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 읽기 첫 번째 시간 후기

진달래
2023-08-23 19:48
210

몇 해 전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명랑 철학 : 니체를 읽는 아홉가지 키워드>라는 책이 나왔을 때 이수영 샘이 문탁에 오셔서 직접 강의를 하신 적이 있었다. 이름만 들었던 '니체'를  그 때 처음 만났다. 

그렇지만 '니체'를 만났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강의가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공동체가 교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했던 이수영 샘의 말이었다. 

 

                     

 

 

<니체 강의 : 전복의 사유와 변신의 기술>은 그 때 <명랑 철학>의 개정판이다. 

서생원 서가에 자꾸 쌓이는 책들도 부담스럽고,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는 니체는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기도 했다. 

바쁘다는 우현을 꼬드겨서 결국 게릴라 세미나를 열었다. 

 

역시 '니체'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현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 본 적이 있다고 하고 잎사귀 샘도 불교 공부를 하시면서 니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공부를 조금 하셨다고 했다. - 코끼리 뒷다리인지 앞다리인지는 좀 알 수 있을 듯

 

세미나 시간은 각자 인상 깊게 보았던 부분들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니체가 강자나 약자, 좋고 나쁨, 귀족과 노예와 같이 이분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강자라고 해서 물리적 힘이 센 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찬가지로 약자라고 해서 무력한 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니체가 말하는 '권력의지'는 이런 물리적이고 양적인 힘의 비교를 넘어서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무력한 자들도 권력의지 다시 말해 지배의지를 엄청나게 강할 수 있다." p84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입장에 이렇게 불편한 언어를 가진 니체를 젊은 친구들은 왜 궁금한지, 궁금했다. 

이런 언어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머리를 땅 치는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스샘은 이런 니체의 언어를 개념어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망각하는 능력이 없을 때 생긴다는 '소화불량' 

소화불량이라는 것은 소화되지 못한 것, 결국 자기 것이 되지 못한 것. 

여기서 망각 능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망각 능력이 고장나면 한마디로 '소화불량' 환자가 된다 일정 분량 이상의 자극이 들어올 때면 그것들을 무의식 속으로 보내지 못해서 소화나 수용이 불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현실과의 교섭에 장애가 생기면서 현실로부터 도피해 버리는 환자가 되는 것이다."p86

 

이 망각의 능력은 원한과 연결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첫번째 강의 원한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원한의 감정이라는 걸 느꼈다. - 어떻게 해야하지... 

 

잎사귀샘은 니체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그러고보니 백련강(윤종욱)샘의 말처럼 이 책의 소제목이 절묘하다.  

인트로 "니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의 소제목이 '나를 혼동하지 마시오' /  '사건과 운명이 되는 법' /  '건강하게 아프게 되는 법' / '원한에 빠지지 않고 "러시아적 숙명주의"로 버티기' /  '싸움의 달인이 되는 법' /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를 선별하는 법' /  '나쁜 식사를 금하라'  / '좋은 풍토를 선택하라'  / '자신에게 어울리는 휴식을 취해라'  / '힘을 낭비하지 말라' 이다. 

 

세미나 시간에 20대의 초빈은 궁금한 게 많아 보였고, 세미나 시간이 끝나고 나는 뭔가 불편해졌다.

이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 좋은 걸까? 

 

"영양섭취, 풍토, 휴식, 힘의 보존과 지출과 같은 것들은 사소하다면 아주 사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제까지 중요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니체를 통해 '다시 배우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배웠던 것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해로운 것은 아닌지 다시 배워야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배워야 한다. 그런데 혹시 우리는 '배우는 법' 마저 잘못 배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배우는 것만아 아니라 배우는 법마저 니체에게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p52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 세미나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몹시 궁금하다. 

첫 시간에 못 오신 두 분과의 만남도 앞으로 읽을 책의 부분도 ... 다음 시간에는 빠지시는 분이 없이 모두 뵙기를 바라며... 

두 번째 시간엔 두 번째 강의  양심의 가책. 세 번째 강의  위계를 읽고 만납니다. 

 

 

댓글 3
  • 2023-08-24 14:40

    '권력의지'와 '소화불량'의 개념이 머릿속에 길게 남네요...
    책이 재밌어서 다음 부분도 열심히 읽고 있어요ㅎㅎ

  • 2023-08-24 17:13

    ㅎㅎ 세미나 시간을 생각나게 하는 후기입니다..
    니체의 언어가 좀 불편하고 생소하지만, 같이 읽으면서 서로 물어가며
    배울 기회입니다..

    '선과 악' vs '좋음과 나쁨'
    저는 '선과 악' vs '좋음과 나쁨'을 비교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언뜻 그 비교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니체는 '선과 악' 이라는 도덕의 세계를 넘어서,
    '좋음과 나쁨'의 윤리학으로 전환하자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니체는 '생리학'이란 표현을 썼고,
    소화불량이란 말, 원한과 분노라는 말을 쓴 듯 합니다.
    뭐가 선한가 보다, 뭐가 좋은가로의 전환..

  • 2023-08-24 17:41

    저는 강자와 약자의 개념이 나 자신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지 남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지에 대한 고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강자인지 약자인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붓다의 자등명 법등명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예전에 차라투스트라를 읽을 때보다 선명하지 않았던 많은 부분들이 보다 뚜렷해져서 읽기가 더 재밌었던거 같아요. 귀족의 태도와 노예의 태도, 망각과 기억, 소화와 소화불량, 건강과 불건강.. 니체는 대비시켜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는 거 같아요. 뒤집어서 생각해보기의 달인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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