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5주차 후기

효주
2024-03-31 03:03
147

세미나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었지만 생소한 개념과 주제라 읽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먼저 불교와 인지과학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유식학에는 ‘유식무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직 인식이 있을 뿐, 세계가 있는 건 아니다’라는 의미인데요, 이것은 진리로서의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 세계를 산출해낸다는 의미에서 마뚜라나가 생물학적 접근으로 이끌어낸 ‘자기생성조직’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인식과 연결됩니다.

 

요요샘은 마뚜라나의 주장이 인지란 우리가 구성해내는 것이고, 객관적 사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만 있다는 점에서 유식무경을 설명하는 새로운 대안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시며, 이 책을 통해 과학이나 생물학으로 유식무경을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밀고 나가는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힘.주.어.서. 말씀해 주셨어요.

 

덧붙여 유식에 관해서는 관념론과 현상론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관념론이냐 현상론이냐 섣불리 정하기보다는 유식을 탐구하면서 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결론냈을까를 탐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불교 이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서 어떻게 불교에서 논의되는 주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계속 구성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시며 불교 공부의 방향성을 제안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책의 서두에는 주관적인 개인을 말하면서 주관적인 개인들이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주장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내는가를 이 책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사람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했던 마뚜라나의 바람처럼 정말 인간의 앎이란 무엇인지,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과 불교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다른 것인지 그 사이의 관계성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마뚜라나는 <앎의 나무>에서 자신의 생물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는 구조인가를 설명하려 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기생성과정, 세포, 메타세포체, 막 과 같은 개념들을 언급하는데요,

 

‘생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하는 학생의 질문을 받고 현타가 온 마뚜라나는 그간 자기가 생명이라고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생명의 속성이지 생명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아니었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이후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지속하게 되고, ‘생명이란 인지’라는 답을 탐구 속에서 얻게 됩니다. 이때 마뚜라나가 생명에 대해 설명하며 가지고 오는 개념이 ‘자기생성조직’입니다.

 

여기에서 ‘자기’란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나를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나는 나를 생성해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생명의 가장 1차 단위가 되는 것은 세포이며, 2차 단위는 메타세포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앎의 나무> 57쪽에 삽입된 그림을 통해 설명하는데요, ‘세포’란 자신의 구성요소들을 생성하고 테두리를 만들어내는 변화작용들의 역동적인 그물이며 이 그물은 물질대사를 하는 역동적 네트워크 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생명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막’이 필요한 이유인데요, 이러한 설명을 통해 세포는 메타세포체로 확장됩니다. 물질대사를 하는 역동적인 네트워크가 막을 생산하고 막이 역동적 네트워크를 다시 생산하면서 함께 순환하는 것이죠. 이러한 순환을 ‘재귀적 순환’이라 합니다.

 

정리하자면, ‘자기생성구조’라는 것은 이러한 역동적 네트워크와 테두리가 순환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하지만 무생물은 그렇지 않죠. 자기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마뚜라나는 ‘자기가 자기를 생성하는 것’이 ‘생명’이라고 정의합니다. 생성은 생식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이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서 하나의 세포는 관찰자이면서 인지하는 주체가 됩니다.

 

하.... 여기까지가 제가 정리하면서 이해한 내용인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사람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길 기대했습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사람다움이란 어떤 것이고 인지능력과 사람다움의 본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 장에서는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생물학계에서는 이런 마뚜라나의 자기생성인지와 같은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급궁금해졌습니다.

댓글 5
  • 2024-03-31 10:09

    효주쌤~ 늦게까지 후기 작성하셨네요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번 책에서 생명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느껴져셔 좋았어요~
    다음장도 같이 잘 읽어봐요!

