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 24.2.7.후기

누룽지
2024-02-14 02:55
120

전습록 상권의 43조목부터 58조목까지 읽었다. 15조목부터 104조목까지 육징이 기록했다하니 한동안 육징의 남겨놓은 글을 읽게 된다. '전습'이란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말 '傳不習乎'에서 온 것으로 '전해 받은 것을 익히지 못한 것은 없는가'라며 스승에게 배운 것을 거듭 복습하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라 한다. 제목부터 무시무시한 책을 어찌어찌 읽고 있다.

어찌어찌란 대학,중용도 잘 모르는데 전습록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성즉리’와 ‘심즉리’의 차이가 양명학을 이해하는 관문 같았는데 이 문에 들어설 수 있을까 주저주저하는 마음에 처음엔 한 줄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더니 어차피 이 책 다 읽을 때까지도 몽롱할 것을 걱정해서 뭐하냐고 한다.

그래서 세미나 때마다 한 문장이라도 선명히 들어오는 것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한다.

44조목에 이런 문장이 있다

澄在鴻臚寺倉居,忽家信至,言兒病危。澄心甚憂悶不能堪。先生曰,此時正宜用助。若此時放過,

閑時講學何用?人正要在此等時磨鍊.

​양명이 정덕9년(1514)에 홍려시의 벼슬에 올랐을 때 육징이 따라가 배웠는데 집에서 편지를 보내 아이가 병에 걸려 위급하다는 것을 알렸다. 마음이 너무 힘든 육징에게 스승인 양명이 해 준 말은 ‘이런 때 바로 공부를 해야한다. 만약 이런 때를 놓쳐 버린다면 한가한 때의 강학이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은 때에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감으로 근심하는 것이 천리라고 여겨 괴로워하기만 하면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을 울리는 걸 보니 이렇게 무수히 반복해 본 내 모습이 겹치며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 있어서리라.

오늘 얻은 말씀은 좀 아팠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육징도 그랬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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