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 5주차 후기 - 후기 고대철학

효주
2024-04-14 08:42
70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기원전 322년부터 유스티니아누스(Justinianus) 황제에 의해 아카데메이아가 폐쇄 된 기원후 529년까지의 시기가 고대 철학의 제3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철학을 ‘헬레니즘-로마 시대의 철학’, 혹은 후기 고대철학이라고 부른다.

 

헬레니즘과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철학의 중심은 그리스에서 로마로 이동한다. 지난한 전쟁들이 각축을 벌이던 시대였기에 정치적 무력함은 철학적 성찰을 멀리하고 ‘어떻게 한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확보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공동체 속의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고립되고 ‘사적인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제 한쪽에는 특수한 개인과 개인의 덕성과 행복이, 다른 한쪽에는 제국과 어느 곳의 누구에게든 타당한 보편법의 개념이 등장한다. 국적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보편법’이라는 법 관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때의 ‘정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를 띠게 되는데, 제국을 통치하는 일반적인 법 원칙들을 의미하게 된다.

 

후기 고대철학은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 그리고 정치적 무력함으로 인한 발로인 ‘회의주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가 소크라테스의 도덕철학적 전통을 계승‧발전시켰다면 회의주의자들은 그리스 소피스트들의 인식론적 전통을 이어 받았으며, 진리와 올바름에 관한 인식론적 물음에 대해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견해 쪽으로 기운다. 회의주의는 중세 초에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로 근세 초에는 합리주의자 데카르트와 경험주의자 로크 및 흄을 통해 이어진다. 발제와 세미나에서 주로 스토아와 에피쿠로스학파에 대해 논의하였기에 후기에서 회의주의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회의주의자의 기본적인 논변은 감각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단 하나의 신호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의 종합적 결과물이므로 감각은 우리를 참되고 확실한 지식으로 인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인간은 대상의 참된 본성을 인식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우리의 감각이 우리에게 세계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준다는 믿음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관적 확실성으로 참된 본성에 대한 무언가를 주장할 수는 없다.

 

종교적 믿음이 걱정과 불안을 초래한다면 회의주의자들은 그런 것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회의주의적 태도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이다. 스토아학파가 외적 욕구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을 발견하고 에피쿠로스학파가 계산된 쾌락의 즐거움을 통해서 개인의 안녕을 추구했던 것처럼 회의주의자들도 신앙으로부터, 형이상학적 신념과 종교적 신념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서 모든 것이 똑같이 타당하기 때문에 어느 것도 우리의 마음의 평화를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흐름을 타고 기원 후 4세기에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공식 종교가 된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있었지만, 어떻게 고대의 철학 양상과는 너무나 다른 기독교적 세계관이 철학의 주요 테마가 되었는지 다음 주 세미나에서 논의해봅시다. 다음 주에 뵐게요!

댓글 2
  • 2024-04-14 11:33

    효주샘, 철학입문, 불교학교, 서양철학사, 과학세미나 등 여러개 세미나, 공부를 동시에 하시느라 정신없으실텐데, 서양철학사 후기 작성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불참해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궁금했는데,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이번주에는 꼭 필참하겠습니다...^^

  • 2024-04-15 11:25

    효주샘 후기 감사합니다-!:) 헬레니즘 시대의 변화들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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