  • 2024-03-31 11:40

    유식에서 생물학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을 가졌으니 이젠 좀 잘 읽히기를 기대해봅니다.ㅎㅎ

    경덕님이 질문에서 해러웨이의 심포이에시스와 마뚜라나/바렐라의 오토포이에시스를 비교해보자고 했는데요.
    저는 심포이에시스라는 접근도 마뚜라나/바렐라의 오토포이에시스가 있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발전된 사유아닐까, 이 둘이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상보적인 것은 아닐까, 라고 말씀드렸어요. 혹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톡으로 올려드린 자료와 함께 최유미선생님의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의 심포이에시스 부분을 읽어보았어요. 저는 린 마굴리스로부터 시작된 공생에 대한 이해로부터 심포이에시스로 나아가는 접근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데(불교의 연기론도 이런 성호의존을 중시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문제는 '앎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앎의 생물학적 뿌리를 찾는 마뚜라나의 문제의식과 심포이에시스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군요. 이 또한 공부거리네요.^^

    아래는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에서의 발췌입니다. 마뚜라나/바렐라의 오토포이에시스와 연결해서 해러웨이의 심포이에시스에 대해 해설하는 부분입니다. 참고하세요~

    심포이에시스는 함께 만들기라는 의미다. 이 용어는 칠레의 생물학자 움베르토 마뚜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제안했던 오토포이에시스에서 왔다. … 그런데 해러웨이가 보기에 오토포이에시스라는 용어는 ‘자율’의 의미가 너무 강조되기에 복수종 생물들의 상호구성적이고 상호유도적인 방식의 함께 만들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69)

    생전에 마굴리스는 자신의 공생이론을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오토포이에시스 개념과 연관시켰다. 하지만 공생이론을 지지하는 일군의 생물학자들은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 공생이론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토포이에시스 시스템은 자기보전과 자기준거적 경계가 지나치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굴리스 이론의 중요한 모델 시스템인 M. 파라독사는 그들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흰개미의 내장과 불가분의 관계이고, 나무를 파먹고 사는 흰개미는 나무와 불가분이다. 그래서 M. 파라독사에게 흰개미와 나무조차도 자신과 구별되는 환경이 아니다.(79)

    스콧 길버트는 생물세계에서 스스로 자신을 형성하는 존재 따위는 없고, 생성 시스템에 있는 생명체의 상호적이고 내부적인 유도가 폭포수처럼 크고 작은 규모로 복잡하게 퍼져나간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종간 후성설’이라 부른다. <생명에 대한 공생에 관점:우리는 개체였던 적이 없다>는 논문에서 길버트와 그의 동료들은 해부학, 생리학, 유전학, 진화론, 면역학, 그리고 발생학적인 면에서 생물의 경계가 있는 단위들을 반대하는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공생체로서의 생명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80)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강조하는 진화론적 설명과는 달리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이론이다. 그러나 환경과 자기를 구별하는 자기 고유성의 유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이 이론으로는 박테리아를 집어삼켰으나 소화를 못 시킨 고세균의 상태를 새로운 존재의 탄생으로 이어가기는 어렵다. 그것은 ‘자기’라는 시스템의 교란과 벌충으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81쪽)

    실패에 의해 생긴 완전히 다른 어떤 존재자의 존재는 오히려 자기준거를 가진 오토포이에시스 시스템을 죽이고 온다. 이 새로운 존재자의 존재는 예측 가능한 것으로부터가 예측의 실패로부터 온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에서 부족한 것은 바로 이 실패를 전경화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세균이 박테리아와 공생이 가능하게 된 것은 소화의 어이없는 실패 때문에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전혀 다른 관계로 변했기 때문이디, 포식자인 고세균이 자기 동일성을 잃지 않고 참고 견딜 수 있는 변형의 극한, 즉 견딜만한 실패였기 때문이 아니다. 공생은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즉 공-산(심포이에시스)이다.(82쪽)

  • 2024-03-31 11:59

    생명을 자기생성체계로 규정하고 그 구조의 변화를 그 체계가 지닌 역동성과 환경과의 상호섭동으로 설명하는 게 정말 흥미로웠어요.
    세포에서 출발, 앎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는 시도라니...
    유식학에서 생물학으로의 전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뭔가 잡히겠지요^^

  • 2024-03-31 22:24

    대체로 이 책은 뭔소리를 하는 건가? 싶지만,
    읽을수록 흥미로워지는 책이란 생각을 합니다.

    저자가 말한 ‘인지능력과 사람다움의 본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저도 효주쌤과 함께 궁금해하며 따라가볼게요. ^^

  • 2024-04-01 01:40

    유식학 개념들이 익숙해지려는데 새로운 생물학 용어들을 접하게 되니 혼란이 생기더군요.
    세미나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로 조금은 정리가 되어서 마음이 살짝 놓입니다.
    그런데 오토포이에시스도 겨우 따라갔는데 이젠 심포이에시스라니!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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