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 북쿨라에는 어려운 책만 있올 것이다? [O/X]

고은
2023-07-05 16:01
318

2회를 맞이한 북쿨라, 책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문탁에 모이는 책들이라 하믄, 어쩐지 어려울 것만 같으신가요? 철학책, 사회과학책, 이런 것만 잔뜩일 것 같아서 별로 안 땡기시나요? 어쩐지 내 책은 얇고, 베스트셀러에 들었던 작품이라 내놓기가 어렵다고 느껴지시나요? 사실이 아니라곤 말 못하겠지만(^^;;), 꼭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답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모인 책 중엔 '앗, 이런 신선한(a.k.a. fresh) 책도 북쿨라에??'하는 책들을 소개해드릴게요.

 

 

 

 1. #작가들의 #일상 #에세이

 

 

첫 번째 소개해드릴 책들은 에세이집입니다. 사실 에세이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에세이를 빙자한 사회과학 책, 에세이를 빙자한 인문학 책, 에세이를 빙자한 사회비판 책.... 많이 읽어보셨죠?^^ 그러나 여기 이 네 권의 책은 모두 빙자하지 않은 에세이, 진짜(?) 에세이입니다.

 

이 네 권 중 세 권은 소설가가 집필한 에세이집입니다. <생활이라는 계절>은 <콜센터>, <청춘 파산>등을 집팔한 김의경 작가의 에세이이구요.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는 <보경교사 안은영>으로 유명한 정세랑 작가의 에세이집, <일간 이슬아>는 최근 <가녀장의 시대>를 쓴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집입니다. 세 작가의 소설을 재밌게 읽어보셨다면 작가의 에세이집 또한 이번 북쿨라에서 집어서 읽어보셔요.

 

진짜(?) 에세이인만큼, 책 안에는 에세이집에서 볼 수 있는 재밌는 구성 요소도 있답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는 정세랑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찍었던 현장감 있는 사진이 담겨있어요. 글과 매칭되는 것도 있으니, 정세랑 작가의 생활 모습에 흠뻑 빠져볼 수 있을 겁니다. <사물의 뒷모습>에는 안규철 작가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요. 안규철 작가는 미술 작가로 일상적 사물과 공간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해요. 제 기억이 맞다면 매 쪽마다 그림이 하나씩 있는데, 아주 소박하지만 정갈한 그림이라 나도 모르게 그림이 그려지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생활이라는 계절>과 <일간 이슬아>는 작가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생활이라는 계절>은 일상의 장면을 사계절로 분류해서 책에 그려냅니다. 작가는 이 책을 쓰고 나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일주일에 한 번,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것을 생활을 정리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니 이 책은 김의경 작가가 매주 그려나간 일상의 정리 결과물인 셈이지요.(결과물이라니;; 에세이적인 사람은 아니라, 멋드러진 표현은 좀 어렵네유..^^..) 매주 에세이 한 편을 쓴 건 이슬아 작가도 마찬가지였지요. <일간 이슬아>에는 이슬아 작가가 부지런하게 매주 써내려갔던 온갖 일상들이 그려져 있답니다. 두 권 모두 읽고 나면 나도 에세이를 써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지 않을까 해요.

 

 

 

 

2. #사랑 #연애 #가족 #결혼

 

 

요즘 핫한 주제 중에 하나가 바로 비혼을 넘어서 '가족구성권'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출판 시장에 가족구성권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는 작년 2월에 나온 책으로, 근래의 열풍에 살짝 앞선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결혼을 하지 않고 두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책 소개에는 "가부장제 가족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온 여성 창작자들이 제일 먼저 이 책의 내용에 뜨거운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어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이루어졌다."고 쓰여있어요. 

 

가족구성권이 핫한 이유는 가부장제를 문제삼으로써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맥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연애이지요.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라는 책은 제목이 책의 모든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문학협동조합에서 2014년에 나온 이 책은, 어찌보면 인문학 공동체에 있는 모든 청년들이 일부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용을 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애를 하고 있는 저조차도 저 제목에 완전히 동감할 수 있거든요. '연애'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10대~20대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랑의 기술>은 고전이지요. 은근슬쩍 이곳에 끼워넣어봤습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샀던 게... 17살 때였던가요? 도대체 연애가 뭔지, 왜 해야되는지 모르겠어서 '연애'로 검색되는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을 샀었는데요. 그때 앞부분만 5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은 건 재밌어서는 아니었고요. 이해가 안되서,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앞부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하다가 놓아버린 거지요..?^^ 여튼 '사랑'에 대해 철학적으로 논하고 싶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랍니당. (아직도 다시 못 읽어서 뭐라 더 못 쓰것네요^^;;)

 

 

 

 

3. #절판 #희귀 #레어템

 

 

이번 북쿨라에는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습니다. 먼저 <혼인의 문화사>는 중국 고대의 성, 결혼, 가족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에요.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여성이라면 동양고전에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성차별적인 내용, 혹은 오늘날 성차별적인 행위의 근거가 되어주고 있는 내용을 만나게 되는데요. 아무리 그 당시에는 그 개념들이 그리 쓰이지 않았다고 한들, 여성들의 진짜 삶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기 마련이지요. 이 책은 그런 가려운 부분 일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책입니다. 성, 결혼, 가족 이야기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그들의 삶은, 문화는 어땠을까요? 예전에 문탁에서도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 책이랍니다.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니, 궁금하신 분들은 절판된 <혼인의 문화사>를 선점해보셔요.

 

<길리언>은 카카오에 연재되었던 웹툰이 묶인 책입니다. 언제였을까요... 대략.. 5~10년 전쯤..? 제가 펀딩으로 받아본 책이에요. 딱 그 펀딩 한 번만 했기 때문에,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책이지요. 아, 그런데 무슨 내용이냐구요? 여수역과 서울역 일대에서 노숙생활을 했던 김태현씨가 스토리 작가로, 만화가 신웅 화백이 그림 작가로 참여해 나온 만화책이여요. 김태현 작가가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중 어떻게 지금의 연인을 만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노숙생활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실제 인물들의 실제 스토리를 통해 노숙인들이 겪는 차별, 노동, 가족 이별, 우정, 사랑, 죽음 과 같은 주제를 담았다고 해요. 당시에 노숙인들의 삶이 너무 너무 궁금해서 없는 돈 쪼개서 펀딩했던 책인데, 이번에 화끈하게 내놓아봤습니다.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는 2012년에 나왔다가 2015년에 품절된 책입니다. 러시아 이민 가정 출신으로 뉴욕에서 태어난 머레이 북친은 10대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노조운동에 참여했다고 해요. 그러나 스페인 내전을 게기로 스탈린식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낀 후에 평생 아나코-공산주의 활동과 저술에 전념했습니다. 지금은 '사회적 생태론의 창시자'라고 불리고 있지요. 생태와 에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이 책을 집어보시면 좋겠어요. 대의민주주의를 넘은 지역자치의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에코 기획에 우리는 얼마나 동의할 수 있고, 또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절판된 이 책 놓치지 마셔요!

 

 

 

 

 

보다보니, 어쩐지 내 책도 꺼내놔도 괜찮을 것 같다 싶으신가요?

북쿨라 책은 9일, 그러니까 이번 주 일요일까지 받습니다. 보라색 방에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https://moontaknet.com/?page_id=8380&mod=document&uid=3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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