 2022-09-07 19:22

      녜녜 맞습니다. 의미-문제-이념이, 2장에서 보았던 첫번째 종합(현재)-두번째 종합(순수과거)-세번째종합(시간의텅빈형식)에 각각 상응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죠. 이걸 다른 말로 하자면, 의미는 이미 '도래한 것'(개봉된 이념345쪽), 문제는 도래 중인 것(활동을 함축하는 객체354쪽), 이념은 도래할 것(구체적이며 독특한 것362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세가지 종합들 각각이 어떤 '단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종합'을 어떤 심도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니는 것이라는 점에서, 3장의 의미-문제-이념도 각각이 어떤 한가지(초월적 심급?)를 어떤 심도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사유의 여러 면모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세번째 종합 안에서 앞의 두 종합이 모두 포괄되는 것처럼 '이념' 안에서 의미와 문제가 모두 포괄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존재론과 인식론' 소제목은... 어떤 것인지 제가 감이 안 옵니다만(ㅠㅜ), 3장에서 들뢰즈가 '분석론'과 '변증론'을 대립시키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 예를 보아도 그렇고, 들뢰즈의 기본 입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겁니다. '지금까지 철학은 사유를 인식론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사유 안에서 무언가가 붕괴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유는 존재론의 대상이다'. (답이 되었을까요? 뭔가 전혀 엉뚱한 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 2022-09-08 09:14

        음.. 그러니까 문제가 순수과거에 상응한다고 보시는 거죠? 의미가 현재, 이념이 말하자면 미래. 시간의 종합과 구도가 비슷하다는 정군샘의 말이 기억에 남았는데 순서는 기억이 안 나서 ㅎㅎ 후기 쓰면서 과거를 뭘로 보셨을까..  생각했어요. 과거가 이미 도래한 것으로서 기억으로 보면 그러한데 저는 순수과거 이미지가 무규정적 바탕으로 강하게 남아 있어서 이념을 떠올린 것 같아요. 제게 이념은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영역으로 떠올려져서.. 현재는 묶기와 하비투스라서 발생에 가깝게 보았고, 미래 또는 세번째 종합은 균열과 근거와해로.  돌아보면 이념이 꾸준히 등장은 했는데 자세히 얘기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다음 시간 다룰 부분에서 이념이 많이 나오네요. 기대를....해보겠습니다.  일단 밭도 갈고 소 여물도 줘야 하겠지만... 재량휴업 맞은 송아지 한 마리 건넛방에서 아직 자고 있어요 ㅎㅎ

  • 2022-09-13 22:10

    저는 위풍당당한 인식능력, 폭력적 화해, 필연적인 경험의 형식 이런 말들이 뭘 가리키는지 헷갈리고 어려웠답니다.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4절의 마지막 대목은 감각되어야 할 것, 사유되어야 할 것과 같은 초월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네요. 

    어리석음, 즉 인식의 무능력이 여타 인식능력들을 초월적 실행으로 유도해가고, 개체, 바탕, 사유 사이에 폭력적 화해가 가능해질 때 가련한 인식능력이 위풍당당한 인식능력이 되는군요. 어쩌면 그건 광기이기도 하겠지요!!

    비슷하게 의미에 대해서도 말해져야 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 또한 경험적 사용 안에서는 말해질 수 없지만 초월적 사용 안에서만 말해질 수 있는 것이군요.

    경험적인 것을 넘어 초월적인 것으로!! 바로 그것이 사유의 이미지를 넘어 사유로 가는 길인가 봅니다.^^

    호수샘 말처럼 3장에서도 계속해서 이념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꼼꼼히 살피지를 못했어요.

    이념은 바로 무-의미라고도 하네요. 그렇지만 아마도 모든 의미를 생산하는 무-의미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그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나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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