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네번째 수업 후기

잎사귀
2023-09-14 12:04
180

마지막 수업 후 제 컴이 맛이 갔습니다. 겨우겨우 달래서 잠시 힘을 내주어 재빨리 후기를 작성해 봅니다.

이 예기치 않은 "우연"은 시간이 흘러 어떤 "필연"으로 해석하게 될까요? 기대됩니다 ㅎㅎㅎ

 

6강 위버멘쉬: 인간 육성의 새로운 방법론

7강 긍정: 디오니소스적 변신과 영원회귀의 존재론

 

두 강의는 마치 한 몸처럼 전개되고 있는 거 같아요. 

니체는 본인이 진 채무에 대해서만 책임감을 갖는 선사적 문화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음으로써 생긴 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라고 평생 억압당하는 원한과 자책의 문화를 대비시키며 인간이 약자가 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선사시대 주권적인 개체였던 강자들도 "역사"를 관통하면서 스스로 약자가 되었기에 인간은 인간 너머의 존재, 위버멘쉬가 되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위버멘쉬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머리로 이해하려 하면 절대 잡히지 않는 개념이 위버멘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성과 분별 너머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완전한 긍정" 뿐입니다. 무엇을 긍정할까요? [삶],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한 긍정.

 

[삶]에 대한 긍정이란 지금 살고 있는 삶과 다른 삶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100%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우연(일)이 와도 거부하고 싫어하고 미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지금.여기]를 즐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작은 조각 같은 우연들은 꼭 내 생에 있어야만 하는 필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연을 스쳐지나가는 단발성 사건으로 치부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도할 때와 우연을 필연의 과정으로 여기고 모든 일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어떤 우연이든 관점이 달라져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될 때(창조할 때) 똑같은 삶이 백번이든 만번이든 되풀이 되도 그것은 늘 새로운 삶이겠지요. 영원회귀도 문제없어지는 거죠. 새로이 창조된 삶이니까요. 나에게 온 원치않던 우연(일, 경험)이 훗날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는 경험 다들 해보셨을거에요. 그 경험을 떠올리시며, 훗날 그랬구나...하고 해석하게 되는 행위를 지금.여기로 가져온다고 생각해보셔도 좋을 거 같네요. 지금.여기에서 긍정을 발휘해보는거죠. 이 우연의 실체를 나는 모른다. 단지 내 삶에 꼭 있어야 하는 거라 왔을테니(왜냐하면 왔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했다면 오지 않았겠죠.)  기꺼이 겪어주겠다!!!

 

니체강의,를 읽으며 언어의 한계가 자주 떠올랐습니다. 라캉은 <인간은 자신의 직감이 파악하는 세계의 전체성을 표현하려고 계속 말을 뱉어내지만, '말은 항상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숙명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정말 많이 편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의 괴로움과 오해가 많이 해소되었거든요.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이해받지 못해도 서운하지 않았고 타인의 말에는 더욱 귀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니체의 말도 니체의 마음과 사상이 다 담겨 전해질 수 없기에 저마다 다 다른 해석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저는 즐겁고 흥미로웠습니다. 누구의 해석보다는 나의 질문과 해석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저이기에^^ 읽지도 않은 니체책이 몇 권 있는데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사고실험이 마구 흘러넘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ps. 니체가 중국인들을 폄하한듯 묘사한 문장은 중국인이라는 인종에 대한 비판보다는 중국이 중심이 되는 도덕주의(유교) 문화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독교가 없는 동양도 도덕이라는 진리로 인해 못지 않게 죄의식=책임감을 주장하는 문화가 아닐까 싶어서요.

-주권적 개체를 생성하는 문화로 저는 인디언 문화가 자주 떠올랐어요. 인디언 문화가 그렇게 몰살당하지 않고 전세계로 퍼졌다면 인류는 어쩌면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 그런데 농경을 기반으로 하는 정착문화에서 국가를 탄생시키지 않는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그런 의문들이 떠올랐습니다.

 

 

 

 

 

댓글 2
  • 2023-09-14 17:21

    후기를 읽으니 세미나 내내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웃고 계셨던 잎사귀샘이 떠오르네요ㅎㅎㅎ 책에선 다뤄지지 않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장 강인한 존재로 다뤄지는 게 ‘어린아이’거든요. 어린아이는 단순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나타내는 ‘까꿍놀이’에도 해맑게 웃습니다. 그리고 다시 ‘까꿍’해도 그 모습을 처음 본 것처럼 또 웃지요. 니체는 이런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삶의 긍정성과 영원회귀를 본 것 같습니다.

    4주동안 컴팩하게, 즉흥적으로 진행한 세미나임에도 많은 영감들을 얻고 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잎사귀샘이나 초빈처럼 니체에 푹 빠지게 된 분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 2023-09-18 16:58

    잊고 있다가 마지막 후기를 찾아 읽으러 들어왔습니다. 잎사귀샘 후기를 읽으니 위버맨쉬와 긍정에 대한 이해가 한층 선명해진 느낌이 듭니다. 이 기회를 빌어, 한발 늦게 신청했는데 제게 기회주신 우현님께도 감사드리고요. 니체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 만큼이나 호기심이 컸던 제게 이번 <니체 강의> 게릴라 세미나는 더없이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원전을 읽어보며, 니체를 다시 새롭게 만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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