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두번째 시간 후기

곰곰
2024-01-22 23:43
196

예전에 어떤 사서의 글에서 <코스모스>책은 앞부분(약 100페이지 가량)만 너덜너덜해져서 다시 붙이는 작업을 하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많이들 시작은 하는데 1,2장을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고비를 거.뜬.히 넘겼고 지난 시간 4장과 5장을 공부했다. 

 

300년 전, 핼리 혜성

옛날 사람들은 혜성을 '꼬리 달린 별'이라 부르면서 두려워했다. 하늘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혜성은 영원불변하고 질서정연한 코스모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존재로 보였다. 그래서 혜성을 재앙의 전조이자, 신성한 존재의 진노를 예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아무도 이 별의 성질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턴이나 핼리 같은 과학자는 혜성이 다른 행성들처럼 단순히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임을 이해했다. 뉴턴은 "혜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라 하며 혜성 운동의 규칙성을 예측했다. 에드먼드 핼리는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서 76년마다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계산으로 밝혀냈고, 동시에 1758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혜성은 때맞춰 나타났고, 이 혜성은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핼리 혜성'이라 불리게 됐다. 실제로 대부분의 혜성들은 규칙적으로 지구를 찾아온다. 이른바 주기혜성이다. 이밖에도 그냥 한 번만 지나가는 혜성들도 있다. 

 

 

혜성

명왕성보다 더 먼 태양계 가장자리에는 행성이나 별이 되지 못한 채 둥실둥실 떠다니는 먼지 덩어리, 돌 조각들이 있다. 태양계를 빙 두루고 있는 이런 조각들을 '오르트 구름'이라 한다. 대부분의 혜성들은 명왕성 궤도가 그리는 경계선을 뚫고 그 안으로 넘어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끔씩 태양계의 외곽을 지나는 별의 중력이 혜성 구름에 요란을 일으키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혜성의 핵이 대단히 길쭉한 타원형의 궤도를 타고 태양을 향해 돌진하게 된다. 목성과 화성 궤도 중간쯤에 이르면 혜성의 핵은 태양의 열을 받아 증발하기 시작한다. 태양풍 때문에 수증기가 빠져 나오고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먼지가 느슨해지면서 혜성 핵 뒤편으로 밀려 나간다. 이렇게 해서 혜성의 꼬리가 만들어진다. 만일 목성의 지름을 1미터라 본다면 혜성은 티끌보다 작다. 그렇지만 충분히 성장한 혜성의 꼬리는 행성과 행성 사이를 이을 만큼 길다. 그래서 고대에는 "예루살렘 상공에 1년 동안 칼이 드리워져 있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던 것 같다. 

 

 

퉁구스카 사건

1908년, 중앙시베리아의 한 오지에서는 아주 기이한 자연 현상이 일어났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이 있었고 그 폭발이 지구 대기에 거대한 충격파를 발생 시켰으며 그 결과 광대한 산림 지대가 초토로 변했다. 그런데 충돌 때문에 생긴 구덩이 같은 것은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가능한 가설은 '혜성의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음'이라는 표현은 순수하게 물로 된 얼음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의 혼합물이 결빙된 것을 총체적으로 얼음이라 지칭한다. 이러한 얼음 물질에 미세한 암석 티끌들이 한데 엉겨 붙어서 혜성의 핵을 이룬다. 웬만한 크기의 혜성 조각이 지구 대기와 충돌한다면 혜성은 거대하고 눈부신 불덩이로 변하고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킬 것이다. 나무는 모조리 태워버릴 것이고 숲은 납작하게 쓰러뜨릴 것이다. 세계 구석구석에서 굉음을 들을 수 있지만 땅에는 충돌 구덩이 하나 파이지 않는다. 혜성을 이루던 얼음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다 녹아 증발하기 때문에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한다. 고작해야 혜성의 핵에서 나온 미세 고체 알갱이(예를 들면 작은 다이아몬드 조각들)가 폭발 현장에서 발견될 뿐이다.

 

천국과 지옥, 금성 이야기

금성은 해질 무렵 해 근처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해뜨기 전 새벽에 해 근처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지구보다 태양에 가깝기 때문에 늘 태양 근처에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성이 동그랗게 보이지 않고 반달이나 초승달처럼 보이는 것도 지구보다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금성은 유황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대기가 있어서 태양 빛을 노란색으로 반사시킨다. 그래서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 보인다. 그것이 매우 밝기도 하고 또 아름다워서, 옛날부터 사람들은 금성에게 여러가지 별명을 붙여 주었다. 동양에서는 '샛별'이라 불렀고 서양에서는 아름다움의 여신 이름을 따서 '비너스'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지구 말고 또 다른 행성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금성이나 화성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금성은 화성보다 훨씬 가깝고 지구와 크기도 비슷해서 금성에 더 가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우주선을 만들 수 있게 되자 무인 탐사선을 금성에 보냈다. 하지만 금성의 아름다움 뒤에는 무서운 현실이 숨어 있었다. 금성의 대기는 엘비지 가스통 속보다도 더 무시무시했다. 금성에 간 탐사선은 사방에서 조여드는 금성의 공기(지구 대기압의 90배) 때문에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게다가 온도는 무려 480도나 되었다. 1960년대 초반 이후, (구)소련은 무인 행성 탐사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했고, 베네라 8호-12호는 금성에 착륙해서 측정결과와 실험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탐사선도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없었다. 세상을 통째로 태워 버릴 듯 맹렬한 더위, 모든 것을 뭉개 버릴 듯한 높은 압력, 각종 맹독성 기체, 게다가 사위는 등골 오싹한 붉은 기운을 띠고 있어서 금성은 사랑의 여신이 웃음 짓는 낙원이 아니라 지옥의 상황이 그대로 구현된 저주의 현장이나 다름 없었다.

