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 '초월적 변증학' 2번째 시간 후기

세션
2024-05-04 10:44
120

 철학학교 시즌2 두번째 시간은 변증학 중 ‘순수이성의 오류추리’ 부분이었습니다. 지난주 못오셨던 휴먼샘까지 모두 오셔서 8명 전원 출석하셨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전 세미나를 그리 많이 한 것은 아니어서 후기를 이렇게 자주 써보는 건 문탁의 철학학교에서가 정~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리 후기가 자주 오는지 신기할 지경이니까요. 문탁의 다른 샘들은 후기도 그렇고 질문도 그렇고 글을 참 쉽게쉽게 잘 쓰시는 듯 합니다. 저는 어떤 글이든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정말 무지무지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 일단 분량이 안나오거든요. 무슨 말을 써야할지도 모르겠고요. 이 와중에 이렇게 잦은 후기를 쓰다보니 쓸 것도 없고 맨날 같은 패턴도 지긋지긋하고… 여러모로 난감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세미나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자니 후기의 주 독자층인 철학학교 세미나 회원들이 끔찍할 것 같고 그렇다고 제 생각을 정리해 의견을 첨부하자니 솔직히 생각하기도 귀찮거니와 책 내용의 의미들이 아직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도 내키지 않고요, 무엇보다 다들 이미 저보다 내용도 잘 아시는데 굳이 뻔한 이야기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제 문탁의 세미나 하시는 분들의 잡담 주제로 ‘어떤 후기를 선호하시는지’ 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세미나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 재미있는 건 각 회원들의 질문 스타일입니다. 시즌2를 쉬고 계신 호수샘이 말씀하셨듯 우리 세미나 회원들의 질문은 각기 자기 스타일들이 뚜렷해서, 질문만 보아도 그 질문을 누가 했는지 금새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철학학교 세미나 질문의 트렌드는 칸트의 주장에 대한 포괄적인 철학사적 의미와 포지션 및 그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죠. 이번주도 질문의 60% 이상이 거의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정군샘께 물어보니 철학과의 수업이 대체로 철학사나 이론의 의미 vs 이론에 대한 논증으로 구성된다고 하더군요. 우리 세미나도 비슷하게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하여 이렇게 포괄적인 내용들도 많으니 철학학교가 어렵다는 선입견은 갖지 마시고 혹시 남은 시즌 관심있으신 분들은 부담없이 많이 오셨으면 합니다.

 

 <초월적 변증학>의 2분의 1정도는 오류추리, 이율배반, 순수이성의 이상을 논하고 있고요, 우리는 그것의 3분의 1인 오류추리를 벌써 끝냈습니다. 세미나를 정리해보면 질문은 변증, 기체, 영혼 등의 용어이야기가 있었고, 칸트의 이원론적 입장에 대한 질문이 몇 번 나왔습니다. 또 순비 A판과 B판의 차이라든가 칸트 시대의 심리학이라든가와 같은 일반적인 질문도 있었고요, 칸트가 실천이성이나 합목적성에 대한 내용을 예고하는 부분에 대한 아렘샘의 비나ㄴ, 아니 비판이 있었습니다. 제 질문은 정언적 이성추리와 통각에 대한 것이었죠. ‘기체’는 세미나 시간에도 이야기했듯 직접 물자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물자체’처럼’ 생각하니 이해가 갈 것 같더라고요. 칸트의 이원론적 입장은 세븐샘이 질문하신 칸트의 영혼과 물질의 관계와 엮어 생각해도 되겠죠. 정군샘이 칸트가 진정한 이원론자인 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실재와 관념, 초월과 경험이 대치되지 않는 것이 칸트의 존재론이자 인식론적 입장입니다. 오류추리에서 나온 ‘사고하는 나’와 통각에 대한 제 질문은 조금 더 간단하게 질문했다면 사실 대답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질문한다면 1. 오류추리의 ‘사고하는 나’로서의 통각과 연역에 나온 선험적 통각은 같은 통각인가? 2. 같은 것이라면 언제는 창백한(?) 사고하는 나이고(논리적 주체로만 존재하는), 언제는 종합하고 통일하는 통각인가? 답은 당연히 모두들 아실 테니 뭐..

 

 '순수이성비판'은 그냥 별생각없이 신청한 것이었는데 예상을 깨고 ‘차이와 반복’ 이후 가장 재미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요요샘은 의문의 1패하신 것이고요, 호수샘은 의문의 반패하신 것입니닿ㅎ. 연역은 창의적이고, 도식은 신비하기까지 하며, 변증은…희미했던 연역의 개념들이 뚜렷이 그 정체를 드러냅니다. 책은 끊임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증명들로 가득해서 손으로 짚으며 칸트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다음 시즌엔 모두들 오시길. 망설이시는 분들에게도 진정 칸트를 권하고 싶습니다. 다음주는 이율배반671p까지입니다.

 

  p.s 아, 그리고 세븐샘과 가마솥샘이 해주신 이야기들, 미선나무, 변산바람꽃, 금강초롱 그리고 화악산과 수리산, 평창, 거기에다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 인생의 기쁨이거든요. 꾸벅~

댓글 6
  • 2024-05-04 14:35

    그렇다고 남은 사람들이 저절로 승리자가 되지는 않으니 어쩌면 정신 승리가 필요하겠네요. 차이와 반복이 재미 있으면 순수이성비판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경지를 더 느껴보기 위해 조만간 차이와반복 다시 읽어보시지요. 읽을 때 불러주세요.

  • 2024-05-04 15:04

    설문조사 결과, '안쓰는 후기'가 가장 선호하는 후기로 조사되었습니다. ㅡ 철학연구소 ㅡ
    ㅎㅎ

    그런데도 세션샘의 솔찍후기, 넘 재밌습니다!

    • 2024-05-08 23:38

      안쓰는 후기 ㅋㅋㅋ 소원이에요. 문탁에서는 이룰 수 없는...

  • 2024-05-07 14:59

    텍스트 범위 내 논의 이외에 세미나 시작 전이나 쉬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은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인 것 같아요.
    작년까지 온라인(줌) 세미나를 하다가 올해 오프라인으로 바뀌어서 불편한 점이 없지 않지만 매주 한 공간에 모여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는 게 좋습니다.
    세션샘 말씀대로 다음 세미나 범위의 이율배반 증명과 주석도 돌파가 쉽지 않네요. ㅠㅠ. 조금 수월해졌다고 생각할 때 난관이 찾아오는 것처럼요.
    색다른 세션샘의 후기 즐겁게 읽었습니다. ^ ^

  • 2024-05-08 19:38

    그... 철학학교는 어려운 거 맞고요. 일단 그건 맞아요 ㅋㅋㅋ
    그런데 뭐 이 정도 어려우니 재미도 있는거겠죠? 다만, 올해의 목표는 '완독'하고 글 세편 쓰는 것에 있다. 이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ㅎㅎㅎ 튜터가 그걸 잊지 않은 결과... 나름 행복하게 가고 있습니다 ㅋㅋㅋ

  • 2024-05-09 17:02

    재밌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항상 활력 있는 세미나가 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재밌게 세미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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