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니까 마늘까야지
진달래
2023-07-17 22:26
392
이번주는 방학이다.
고전학교도, 철학학교도, 한나라 세미나도, 춘추좌전 강독은 불교 세미나 에세이 발표에 참석하려고 쉬기로 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시간이 펑펑 남아야 하는데....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일주일 사이, 비가 퍼 붓더니 주말엔 다행히 비가 좀 그쳤다.
하지만 습도는 여전히 높아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일주일 전쯤에 받아논 마늘 한 망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맘 때가 되면 엄마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내시는 작은 아버지 댁에서 마늘 한 망을 사서 보내신다.
그러면 작은 엄마가 마늘을 보내는 상자에 이것저것 다른 것들도 넣어서 보내신다.
작년에는 고추도 있고 호박도 있었는데, 올해는 양파를 상자 가득 채워서 보내 주셨다.
- 마늘이 아니라 양파 사서 보내신 줄
마늘을 까지 않고도 잘 보관할 줄 알면 좋겠지만
보관할 곳이 만만치 않아서 마늘을 받으면 얼른 까서 다 다져 냉동실에 얼려야 한다.
작년에는 애들이 좀 옆에서 거들었는데 올해는 그냥 혼자 한 망을 다 깠다
날이 습해서인지 마늘을 쪼개니 바짝 마르질 않았다. 더 놔두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한참 까다보니 손가락도 아리고 어깨도 아파서 중간에 적당히 하고 그만두고 싶었지만 잘 참고 다 깠다.
그 사이에 중국 드라마를 한 편 다 본 듯하다.
- 놀러 나갔다온 딸이 드라마를 보려고 마늘을 깐 건지, 마늘을 까려고 드라마를 본 건지 물었다. - 글쎄...
다 까서 마늘 다지기로 다진 후 비닐 봉지에 잘 나누어서 판판하게 펴서 냉동실에 넣었다.
이렇게 해 두면 일 년 동안 마늘 살 일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한 두 해 하고 나니 연례 행사가 된 듯하다.
'농가월령가'가 생각난다.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이렇게 때가 되면 갈무리 해 두어야 하는 일들이 꽤 있었다.
지금은 때를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겨울에도 수영장에 가고, 여름에도 스케이트를 타고, 한 겨울에 딸기를 먹는다.
그리고 마늘은 필요할 때 마트에가서 사면 된다.
생활은 편리해졌는데 왜 뒤가 찜찜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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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햇마늘이 나오면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마늘을 몇 접씩 사다가 까셨어요. 시아버님도 열심히 같이 거드셨죠. 그러면 남편이 그 많은 마늘을 주말마다 가서 절구에 빻았어요. 냉동실에 얼려서 주신 마늘을 일년 내내 잘 얻어먹었는데 이젠 추억이 되었네요. 그 땐 왜 힘들게 그렇게 하시나 궁시렁대기도 했는데, 제가 요즘 마늘 까서 빻을 생각을 하네요. 근데 복병이 남편이네요. 마늘 안 까고 안 빻겠다고 ㅋㅋ
마늘은 다지는거, 아님 갈아버리는 거. 아님 토용샘네 처럼 빻는거?!
뭐가 됐든 냉동실에 항시 준비중이면 든든 하죠.
ㅎㅎ
그나저나 샘, 손가락 많이 아팠겠어요.
매년 마늘 한접씩 사서 보내주시던 시어머니 돌아가신 후로 마늘까기 안 한지 좀 되었네요.
간혹 풀O원에서 만든 간마늘을 사기도 합니다만.. 이젠 음식만들 때 마늘을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네요.ㅎ
고기요리를 하지 않으니 마늘 안 넣어도 별 문제 없더라고요.^^ (맛간장과 인디언님 양념장 하나면 만사 오케이!!)
저는 무조건 생마늘파 거든요. 쓸일있을때 즉시 빻아서 쓰는ᆢ
그런데 얼마전 빻아진 큐브 마늘을 아주 오랜만에 사봤는데 을메나 좋던지요.
진달래샘 냉동실에 판판하게 누워있을 그득한 간마늘 큐브들...... (부럽다)
제가 무식하여 '농가월령가'를 찾아봤는데요 ㅎㅎㅎ.
이거 보니까 '공부방월령가'를 지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예전에 마늘까기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손이 얼마나 아리던지... 그 다음부터 안 하는 쪽으로... ㅎㅎㅎ
헉...공부방월령가
그 내용이 뭘까 궁금하네요~ㅋㅋ
나도 안깐 마늘 한망 있는데 ㅠㅠ
저는 일단 그때 그때 파인데 ㅋㅋㅋ
너무 오래두면 말라버리니까 일정 시점에는 다까서 냉동해야만 하죠 ㅋ
한망 한자리에서 다 까기라니... 진달래샘 대단하십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