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반복 -시즌3, 첫번째 후기

여울아
2022-08-21 12:00
378

2장 대자적 반복 5절 유사성과 차이, 6절 플라톤주의의 참된 동기는 허상의 문제에 있다

 

5절과 6절은 한참이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그 이야기 전체(2장)는 반복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들뢰즈는 우리에게, "반복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건 차이가 만들어내는 환상" 같은 거야.

그게 시뮬라크르이고 영원회귀이고, 효과로서만 존재하는 유사성과 동일성이야...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니 왜 우린 그런데 동일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왜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그런 질문들에 들뢰즈는 답하기 위해 체계란 무엇인가? 를 설명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체계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순간 그(사건이) 가야할 길(귀결, 268p)이 따라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체계는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이 생겨나기 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조(어두운) 같은 거지.  

가야할 길이 미리 정해진 그 체계란 것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하나의 사건(계열)에도, 그 사건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되는 데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이 연결(소통)되어 있지. 

하나의 사건을 뚝 떼어서(쉽게 뚝 떼어질 순 없어) 생각해보자. 하나의 사건이 만들어지려면 짝짓기, 공명, 강요된 운동 같은 구성 요소들이 필요해. 사건 안에는 이런 요소들을 실행하는 애벌레 주체들이 펼침과 주름 운동을 반복하면서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거야. 이 역동성이 하나의 사건을 다른 사건들과 연결시키고... 마치 팔, 다리, 어깨, 몸통이 하나씩 합체되는 사람.. 아니 로봇이라고 하자. 근데 이 노무 로봇은 변신로봇이야. 마징가제트가 아냐. 팔다리어깨몸통이 하나로 합체될 때마다 다른 로봇으로 변신을 하는 거야. 어떤 사건들과 만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르데. 

 

이렇게 유사성과 동일성을 중심으로 두지 않고, 이를 효과(귀결)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차이가 작다고 얕보지 말기. 어 쌍둥이네! 어 마징가제트네! 우리는 보자마자 유사성이 크다면 작은 차이는 무시하잖아. 하지만 잘 봐. 다 달라. 

둘째 차이는 만물의 근원(기원 283p)이야.  이 차이가 만들어 내는 것은 영원회귀, 대자적 반복이야. 어떤 것은 결코 같은 것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차이나는 반복. 

 

이제부터는 여울아의 말임^^

그럼에도 이 차이나는 반복을 유사성과 동일성으로 착각하는 것은 자유... 착각은 자유니까(농담). 

(장자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의 부득이함을 부득이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힘들어 ㅠㅠ)

생각해봐. 돌아오는 것은 영원회귀야. 결코 같을 수 없는. 누군가는 유사성을 영원회귀와 구별해내지만, 대부분은 불가피하게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어. 왜냐? 효과로서만 귀결된다는 것은 동일성과 유사성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들뢰즈의 어법으로 보자면 부정하지 않아. 유사성이 없다고 말하지 않아. 다만 효과로 존재할 뿐이라고. 존재는 존재인데, 비-존재(275p). 그럼 결국은 없다는 얘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세미나시간에 세션은 체계는 있는 거야? 없다는 거야? 있는 거 아냐.. 라고 말하고, 그러니까 없는 거야.. 라고 요요는 말하고. 

정군은 옳고 그름의 윤리(기준)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다는 거야? 라고 말했는데, 요요처럼 없다는 말인 거 같구. 

근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꿈틀거리는 애벌레들이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한 누구도 체계 밖의 밖의 밖에서 별도의 개별자는 될 수 없을 것 같구. 

그렇다면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 진리, 동일성은 없지만, 카오스와 코스모스를 내재하고 있는 허상(체계)은 계속 될 것이고. 그 회귀 속에서 산다는 것은 매순간 변신하는 로봇일 뿐이지만, 어쨌든 윤리와 기준이 허상이라면 우리에겐 변신 로봇이 매순간 기준으로 나타날 것이기에... 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ㅠㅠ

 

이런 골치아픈 질문들에서 한 걸음 떼기 위해 다른 챕터에 관련 내용을 읽어봤습니다.  

 

65p 체계 안에서 섬광처럼 번득이면서 불균등한 것들 사이를 소통하는 것을 기호라고 부른다. 기호=허상=윤리(기준)

111p 니체가 영원회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선행하는 동일성이 폐기되고 와해되는 어떤 세계(힘의 의지)를 가정... 

