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세미나 <페스트> 첫번째 시간 후기

작은물방울
2021-02-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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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요요님의 발제문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페스트>는 전염병에 대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염병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부조리 작가라 불리는 카뮈는 인간(또는 인류)에게 닥치는 재앙(또는 죽음)을 이야기한다.

코로나가 발발했을 당시 사람들은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을 반기며 ‘성장’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나 싶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탁한 하늘은 다시금 우리를 덮쳤다. 그리고 조류독감으로 2만 마리 넘는 닭이 땅에 묻었다.

인류에게 반복되는 재앙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바로 <페스트>이다.

 

첫 번째 논의는 랑베르였다.

랑베르는 리외에게 추상적이라며 그와 타루의 싸움은 옳은 위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요요님은 그렇기 때문에 랑베르의 싸움이 더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감정은 추상적이지 않다. 부인을 만나고 싶은 그리움 그리고 고향과 부인에 대한 사랑...

그 구체적인 감정. 그것이 랑베르를 움직인다.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싸우는 것만이 한 사람만이 승리의 쾌거를 전유하는 방식의 영웅주의 또는 영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폭력에 맞설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를 스페인 내전에서 배웠다.

책을 읽으면서 랑베르라는 인물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했다.

대의를 위해 하는 싸움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을 위한 싸움은 항상 그보다 뒤로 밀린다. 랑베르는 대의와 명분의 폭력성을 사유한 인물이다.

 

<페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에 발이 묶였던 작가의 경험(당시 카뮈는 프랑스가 해방될 때까지 아내의 소식을 듣지 못한다.)을 녹여내고 있다.

70여년이 지났지만 카뮈가 묘사한 폐쇄된 도시, 통계라는 숫자의 장난, 글루미한 분위기는 현 코로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흑사병이란 전염병으로 인해 통계가 도입되었고 이는 생명관리정치가 실시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확진자를 살피며 100명 정도는 괜찮고 300명이 넘으면 위험하다는 감각은 고통을 숫자로 환산한다.

 

유진님은 소설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공동체의 고통이 아닌 개인적인 고통으로 느끼며 허무주의에 빠지고 있는 자신의

갑갑한 현실을 토로했고

 

재하는 재난 영화에서 보편적으로 보여지는 맞써 싸우는 이야기가 아닌 일상의 이야기인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유진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랑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 병과 살아가고 싸워가는지 더 궁금해졌다.

 

부조리한 삶이라고는 없는 그랑, 성실함으로 승부하는 리외, 재앙을 이해하기 위해 보건대를 만든 타루,

개인적인 행복이 아니라 명분의 싸움에 합류한 랑베르, 페스트는 신의 심판이라 믿는 파늘루 신부,

그리고 페스트 상황이 더 편한 코타르까지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재앙의 상황을 만나고

그로 인해 엮인 삶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공지!!!!!!!!>

다음주에는 <페스트> 끝까지 읽습니다.

꼼꼼하게 읽기 위해 발제가 아닌 분들은 3개의 씨앗 문장을 발췌합니다.

발제문에 기반한 세미나가 되기 위해 발제문을 미리 읽고 출력해서 세미나에 참여합니다.

발제를 맡으신 분들이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오시면 더욱 활발한 세미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도 줌으로 뵐께요

댓글 1
  • 2021-02-23 21:10

    지난 세미나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각자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나누는 시간이었다면
    다음주는 주요 키워드들을 통해 까뮈의 <페스트>에 대해 더 깊게 토론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일단 꼼꼼히 읽고 맘에 꽂히는 씨앗문장부터 잘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동안 문탁공부방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여럿이 같은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 괜히 웃음이 나오네요.
    공부방에서 공부도 같이 하고 매주 세미나도 같이 하게 되어 저는 마냥 좋기만 합니다!!
    비전을 찾는 밀도높은 비전세미나가 되도록 함께 잘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