 

칼 세이건은 그리스와 북유럽 신화의 많은 영웅들도 저마다 지옥에 가 보고 오겠노라 요란하게들 시도하지 않더냐며 금성 문제를 좀더 보자고 한다. 상대적으로 천국인 우리의 행성을 금성이라는 지옥과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구는 인류가 아는 유일한 삶의 보금자리이자, 낙원인 듯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기 파멸을 가져올 수단들을 동원해 지구의 연약한 환경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다. 지구의 환경이 지옥과 같은 금성의 현실이나, 빙하기에 놓여있는 화성의 현재 상황으로 근접할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행성 지구의 전일적 기후학과 비교 행성학적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고, 이 분야 연구의 예산 규모 또한 아주 보잘 것 없음이 우려스럽다. 알고 보면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인데 말이다. 

 

로웰과 비니시액

<코스모스>는 과학사의 측면이 있다. 칼 세이건은 5장에서 퍼시벌 로웰과 울프 블라디미르 비니시액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있다. 로웰은 1894년 대규모의 천문대를 설립하고 심혈을 기울여 화성 생명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한 사람이다. 명왕성을 발견해 자기 이름을 따서 명명하기도 했다. 그는 화성의 표면을 관측하여 소위 화성 '운하'(카날리)를 자세히 스케치했는데, 현대에 와서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보면 운하망의 지류 하나, 갑문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도 좋지 않은 시상 조건에서 인간의 손과 눈과 뇌가 잘못 작동한 종합 결과인 듯싶다. 그럼에도 칼 세이건은 로웰의 모든 결론이 엉터리로 판명나더라도 화성에 관한 그의 묘사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한다. 몇 세대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성 탐험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게 해주었고 우리도 언젠가 화성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과 확신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비니시액이라는 비운의 미생물학자. 그는 화성 생물 탐사를 위해 행성에 보낼 수 있는 장치를 12년에 걸쳐 개발했는데, 영양 유기물이 담긴 병에 화성 토양을 채취해 넣도록 했다. 즉, 화성 생물에게 먹이를 주어보는 실험 장치로, 화성 미생물이 있다면 그 속에서 번식함에 따라 액체의 혼탁도가 변하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NASA의 예산 삭감으로 실험이 취소되었다. 비니시액은 지구상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되는 지역, 즉 남극의 건조 계곡에서 생명을 발견하면 화성에 생명에 존재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생각해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남극 토양에 심어놓은 실험 표본을 수거하러 갔다가 그만 실족사하고 만다. 비니시액은 자기 연구의 끝을 보지 못했지만 동료들은 그후에도 계속 연구를 했다. 그리고 작은 미생물은 모든 것이 얼어붙은 남극 어디에서도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화성에도 혹시 생물이 남아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되었다.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5장에는 붉은 행성, 화성에 대해 지구화를 꿈꾸는 인류의 생각이 녹아져있다. 화성 탐사 연구에 대한 개척자들 덕분에 화성에 대한 초기 정보를 확보하게 되었는데 1976년 7월 20일 지구로 전송된 화성 표면 사진에서 생명의 정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것처럼 화성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 조건을 지니고 있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다. 그런 이유로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화성에서 장착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칼 세이건은 만일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그것이 비록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그는 인간이 화성에 가서 살 수 있지 않겠냐며, 어떻게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화성은 변형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낮은 함량의 산소, 액체 상태에 있는 물의 결여, 많은 양의 자외선 복사 등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이 많지만, 공기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그는 지구화(외계 행성의 환경을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것)를 말한다. 분명 앞장에서는 연약한 지구를 인간이 온실 효과와 반사도의 변화를 만들어 지구의 기온을 1도 이상 교란시켰다고 우려했는데,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인간이 화성을 적정 수준으로 지구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마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불과할 것이라 주장에서는 솔직히 납득이 잘 되진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다음 시간에는 6,7,8장을 읽고 만난다.

6장은 바다샘, 7장은 효주샘, 8장은 이소영샘이 특별히 더 공부해 오신다고 한다. 기대할께요 ㅎㅎ

 

댓글 4
  • 2024-01-23 09:02

    어제 베를린으로부터 100킬로 떨어진 곳에 소행성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봤어요. 운석 크기는 1미터 미만!! 소행성은 행성처럼 천체 주기운동을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합니다. 곰곰님 설명처럼 혜성은 이 행성들보다 더 찌그러진?? 주기(궤도)운동을 하구요. 이 쯤해서 그렇다면 갑자기 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가능성은 없을까 궁금해지네요. 제가 본 뉴스에서는 거의 희박. 대신 이런 소행성들과의 충돌은 예측 불가능이라고 합니다. 어제 같은 경우도 지구 추락 3시간 전에야 발견해서 로켓 등으로 오인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 2024-01-24 16:20

    요약된 내용을 읽으니 또다시 새롭습니다.
    저도 우주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커지길 바래봅니다.
    그러면 곰곰님처럼 관련 기사들이 눈에 들어오고 더 많고 깊은 지식이 쌓이고 내 삶과의 연관성을 느끼겠죠?? 아직 의문입니다만.

    • 2024-01-24 16:28

      두루미님처럼

  • 2024-01-24 17:23

    곰곰님의 후기를 읽으니 지난 코스모스 세미나가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중간중간 삽입해주신 컬러풀한 사진도 아주 좋습니다. 지난 시간에서 비니시액 교수의 이야기가 아쉬웠는데 이렇게 사진 첨부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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