회귀는 존재이다. 하지만 오직 생성의 존재일 뿐이다... 회귀, 그 것은 생성 자체의 동일하게 -되기이다... 차이에 의해 산출되는 이런 동일성은 '반복'으로 규정된다. 그래서 영원회귀의 반복은 또한 차이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같음을 사유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는 결코 더 이상 어떤 이론적 재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차이들을 산출 능력에 따라 실천적으로 선별하기 때문이다... 

 

되돌아오는 것은 오로지 극단적 형상들뿐이다. 크건 작건 상관없이 자신의 한계에서 자신을 펼쳐가는 형상, 자신의 역량의 끝까지 나아가는 가운데 자신을 스스로 변형하고 서로의 안으로 이행하는 극단적 형상들만이 되돌아온다.

 

1장의 3절 뒷부분 내용인데, 정말 줄기차게 차이나는 반복으로 들뢰즈가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이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같음을 사유한다는 것으로 넘어가는 걸 보니, 이제 3장 사유의 이미지를 읽어볼 때입니다^^

 

댓글 5
  • 2022-08-22 18:06

    이번 셈나에서  체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스티븐 굴드의 진화론이 생각났었는데요, 굴드는 채널(channel)이란 걸 이야기 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진화할지는 전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것이 카오스는 아닌 게 그 채널 내에서의 미규정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로요. 그니까 규정의 미규정성 같은... 체계, 강도 뭐 이런 것들도 그런 막연한 느낌은 있더라구요. 암튼 여울아샘, 발제에 후기에 정말 너무 애쓰신 듯. 제가 좀 4가지 없이 말하는 type이긴 하지만  언제나 넘넘 열심이시라서 사실은 늘 감탄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백 합니다!!

  • 2022-08-22 22:20

    저는 여울아샘께서 앞부분에 언급해주신 '체계' 부분이,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훗날 가타리와 함께 만들어 낸 '기계' 개념이 이렇게 태어난건가 싶기도 하고요. 더불어서 '체계' 개념을 놓고 이런 저런 예들을 떠올려 볼수록 정말 절묘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령 어떤 인간이 수정된 순간(사건) 그 인간이 앞으로 갖게 될 인간의 형상들이 좍좍 계열화된달지, 아니면 어떤 물건이 고장 났을 때, 그것을 수리하는 데 적합한 도구의 모양이 촤라락 생겨난달지 뭐 그런 걸 생각해 보았어요. 그와 더불어 예전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되돌아오는 극단적 형상'도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렇죠. 극단적 형상이 아니라면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차이나는 것만이 반복되는 것이니까요.

    어떤 개체든 그것이 여러 이질적인 계열들이 소통하며 만들어진 하나의 체계라면 그 안에서 되돌아오는 것들도 모두 극단적 형상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겠죠. 우리가 어떤 자기이해에 도달하는 게 어째서 그렇게나 어려운 것인지도 이해가 갑니다. 더 놀라운 건, 하나의 체계가 발생하면서 정해진 것들이 정해지는데 그와 동시에 그것이 발생시키는 것은 결국 '차이나는 것'이라는 이 논변의 절묘함이 세미나가 끝나고 난 후에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제가 맨 마지막에 던졌던 질문은 잘못 제기된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어떤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은 옳고/그름을 선별하려고 던지는 게 아니라, 차이나는 무언가가 되돌아 오려는 징후로 봐야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방학보다는 시즌이 즐겁군요 ㅎㅎㅎ

  • 2022-08-23 10:02

    2장을 읽는 동안 저를 괴롭힌 것은 첫번째가 수동적 종합이었고, 두번째가 생물심리학적 삶과 개체화였는데.. 

    방학 끝에 다시 돌아온 2장이 체계로 시작하는 바람에 저는 조금 어리벙벙했던 것 같아요.

    세미나를 마치고 생각하니, 그동안 개체화의 장이라고 표현한 것을 이 부분에서는 체계로 표현한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개체화의 장이라고 할 때는 개체화에 주목했는데, 체계라고 하니까 계열들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는 관점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요.

