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릴레이7> '플라스틱빌'에 출구가 있을까?

블랙커피
2020-08-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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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빌에서 옴짝달싹 못하다

 

<에코챌린지>를 시작한 지 54일 차가 되던 날. 아침부터 나는 다음날 세미나 준비로 책과 씨름을 해야 했다. 저녁때가 되어서도 메모를 한 줄도 쓰지 못한 상태였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저녁 식사로 설렁탕을 배달시켰다. 배달된 설렁탕 한 끼 분은 탕은 비닐에, 밥은 코팅된 종이와 플라스틱 뚜껑에, 김치는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되어 있었다. 딸과 함께 배달된 설렁탕을 먹고 세미나 메모를 무사히(?) 쓴 후, 나는 그날 ‘공생자행성’ 일지에 반성문을 썼다. 

 

 

사실 나는 ‘에코챌린지’ 이전에 바쁜 날을 포함해서 집안일에 매달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달 음식을 꽤 시켜 먹었다. 기름지고 뻔한 배달 음식들에 질리기도 했지만, 배달앱 ‘요**’ 등이 생기면서 선택 메뉴가 많아지자 이곳저곳 골라서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에코챌린지>를 시작한 이후, 나의 편리함을 위해 꽤 많은 양의 플라스틱 용기들을 소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배달 음식을 많이 줄여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밥 차려 먹기가 힘든 상황이 닥치면, 떨리는 손으로 ‘요**’을 검색하고 여지없이 일회용품 폭탄을 맞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다면 일회용품 폭탄을 맞지 않게 될까? 도전 70일 차에 나는 딸이 잘못 사 온 반조리 쌀국수 제품으로 인해 일회용 포장재를 한가득 배출해야만 했다. 비닐 겉 포장, 쌀국수 면을 1일분씩으로 나눈 두 개의 비닐 속 포장, 두 개의 건더기 스프 봉지와 육수 봉지,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담은 얇은 플라스틱 용기까지.

이쯤 되면 플라스틱 용기를 그나마 줄이려면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조리를 해서 먹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도 일회용 포장재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형마트에서부터 동네 야채가게까지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지 않은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나의 경우는 날을 잡아 시장조사(?)를 한 덕에 미리 포장하지 않고 파는 곳을 몇 곳 알아 두었다. 그곳에서 감자, 양파, 당근 등의 몇 가지 야채와 몇 종류의 과일, 고기류 정도를 내가 준비한 용기나 천주머니를 이용해 구입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사 온 물품들이 내 식생활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아직도 많은 식료품들을 마트에서 포장된 것으로 살 수밖에 없고, 여전히 끼니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을 주르륵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에서 잠깐씩만 쓰고 배출하는 플라스틱 용품들이 식생활에만 있으랴. 플라스틱 용품은 우리의 의식주 공간 구석구석에 스며있고, 우리가 활동하는 순간순간 많은 양이 알게 모르게 사용되고 버려지고 있다. 일회용 포장재들을 비롯한 플라스틱이 우리를 둘러싼 물질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많은 오늘날. 이를 두고 <플라스틱 사회>를 쓴 저자 수전 플라인켈은 우리가 ‘플라스틱빌(도시를 플라스틱으로 재현하고 있는 장남감 세트)’ 안에서 살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플라스틱, 인간에게 물질적 자유를 약속하다

 

내가 일부러 애를 쓴 것도 아닌데 어쩌다가 우리의 삶에서 플라스틱이 가득 차게 되었을까? 이를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성 속에서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 <플라스틱 사회>는 플라스틱의 물질성의 핵심을 잘 설명해 준다.

플라스틱의 어원은 그리스어 동사 plassein으로, '주물하다', 형태를 만들다'라는 뜻이다. 이는 형용사나 동사로 쓰일 수는 있어도 명사로 쓰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러한 점은 플라스틱이 특정 물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특성(가소성)을 잘 말해준다. 나무, 돌, 금속, 광물 등의 천연 물질은 모두 그 자체의 내재적인 성질이 있어서 그것의 쓰임새가 한정적인 반면, 플라스틱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이러한 특징은 중합체(polymer, 그리스어 어원은 ‘많은 부분들’이라는 뜻)가 갖는 물질적 특징이다. 중합체는 단량체라고 부르는 원자 단위 수천 개가 사슬로 길게 이어져 거대한 분자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을 말한다. 중합체 분자들은 물 분자와 같이 작고 간단한 분자에 비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데, 이 분자들이 거대하다는 점이야말로 플라스틱의 본질적인 특성을 설명해 준다. 가소성(plasticity), 즉 다양한 변신 가능성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많은 구슬로 만들어진 긴 목걸이를 이리저리 조작한다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구슬 몇 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변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도로 늘리거나, 쌓거나 돌돌 말거나 하며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중합체이다.

 

 

플라스틱의 다양한 변신 가능성은 우리를 자연의 제약에서 해방시켜 인간에게 물질적 자유를 약속하는 시대를 열었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후 목재의 경직성이나 금속의 반응성처럼 물질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약은 더이상 인간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귀하고 희소한 자연 물질은 인조 합성물질로 대신하거나 정확히 모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9세기 중반에 최초의 준합성물질인 셀룰로이드가 발명된 이유도 당시 상류층에서 당구가 유행하자 당구공의 원재료인 상아의 수요가 급증하여 이를 대체할 물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제프리 메이클은 <미국의 플라스틱>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가공 처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던 물질들을 대체함으로써, 설룰로이드는 팽창하고 있던 계층인 소비 지향적 중산층을 위해 상당히 많은 제품의 소비를 민주화했다”고 말하고 있다.

