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1학기 에세이 데이 후기

경덕
2024-04-28 15:57
101
 
 
 
지난 화요일에 불교학교 1학기 공부를 갈무리하는 에세이 데이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공부한 초기불교와 연기법에 이어 올해 유식에 입문하는 커리큘럼으로 세미나 첫 시즌을 마치고 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일체유심조, 마음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마음이 만드는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유식에서 말하는 마음과 세계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마음과 세계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를까? 불교 텍스트와 인지과학 텍스트를 교차해서 읽으면 어떤 '앎'과 '질문'이 만들어질까? 저희는 주제에 따라 세 개의 조로 나누어 발표했습니다. 
 
1부 : 모로, 오영, 미리내
2부 : 경덕, 효주, 도라지
3부 : 은정, 메리포핀스, 해피브레드, 인디언
 
 
 
 
1부 선생님들은 마뚜라나, 바렐라의 <앎의 나무>와 관련된 글을 써주셨어요. 모로샘은 '덕질이 어떻게 나와 세계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게임과 애니에 대한 사랑이 세상과의 상호소통으로 이어지고, 덕질이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재밌는 장면들을 소개해주셨어요. 오영샘은 '확실성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아론과 표상주의의 사잇길을 제시하셨어요. 우리가 함께 뒤얽혀 세계를 산출하는 동시에, 우리도 함께 변해가고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미리내샘은 '이분법이 아닌 영성이 강조된 신비주의'적 관점에서 불교와 인지과학을 공부하셨고, 마뚜라나가 강조한 '성찰'을 불교의 '자등명 법등명'과 연결해주셨어요.
 
 
 
 
2부에서는 유식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공부한 연기법이 마뚜라나의 인지 구조의 폐쇄성, 유식의 유식무경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인간 관찰자의 '앎'이 개별 인간의 조건을 넘어서는 '앎'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효주샘은 '감각은 우리에게 확실한 지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 퓌론의 회의주의와 ‘마음만이 존재하며 마음 바깥의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유식의 유식무경을 비교하며, 사물을 보는 방식에 대한 회의주의와 유가행파의 태도를 계속 탐구하고 싶다고 적어주셨어요. 도라지샘은 강원도 집과 성남 집을 오가며 경험한 마음의 동요를 유식의 3분설(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로 분석하며 부처의 마음이 고요한 산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나눠주셨습니다. 
 
 
 
 
3부에서는 유식의 기본 개념을 정리하고, 일상에서 경험하는 괴로움을 유식의 관점으로 풀어주셨습니다. 은정샘은 아뢰야식에서 선도 악도 아닌 '무기'의 성질에 주목하여 부부의 관계를 바라보셨어요. '미안함', '고마움' 등의 새로운 종자를 심는다면 나 또한 새로운 '자기'가 될 수 있고, 누구든 과거의 업보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고 적어주셨습니다. 메리포핀스샘은 꿈 속에서의 괴로움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쳐 괴로웠던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유식 공부를 통해 나를 괴롭히는 대상이 꿈이나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만드는 것이고, 어떤 상태의 나든 포용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 공부를 이어갈 것이라고 적어주셨어요. 해피브레드샘은 불만 없이 사는 중에도 경험하는 공허함이 나의 '방어기제'로 인한 것은 아닌지, '말나식'의 작용을 모른척 했기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하셨어요. 그리고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수행의 방법일 수 있겠다고 적어주셨습니다. 인디언샘은 <숫타니파타>로 시작해서 유식학에서 말하는 '식'의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셨어요. 명상 수행을 통해 나의 아집을 알아차리고, 말나식의 작용을 약화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적어주셨습니다.
 
