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 3주차 후기 - 플라톤의 이데아를 찾아서...

경호
2024-03-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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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3월26일 화요일, 벌써 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 3주째다. 첫 문탁 방문 때보다는 많이 익숙해 졌다. 잠실에 있는 회사에서 출발하여 문탁까지는 걷는 시간까지 포함해 1시간 남짓 소요된다. 오늘도 문탁으로 가는 길,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신분당선은 여전히 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세미나할 생각에 심장은 두근두근,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나의 첫 발제 날, 주제는 2,500여년 서양철학사 모든 주제를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플라톤' 이다.

 

  3주차 발제자로 정해지고 난 후, 2주일 동안 온통 머리 속은 '플라톤'으로 도배 되었다. 50여년 내 인생 속 플라톤은 고등학생 시절 국민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하나였고, 이데아, 철인정치, 이상국가, 소크라테스의 제자 뭐 이 정도가 전부였다. 읽기 세미나 교재인 군나르 시르베크,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 책을 정독하고, 유튜브 동영상들을 찾아 가면서 발제문을 작성하는데, 선뜻 글이 잘 안써졌다. 발제문을 책 요약 형태로 작성할 지, 에세이 형식으로 쓸 지, 질문-답변 형식으로 전개할 지 등... 고민 고민하다가 발표날 당일 새벽에 1, 2주차 발제하신 분들과 유사하게 책 요약 형태로 발제문을 정리했다. (물론, 질문은 별도로 준비했구요...^^)

 

  세미나를 3주 정도 진행하다 보니, 함께 세미나 하는 사람들의 특색이 조금씩 드러난다. 4인 4색이다. 3주만에 질문의 길이는 길어지고, 때로는 정확한 답변인지도 모르고 헤매기도 하지만, 정답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 하면서 참여하고 있다. 경덕샘은 이런 저런 참고 도서(특히, 정신의 발견,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질문에 답을 찾아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효주샘은 우리 세미나 본 교재 내에서 질문의 답이 될만한 정확한 구절을 찾아 포인트를 짚어 주는 꼼꼼함이 돋보였으며, 작년에 함께 감이당에서 주역을 공부한 덕영샘은 역시 예술가 답게 플라톤을 현실로 끌고 와 플라톤과 비슷한 외모를 소유한 아는 남자 사람과 비교하면서 직설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만 오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질문을 던진다. (마치 소피스트 처럼...) 예를 들어, 플라톤 대화편에 나오는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이 쓴 소설의 가상 인물 아닐까? 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쨌든 문탁에서의 3주 경험은 오랜만에 나를 설레게 했고, 즐거움의 연속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를 하며 각자가 만든 질문을 제시하고, 서로 얘기 나누다 보면, 아 그렇구나 하는 공감이 될 때도 있고, 때로는 왠지 모르는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책 저자의 관점으로 쓰여진 세미나 책만을 한두번 읽고 세미나에 참석하다 보니, 질문에 입체적인 관점으로 의견을 낼 수 없었던 점이 나의 답답함의 원인이었을 것 같다. 앞으로는 참고 교재로 원전을 함께 읽어 가면서 세미나에 참석하면 좀 더 풍부하게 내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반성해 본다. 마침 내 방 책장에 10여년 전에 구입한 '소크라테스의 변명' 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띈다. 후기 작성이 끝나면 한번 원전의 느낌을 경험해 보고 싶다. 4주차는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를 주제로 덕영샘이 발제한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서로 오갈지 기대된다. 끝!

 

☆ 경호가 정리한 서양철학사 제3장 내용 요약 ☆

 

  위와 같이 후기를 쓰고 난 후, 다시 읽어 보니 책 내용은 하나도 없고, 세미나 느낌만 얘기한 듯한 허전함이 있어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았다. 서양철학사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서...

