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후기

누룽지
2024-04-14 17:11
38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 李白을 읽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면 산자락에 사는 친구와 밤새 술 마셨다는 게 다인데 한 줄이라도 읽기 시작하면 뭔가 홀리는 게 있다.

아직 문장의 맛을 알만큼 공부가 깊지 않아 원문을 읽어도 묘미를 모르긴 하지만 이 분의 시는 도저히 눈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오감을 다 돋우고 읽어야, 아니 저절로 모든 감각으로 읽게 만드는 이 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 당신이 그리 썼으니 그리 읽히겠지요.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까지 산에서 뭘 하고 계셨던 거여요?

당신을 따라 돌아온(歸) 달빛은 어쩌면 저처럼 홀려서 빛을 끌며 왔을 수도 있어요

돌아보니 짙푸른 산기운이 비껴 있더라고요?

해가 져서 빛깔이 아닌 색깔로 짙푸른 산을 눈에 담는 당신의 시선에 반한 것은 문득 돌아본그 마음 때문이예요.

푸른 대가 그윽한 길로 들어서니 담쟁이 넝쿨이 옷자락에 감긴다고요?

넝쿨까지 무성한 깊은 산자락이네요. 대와 청라가 마치 人界와 仙界의 경계를 지어주는 듯 해요. 선계인 듯 인계인듯한 곡사산인의 집에서는 어린아이가 사립문을 열어주네요. 그 아이의 부끄러운 듯 해맑은 미소가 보여요. 산인의 집이 어떤 느낌인지 이 한 줄로 가늠하시는군요.

즐거운 이야기가 쉴 곳을 얻었다니 술이 술을 부르겠어요. 그러니 노랫가락 빠질 수 없었을 테고 은하수에 별이 드물어지도록 松風曲을 부르셨네요. 한여름이었나요? 북반구 중위도 지방에서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이는 계절은 여름이잖아요. 선선한 여름밤에 농가의 툇마루에서 해질녁부터 해 뜰때까지 사람이 술을 마신 건지 술이 사람을 마신 건지, 암튼 취하셨군요.

機心없이 거나하게 취하여 속세를 잊었다는 말로 시를 맺으시네요. 그쵸 그 마음 내려놓는 곳에 술이 빠질 수는 없죠.

당신이야 그렇다쳐도 저는 분명 시 한 수 읽은 것 밖에 없는데 왜 술 한동이는 마신 것 같죠?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李白

종남산에서 내려와 곡사산인의 집에 들렀다가 묵으며 술을 마시다

暮從碧山下 山月隨人歸 해질 무렵 벽산을 내려오니 달도 나를 따라 돌아오네

卻顧所來徑 蒼蒼橫翠微 지나온 길 돌아보니 짙푸른 산기운이 비껴 있구나

相攜及田家 童稚開荊扉 서로 잡고 이끌어 농가에 다다르니 어린 아이가 사립문을 열어주네

綠竹入幽徑 靑蘿拂行衣 푸른 대나무 사잇길로 들어서매 푸른 담쟁이 나그네 옷을 스치운다

歡言得所憩 美酒聊共揮 즐거운 이야기는 휴식이 되고 맛난 술 함께 남김없이 마시네

長歌吟松風 曲盡河星稀 오래도록 〈松風曲〉 부르는데가락이 다하니 은하수에 별이 드물구나

我醉君復樂 陶然共忘機 나도 취하고 그대도 즐거우니 거나하여 속세를 모두 잊었도다

댓글 2
  • 2024-04-14 19:20

    누룽지님은 이리도 맛깔나게 시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저는 어? 청라? 그럼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 언덕의 그 청라가 푸른 담쟁이?(맞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ㅎㅎ

  • 2024-04-14 20:13

    샘이 이백에게 보내는 연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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