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고전학교] 세번째 시간 <춘추에서 전국까지> 후기

곰곰
2024-03-26 01:36
99

<춘추에서 전국까지> 두번째 시간이다. 책 후반부 절반을 읽고 만났다. 

 

진(晉)이 내부의 하극상으로 말미암아 한(韓), 위(魏), 조(趙) 세 나라로 분열되면서 춘추 시대가 끝나고 전국 시대가 시작된다. 이번 시간엔 일곱 개의 나라가 천하를 놓고 각축을 벌이던 전국시대(B.C.453-B.C.220)를 (주로) 살펴 보았다.   

 

전국 시대 군주들은 안으로는 군주권을 강화하는 지배 체제로 재편하려 했고, 밖으로는 약육강식의 시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국강병의 목표를 이루어야 했다. 이에 따라 전국시대 모든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변법을 실시했다. 각국의 개혁이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동일 하였으나, 나라마다 그 정도와 효과가 달랐다. 제와 초는 귀족의 방해로 개혁 추진이 어려웠던 반면, 위와 진은 각각 이회와 상앙을 등용해 법 개혁을 통한 부국강병을 이룩했다. 이번에 읽은 내용에서는 정(鄭)나라 자산과 진(秦)효공 때 상앙의 개혁이 눈에 띤다. 특히 진은 7국 중 가장 전면적이고도 철저한 개혁을 단행하여 진 제국의 초석을 닦을 수 있었다.  

 

(시대는 조금 다르지만) 개혁의 일인자, 자산

 

정나라 재상이 된 자산은 정치개혁(B.C. 543)을 시작했다. 봉혁(토지 개혁)을 만들고 구부(병역법 및 세제 개혁)를 만들고 형정을 주조(형법 제정)했다. 이런 것들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기득권을 침범했다. 그래서 개혁 초기에는 곳곳에서 욕설이 난무했다. 봉혁을 만들 때도, 구부를 만들 때도 자산이 죽기를 바라는 노래를 부르며 저주했다. 하지만 자산은 끄덕하지 않았고 비판 역시 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론을 통제하지 않았다. 모임에 나가 토의하면서 칭찬하는 점은 유지하고 비판하면 고치면 된다고 했다. 자산의 통치를 증오하던 사람들은, 자산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펼치자 오히려 이후엔 자산을 칭찬하는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저자는 ‘민의란 본래 이런 법’이라 썼다.

 

 

그런데 자산이 형정(형법(성문법) 제정)을 주조했을 때, 진나라 숙향은 그에게 편지를 보내 그를 비판했다. 유가의 입장에서 보면, 법에 의한 통치는 인의와 예를 통한 통치를 포기하고 혹독하게 정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숙향이 보기에 법령을 새겨 공개하면 백성은 법률만 알고 윗사람은 모르고, 법조문만 알고 예의를 모르며, 심지의 문구를 따져 벌을 피하게 될까, 즉 예악이 붕괴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자산은 법을 단순히 엄격히 집행하여 혹독한 정치를 하는 것에 정치의 묘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니었다. 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도구로서 쓸모가 있기 때문이지, 법이 모든 사상에 우선하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덕치와 예치가 완전무결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가장 성공한 개혁가 (하지만 비극적 최후를 맞은) 상앙

 

상앙은 위나라 사람이지만 위혜왕에게 등용되지 못했다. 저자는 위혜왕이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를 했다고 쓰면서 단 한 사람, 상앙을 과소평가하지만 않았다면 전국시대 마지막 승리는 진이 아니라 위나라였을 것이라 할 정도다. 아무리 달리 보아도 전국시대 최고 스타는 상앙!이다. 

 

상앙의 개혁 방향은 먼저 구질서와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데 집중되었다. 기존 씨족 공동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로 편입시켜야 부국강병에 필요한 세금과 병역을 담당하게 할 수 있었다. 영주제를 폐지하고 지주제를,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세습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를 실시했다. 이로써 토지, 백성, 권력이 모두 군주에게 집중되었다. 또한 상앙의 변법은 군공에 따른다. 혈통은 타고 나는 것이라 귀족에게 유리하지만 군공은 쟁취하는 것이기에 군주에게 유리하다. 군공으로 작위와 녹봉이 정해지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용감하게 적과 싸우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거만 떨거나 불로소득을 노릴 수 없다. 국력은 강해지고 군주의 지위는 높아지는 동시에 귀족의 권세는 사라진다. 그야말로 ‘일거다득’이 아닐 수 없다.  