    2장에서 반복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끌어들인 것을 이제 일단락해야 하는  부분인 만큼

    체계와 관련하여 펼친 이야기는 그동안 2장에서 전개한 것들을 고도로 추상화하여 압축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시즌까지는 세미나를 마치고 나면 강독하며 부분 부분 쪼개 읽은 것을 합치면서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세미나 형식이 바뀌자 지난 시간 뭐 읽었는지 돌아보기 보다 다음 부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읽어야 할 분량이 늘어나서 그런 건지, 세미나-체계에 생겨난 어떤 어두운 전조 때문인지.. 이건 또 왜 이런 걸까요?ㅋ

     

  • 2022-08-24 12:30

    우리가 세미나 형식을 바꿨잖아요. 밀도를 좀 내려 놓고 진도를 좀 얻으려는 속셈인데, 한 텍스트를 세미나 형식을 바꿔가면서 읽는다. 이것도 흥미로운 실험 같아요. 몇 차례 진행을 해보면 각자의 느낌들이 올라오겠지요. 

  • 2022-08-26 10:53

    어려운 부분 발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쯤되니 들뢰즈가 '차이나는 반복'을 계속 개념과 용어를 바꿔가면서 말한다는 게 너무 뻔히 보이는데 그럼에도 계속  차이를 주면서 그 강도와 밀도를 유지해나가는게 신기하네요. 만물의 원리를 자기 책을 통해 보여주는 들뢰즈씨.ㅎㅎㅎㅎㅎ 

     유사성이나 대립이 아닌 방식으로 체계를 말하는 방식이... 이게 참 표현하려니 어려운데 직감적으로 좀 알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허상이고 뭔가가 없는 거 같지만, 그건 우리가 자꾸 동일성으로 체계를 파악하려고 해서가 아닐까. 매번 달라진다고 그게 없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아참, 그리고 어두운 전조라는 것도 차이나는 뭔가가 나타날 때면 언제나 조짐(!)이 보이는 것도 맞는 거 같아요. 왜 요리를 할 때도 그렇고 운전을 할 때도 그렇고 매번 하던 것이고 매번 가는 길인데, 그날 따라 세한 느낌이 들거나 뭔가 잘 될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그런 느낌적 느낌이 어두운 전조가 아닐지... ㅎㅎ 하여간 꼭 느껴지는 뭔가가 아니더라도 모든 일엔 그런 전조가 깔려 있기에 어느 것도 매번 같을 수가 없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690
[2022 철학학교] 시즌3 5장 3-4절 질문 모음 (10)
정군 | 2022.10.19 | 조회 315
정군 2022.10.19 315
689
[2022 철학학교] 시즌3 5장 3-4절 요약 모음 (15)
정군 | 2022.10.19 | 조회 412
정군 2022.10.19 412
688
[2022 철학학교] 시즌3 일곱 번째 후기(4장 끝 5장 시작!) (5)
정군 | 2022.10.14 | 조회 362
정군 2022.10.14 362
687
[2022 철학학교] 시즌3 4장 8절~5장2절 질문 모음 (9)
정군 | 2022.10.12 | 조회 382
정군 2022.10.12 382
686
[2022 철학학교] 시즌3 4장 8절~5장2절 요약 모음 (9)
정군 | 2022.10.12 | 조회 377
정군 2022.10.12 377
685
[2022 철학학교] 시즌3 여섯 번째 후기(4장 6/7절) (3)
가마솥 | 2022.10.09 | 조회 345
가마솥 2022.10.09 345
684
[2022 철학학교] 시즌3 4장 6절~7절 요약과 질문 (9)
인디언 | 2022.10.05 | 조회 327
인디언 2022.10.05 327
683
[2022 철학학교] 시즌3 다섯번째 후기 (5)
진달래 | 2022.10.05 | 조회 317
진달래 2022.10.05 317
682
[2022 철학학교] 시즌3 4장 4절~5절 요약과 질문 (12)
요요 | 2022.09.29 | 조회 328
요요 2022.09.29 328
681
[2022철학학교]시즌3 네번째 후기 (7)
요요 | 2022.09.16 | 조회 510
요요 2022.09.16 510
680
[2022철학학교] 시즌3 3장 6절 - 4장 1-3절 요약과 질문 (9)
정군 | 2022.09.12 | 조회 313
정군 2022.09.12 313
679
[2022철학학교] <차이와 반복> 읽기 시즌 3 세번째 후기 (4)
호수 | 2022.09.06 | 조회 406
호수 2022.09.06 40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