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주의자(?) 자작나무의 사생활(2)

자작나무
2023-08-0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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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구에게는 하나도 안 비밀스러운 자작나무의 '반려식물'을 보여 주련다. 

사실 20 여 년이 넘는 서울살이에서 나는 아주 많은 식물들을 죽여왔다. 어느 때는 물을 많이 줘서ㅠ, 또 어느 때는 물을 안 줘서ㅠ. 그런데 대부분은 나의 애정이나 관심과 상관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일이 많았다. 왜? 그건 내가 살고 있는 곳, 처음 서울살이 했던 몇 년 간은 거의 반지하여서 햇빛이 잠시 들어왔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변명이지만, 나는 내가 죽인 식물들에게 그렇게 강변하고 싶다. 이때 하루 종일 컴컴한 방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행운목'이었다. 걔는 어느샌가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얘가 어떻게 됐더라? 죽었으니까 지금 없는 건데, 왜 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컴컴한 데서 혼자 있는 걔가 보기 싫었는지, 죽도록 방치했던 게 아닐까, 그런 어렴풋한 생각만 남아있다. 

 

어쨌든, 초기 행운목을 이어서 내가 집에 들인 것이 스킨답서스와 선인장이다. 십 년 넘게 같이 살고 있는 내 반려식물이다. 

얘네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이유는 나의 보살핌 때문이 아니다. 전작으로 걔네들의 강한 생명력 때문이다.

 

 

스킨답서스는 햇빛이 없어도 산다. 물만 자알 충분히 주면 죽지 않는다. 수경 재배로 번식시키기 좋다. 물론 잎이 크게 자란다거나 덩쿨을 내린다거나 하지 않지만 말이다. 사진 속 스킨답서스는 한 1년 남짓 이런 상황이다. 여름에는 햇빛 차단용으로, 겨울에는 냉기 차단용으로 항상 쳐두는 암막커튼 때문이다. 이전에 나는 얘를 우리집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방치(?)해도 죽지 않아서 였다. 어느 때는 꼴보기가 싫어서 집 구석에다 놔누었는데,,,,,지금은 덥고 추운 우리집에서 같이 살아낸다는 것이 기특하고 기특해서 번식을 많이 시키고 있다. 사진 외에도 몇 배나 되는 수의 스킨답서스가 집안 구석구석에 있다.

 

 

혹시 이 선인장(선인장이 맞나?) 이름 알고 계신 분 있나요? 친구네 본체에서 그냥 줄기를 잘라다가 집에 가져와 화분에 푹 박아두었던 얘다. 얼마간 신경을 끊고 있었더니,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얘였다. 두 팔 든 멕시코 선인장처럼 키우고 싶었지만, 얘는 웃자라서 가냘프게 키(58cm)만 쑥쑥 큰다. 살 찌우고 싶지만, 얘는 그럴 맘이 없나 보다. 얘를 보면 맘이 참 찹찹해진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래도  험한 이사 때에는 가냘픈 허리라도 끊길까봐 걱정했던 얘다. ...참 살아 있어줘서 고마운 존재들이다. 

 

 

 

댓글 9
  • 2023-08-09 08:50

    자작나무와 반려식물, 이건 의외의 조합이군요.
    음.. 자작나무님에 대해 모르는 게 많군요.ㅎ

  • 2023-08-09 09:15

    반려식물 이야기가 왜 이리 구슬픈가요....

  • 2023-08-09 09:43

    스킨딥서스가 저런 화분에서 저렇게도 자라는군요. ㅋㅋ

  • 2023-08-09 10:22

    어떤 때에는 물을 안주어서,
    어떤 때에는 물을 많이 주어서......ㅎㅎㅎ

    어머니가 아프신 뒤로,
    온실 화분의 분재들이 잎을 떨구고 있습니다. 흑흑

  • 2023-08-09 11:07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가 자작님의 선인장이 생각나서 구글렌즈로 확인하니 오채각이라고 합니다.(왜 제가 이걸 검색하고 있는 걸까요?ㅋ)

  • 2023-08-09 17:11

    오채각 갸냘픈 한 허리를 잘라주시면
    (복거래 합시다~~~ㅎㅎㅎ)
    굵고 튼실하게 잘 키워보겠습니다~~~

  • 2023-08-10 10:05

    자작나무님은 혼자 사는게 아니었군요^^

  • 2023-08-10 13:39

    오홋~ 식물과 자작샘, 뭔가 어울리는 느낌..?

  • 2023-08-16 14:48

    맞습니다.
    식물은 너무 들여다보면 부담스러워 딴 짓을 합니다.
    모른체 하고 있는게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작나무님은 잘 하시는 것 같아요.ㅎㅎ
    물을 너무 많이 줘도 너무 안줘도(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물 안줘서 죽이는 일은 없어요) 콱 죽어버립니다.
    그냥 사는대로 놔두는게 제일 좋습니다.
    왜 사람은 그게 안되는지 모르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