 

  플라톤은 하나의 '이데아(eidos)'로서의 '좋음'에 대한 이론을 통해 감각적으로 경험되는 가변적인 현실 세계와는 구분되는 이상적/관념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보았고, 그것은 인간의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서만 알 수 있으며, 그게 바로 사물/존재의 '본질이고 실체'라는 것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는 이상적인 '좋음'의 최종 모습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동경하고 추구해야 하며, 사회 구성원이 그것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카데메이아(Academeia)라는 학교를 세웠고, 10세부터 50세까지 40년 동안 완벽한 교육 커리큘럼을 갖추었다. 1단계는 체육, 음악, 종교, 2단계는 수학, 3단계는 철학, 그리고 마지막 4단계 15년 동안은 실제 생활의 문제들을 처리하는 법을 경험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통치자(철학자), 관리자(수호자), 생산자(노동자)라는 계급으로 분화되고, 그들 각자가 본인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역할을 잘 수행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곧 '이상국가' 라고 보았다.

 

  마지막으로는 예술에 대한 얘기도 간단히 언급되는 데, 예술은 이데아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로써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모든 예술 활동은 이데아에 대한 통찰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5
  • 2024-03-30 14:15

    ㅋㅋ제가 플라톤에 넘 감정이입이 되었네요 후후. 이데아라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에만 경도되지 말고 그것들을 통과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라는 것으로 일단은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아 그리고 그 플라톤과 닮은 남성분은 제 절친한 친구로 그에 대한 악감정이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__^냐하하하

  • 2024-03-30 21:17

    플라톤이 경호샘에게 특히 각별한 철학자로 남을 수도 있겠어요ㅎㅎ
    그리스 철학자들은 후대 철학자들에 의해 계속 소환될 예정이니 경호샘과 플라톤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의심의 눈초리로 던져주실 질문들이 기대되어요^^

  • 2024-03-31 03:26

    후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세미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후기였어요^^
    저도 경호님과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몇권의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첫번째 책은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을 바꾼 역사> 라는 책으로 1권과 2권이 있는데, 저희가 주교재로 삼고 있는 서양철학사와 비슷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독성이 좋더라고요, 여유가 된다면(?) 참고도서로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837744

    두번째 책은 책장에 있던 책이었어요. <그리스 사유의 기원> 이라는 책인데, 꽤 유명한 책이에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엔가 사서 읽다가 포기한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다시 읽는 도전을 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고요ㅋㅋㅋ 신화적 사고에서 철학적 사고로의 발전과정 내지는 자연철학에서 인간문제로의 전환 과정을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는 요소가 아닌, 당시 구제적 삶을 살아갔던 그리스인들의 정치적 삶속에서 그리스 사유의 근원을 밝히고자 시도한 책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절판인듯해요...

    책 제목으로 검색해보니 이 책을 번역했던 번역자가 같은 제목으로 책을 쓴 책이 있더라고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427681

    세번째 책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입니다. 플라톤의 이름에 대한 스토리가 담긴 책이 이 책이었더라고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2238913

    이 책은 기원후 2-3세기쯤 발간된 책이라고 하네요.
    인터넷서점에 검색하니 <그리스 철학자 열전>이라는 다른 번역가의 책도 있네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6793704

    써놓고 보니까 뭔가 읽어야 할 책이 많아진 느낌인데, 그냥 옆에 두면서 필요할 때 읽어보는 참고도서용으로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 2024-03-31 03:41

      와우~~ 새벽 3시가 넘었는데, 이 시간에 깨어 있군요... 소개시켜준 책 꼭 봐야겠네요, 효주샘, 생일 축하해요~~ 카톡이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ㅋㅋ 저는 일찍 자고 지금 일어난건데, 효주샘은 아직까지... 불교학교 후기도 잘 읽었어요. 효주샘 글은 참 따뜻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살포시 미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 2024-03-31 10:40

        앗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호샘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셨네요, 경호샘의 ‘기분좋은 열심’이 저희도 세미나에 즐겁게, 집중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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