 

상앙이 신법을 실시한지 10년 만에 진나라는 도적이 사라지고 살림이 넉넉해졌으며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원인은 매우 의심스럽다. 보갑제와 연좌법은 이웃 간에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는 일상을 만들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상앙은 진나라 전체를 병영으로, 나아가 감옥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그가 도적을 소탕하고 치안을 완비하고 사적인 다툼을 금지한 것은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사회에 남아도는 무력을 집중시켜 군주를 위한, 공적인 싸움에 사용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또한 상앙은 백성들의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다. 자신의 법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논의도 불허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백성들은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었다. 진나라의 법은 군왕의 통치를 수호하는 수단이지, 백성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없었다. 백성들은 군주의 패업과 제업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자 무기일 뿐이었다. 

 

상앙과 자산은 속한 시대도 달랐고 국가나 역할도 달랐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법을 집행하여 부국강병을 하는 데에 목표를 두었다. 그런데 상앙은 진나라 법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엔 상앙 본인이 반대세력에 의해 온몸이 갈갈이 찢겨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자산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산을 칭찬하는 기록이 남아 후대에 전한다. 자산은 공자가 안영과 더불어 가장 높이 평가한 재상이며 사마천은 그를 <순리열전>에서 소개했다. 그는 어떻게 엄격한 법치를 하면서도 원망을 받지 않고 어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을까. 

상앙은 법이 모든 사회를 구석구석 통제하는 완벽한 시스템 국가를 만들려 했다. 또한 자신의 법치에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칭찬을 하든 비판을 하든 모두 잡아들였다. 반면 자산은 법을 최우선 가치가 아닌 수단으로 삼고 강온과 온냉을 조절하며 좀더 유연한 정치를 하려 했던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저자 역시 상앙의 변법을 평가하면서 “무조건 개혁이 좋다고만 하지 말고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무엇을 개혁하는지, 또 어떻게 개혁하는지 살펴야 한다. (중략)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밝히지 않고 그저 공정함과 엄격한 법 집행만 논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상앙이 주도하고 진효공이 강력하게 후원한 전면적인 변법개혁은 참 대단하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외치는 ‘개혁’이란 말과 겹쳐져 더욱 그러하다. 2500년 전에는 가능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 체제의 불법과 반칙을 없애고 그들의 특권을 박탈하여 불평등을 해소하는 개혁이 과연 가능할까.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댓글 4
  • 2024-03-26 09:46

    우와♡ 지난 시간 결석한 친구들이 참고할 에세이같은 후기~~ 역사속 인물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보는 후기네요~~ 수고하셨어용♡♡

  • 2024-03-26 09:55

    언론을 틀어 막고 하는 개혁과 언론에 귀기울이고 하는 개혁의 차이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 시대에 꼭 맞는 역사의미인 듯 합니다.
    정자산과 상앙의 변법에서 그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꾸벅.

  • 2024-03-26 14:28

    자산이 자기 뒤에 정치를 하는 사람은 엄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자산과 상앙, 혹은 한비자를 보니 인격의 훌륭함에 기대는 정치가 참 어려운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가들의 정치가 꼭 위정자들만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좀 생각하게 만듭니다.
    두루미샘의 "텍스트의 포도밭"의 글과 겹쳐, 후기가 더 흥미롭게 읽힙니다.

    • 2024-03-26 19:07

      ㅎ 그러게요. 우린 서로 모르고 너는 후기를 쓰냐 난 포도밭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얘길 나눴는데... 깜짝 놀랐네요. 내가 이 책을 봤어야 했는데!! ㅎㅎ 제 글은 한비자에 기반한 내용이고, 여기 책은 아마도 저자가 법가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쓴 글이라 비교해보시면 좋겠네요.. 암튼 곰곰님!!! 중국 고전 도가 트셨나 봅니다~~ 너무 잘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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