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4분기 7회차-빈풍 후기

봄날
2019-12-02 01:45
316

드디어 빈풍을 마무리함으로써 시경의 '풍'을 다 읽었다.

이번 시간에 읽은 시는 치효-동산-파부-벌가-구역-낭발이다.(한자는 너무 어려워 패스~)

<치효>에는 올빼미를 비유해서 주공이 나라를 안정시키느라 뼈골 빠지게 고생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주나라가 선지 얼마 되지 않아 왕실이 아직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해서, 주공은 새의 주둥이가 닳고 꽁지깃이 다 빠지듯이 열심히 섭정의 역할을 하지만 그 공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스스로도 안정하지 못하다는 뜻의 노래를 주공이 직접 불렀다고 공자는 해석한다. 

<동산>은 이제 주의 성왕이 주공을 받아들인 뒤의 시이다. 동산 전편은 모두 주공이 동쪽으로 정벌하러 간 지 3년이 되어 돌아오는 병사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돌아오는 병사들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지고(외로이 홀로 수레밑에서 잠든다든지), 쥐며느리와 납거미 등을 등장시켜 정벌나간지 오랫동안 집안을 돌보지 않아 황폐해졌을 집을 그리면서 다시 돌아가 그 집을 고칠 것을 마다하지 않는 병사들의 마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처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을 쓴 오이와 밤나무 같은 소소한 사물들을 등장시켜 절절하게 그린다. 그리고 미뤘던 남녀들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파부>는 도끼자루 하나로 주공의 동쪽 정벌의 명분을 세우는 내용이다. 말인즉슨, 주공은 옛 은나라를 계도하여 반란을 일으킨 관숙과 채숙을 주살(법으로 처단한다는 뜻)했는데, 그것은 순임금이 그의 동생 상을 죽이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그 당위성을 설명한다. 암튼 파부에는 직접 주공이 등장하고 있다.

<벌가> 역시 도끼자루가 등장하는데, 달랑 두 장의 시로 되어있다. 동인은 은나라 유민들이라 할 수 있는데, 첫장에서는 주공을 만나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ㄴ워 하고 있고, 두번째 장에서는 주공을 만나 기뻐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별다른 감흥도 나지 않는 시...ㅠㅠ

<구역>은 '풍성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여간 이 시에서 주공은 그 옷입은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모처럼 동쪽으로 와서 동인들을 만났는데, 이제 조정으로 돌아가면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아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낭발>은 주공이 관채의 유언비어 때문에 곤경에 빠진 것을 여우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다. 늙은 이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면 늘어진 턱이 밟히고 뒤로 가려면 꼬리를 밟게 되므로 대략난감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데 주공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높은 덕으로 자신이 처한 곳을 편안히 여기고 천명을 즐거이 여기므로 큰 고난을 잘 이겨냈다는 내용이란다.

기-승-전-주공의 숭고한덕으로 수렴되는 것이 좀 마땅치않지만 빈풍의 시 역시 자연의 온갖 미물들과 사람들이 섞여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거침없다. 작은 날짐승들과 보잘것 없는 곤충들이 등장하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그리움, 기쁨, 아쉬움 같은 정서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옛사람들의 감수성에 놀란다. 

댓글 1
  • 2019-12-03 09:25

    빈풍을 읽으니 공자가 왜! 왜!왜! 제자들, 아들에게 시를 읽으라고 시를 읽었냐고 시를 같이 이야기 할 수 있겠다고
    했는지 이해가 가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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