이렇게 다시 정리를 하니까 열 분의 글이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들과 같이 공부하고 후기와 요약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중에 상호작용이 계속 일어났구나, 실감하게 되었어요. 각각의 글이 '폐쇄적 인지 작용'으로 작성되는 중에도 지속적인 '구조접속'과 '섭동'으로 영향을 주고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발표회 현장에 참여해주신 패널 선생님들 감사드려요. 적극적으로 질문해주신 덕분에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풍성한 간식으로 모두의 배를 채워주신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열 편이 넘는 글을 몇 번이고 읽고 피드백 해주신 요요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요요샘께서 올려주신 2학기 모집글로 다음 학기를 살짝 예고하며,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시즌2에서는 유식학 논서들의 맛을 보려고 합니다. 무착(아상가)의 <섭대승론>을 풀이한 정화스님의 <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와 세친의 <유식이십론>을 해설한 <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을 읽습니다. 인지과학 텍스트는 바렐라의 <몸의 인지과학>을 읽습니다. 바렐라는 이 책을 통해 불교와 현대과학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문제에 접근합니다. 유식학과 인지과학의 교차적 읽기를 시도하는 우리가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4불교학교] 시즌2 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
 
그럼 선생님들 방학 기간 잘 보내시고, 2학기 때 새로운 마음으로 또 만나요!
댓글 7
  • 2024-04-28 20:59

    저번주에 고통스럽게(?) 썼던 에세이의 잔상이 금방 사라지고 즐거운 방학을 만끽하고 있어요ㅎㅎㅎ
    하지만 경덕님의 후기를 읽으니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고통이 저를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었을까요?
    2학기에도 함께 고통을 즐겨봐요~

  • 2024-04-28 21:07

    찬찬한 후기 고맙습니다~
    요요샘의 피드백이 없으면 에세이데이는 불가능했겠죠? ㅎ
    바쁜와중에도 몇번씩 피드백하면서 글을 완성하게해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샘들께도 감사한 마음전하며 2분기도 즐겁게? 공부해요~

  • 2024-04-28 22:02

    참 시간이 빨리 지나가네요. 이름이 없어도 누구 글인지 다 알것 같다는 경덕샘 말에 다 공감하며 웃었죠. 함께 글을 고쳐가는 과정에서의 괴로움과 즐거움 덕에 에세이데이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각자의 고민 지점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조언해주신 요요샘께도 감사드려요. 참, 달고 향긋한 천혜향은 프리다님의 선물이었어요. 에세이날 어느 분이 선물해주신 줄도 모르고 먹었는데 감사합니다, 프리다샘 ^^ 다른 샘들의 간식도 잘 먹었어요~

  • 2024-04-28 23:22

    경덕샘 우리들의 에세이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시다니 차분하신 경덕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시즌 2에서는 공부가 어떻게 이어질지 한 시즌 또 달리기 위해 요즘 밀린 일들 처리하며 잘 쉬고 있답니다. ^^
    시즌 2에서 만나요.~~

  • 2024-04-29 08:05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유식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첫 분기에 에세이라니 지나친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 에세이를 써야 공부가 몸에 자리잡는 것 같아요.^^
    샘들이 에세이를 고쳐가면서 각자의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과정이 좋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 좋았습니다.
    모두 마지막까지 글을 완성하기 위해 마음을 다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유식의 사유와 실천에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이 다가가면서 우리의 마음이 어떤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공부해 봅시다.^^
    달콤한 방학, 즐겁게 보내세요!!ㅎㅎ

  • 2024-04-29 08:29

    유식이 그저 앎이 아니라 실천이 되는 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 걸까? 라는 고민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유식을 공부하면서 이건 뭐지? 라는 의문도 많았구요. 다음 시즌에도 그 고민을 가지고 가보겠습니다.

    늦은 후기 부탁에도 선뜻 써주신 경덕쌤 감사합니다~
    선업을 쌓으셨네요. ㅎㅎ😊🙏

    꿀같은 방학은 벌써 일주일이 사라졌지만,
    남은동안 가열차게 더 잘 놀고 !
    우리 곧 다시 만납시다~

  • 2024-04-29 09:53

    못가서 미안해요. 여러분의 유식공부는 연말 파이널 에세이때 꼭 다시 들으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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