물질적 제약에서의 해방과 물질적 풍요를 위해 발명된 플라스틱은 1920~30년대에 떠오른 석유화학업계와 결합하면서 더욱 강력하게 기존의 물질들을 대체해 나갔다. 여기에 2차 세계대전 때 전략 물질인 금속을 플라스틱이 대체하면서 플라스틱 생산력이 급속히 증가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플라스틱 산업계는 이미 늘어난 플라스틱 생산력을 감당할 시장으로 소비재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하여 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며, 이로써 모든 사람이 현대 생활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리는 소비의 대중화 사회가 도래한다.

 

 

플라스틱, 재앙이 되어 돌아오다

 

얼마 전 훈남, 훈녀 의사들의 명랑한 의료생활을 그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메디컬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다. 이런 메디컬 드라마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외상환자, 40주를 많이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 장기에 퍼진 암으로 고통받는 암 환자 등을 최첨단 의료장비들을 동원하여 노련하고 정교한 의술로 치료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장면에서 현대 의학의 기적을 실감하곤 한다. <플라스틱 사회>는 이러한 현대 의학의 기적이 대부분 중합체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정교한 영상장치, 환자용 변기, 일회용 장갑, 주사기 등의 일상적인 의료도구들부터 인공 심박기, 인조 혈관, 인공 관절 등에 이르기까지 의학은 중합체 테크놀로지의 집약체이다.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장비들- 인큐베이터는 물론이고 아기의 상태를 체크 해주는 각종 장치들과 아기에게 약품과 영양분을 날라주는 링거백과 링거 튜브 등-은 지난 40년간 미숙아 생존 확률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링거백과 링거 튜브에 주로 사용되는 PVC에서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로써 우리는 병을 치료하는 행위가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링거백에 쓰이는 연질PVC(폴리염화비닐)는 유연제로 프탈레이트가 들어가는데, 이는 PVC 분자 사슬에 원자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밖으로 쉽게 빠져나온다. 프탈레이트는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각종 호르몬의 생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발달기에 노출되었을 때 내분비 교란을 심각하게 겪을 수 있다.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의 노출은 체내에 흡수되는 양이나 발달 단계상의 특성으로 인해 그 유해성이 더 큰데, 신생아 중환자실에 치료받는 미숙아들에게서 잘 나타나는 간 질환이 프탈레이트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한다.

프탈레이프의 검출 이후 많은 연구들을 통해 각종 플라스틱에서 비스페놀A, 스틸렌 등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소비자들의 압력으로 환경호르몬 물질이 나오는 플라스틱을 대안 제품으로 교체해 가고 있다. 그러나 대안 제품이 더 비싸다는 현실은 유해물질이 나오는 플라스틱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머무르게 한다. 더욱이 내분비 교란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복잡하고, 그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표적으로 알려진 중합체 외의 다른 중합체들의 위험성이 항상 우리 곁에 잠복해있다. 그래서 플라인켈은 ‘플라스틱빌’ 안에 사는 우리 모두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가들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링거백을 연질 PVC로 만들게 된 것은 깨지기 쉬운 유리에 비해 장점이 많아서였다. 그런데 이것이 환경호르몬이라는 재앙의 물질로 되돌아왔듯, 가볍고 강하며 오래가는 플라스틱의 대표적 특성은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라는 재앙의 물질이 되어 자연에 되돌아왔다.

얼마 전에 최근의 기록적 폭우로 인해 강물을 따라 육상에서 흘러든 쓰레기로 어촌 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는 우리가 쓰고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바다는 육상에서 넘쳐나는 쓰레기가 물길을 따라 다다르는 종착지다. 육상에서 출발하여 바다에 이른 쓰레기는 흘러 흘러 해양 한가운데 이르는데, 여기는 고기압이 항상 내리누르고 있어 해류가 천천히 시계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환류 지역이다. 쓰레기는 이 환류 지역에서 소용돌이치는 해류를 따라 갇히는데, 이것이 해양 쓰레기 섬이다.

 

 

 

지구는 이런 환류 지대를 다섯 개 이상 가지고 있고, 이곳에 해양 쓰레기 섬이 형성되어 있다. 아시아와 북아메리카에서 버린 쓰레기는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안으로 들어가므로, 한반도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흘러 흘러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안으로 들어가 이곳의 커다란 쓰레기 섬의 일부가 된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라이산 알바트로스들이 먹이를 잡는 곳!! 알바트로스들의 내장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은 언젠가 내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일 수도 있다.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직접적으로 해양 동물들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플라스틱은 미생물과 만나 생분해되기 전에 햇빛의 자외선에 의해 광분해된다. 자외선이 분자의 결속을 깨뜨려서 긴 중합체의 사슬을 끊게 되면 플라스틱은 유연성과 인장 강도를 잃고 부서지기 시작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잘게 부서지다 미생물이 생분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쪼개진다. 이렇게 플라스틱이 생분해되는 정도까지 가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도 육지에 있다는 조건 하에서의 얘기다.

플라스틱이 해양에서 분해되는 속도는 거의 정지다. 염수는 광분해조차도 방해하고, 바다의여러 조건들은 플라스틱을 잘게만 부술 뿐이다. 흘러 흘러 해양에 이른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둥둥 떠다니고, 식물성·동물성 플랑크톤과 함께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이후 미세 플라스틱들은 먹이 사슬에 의해 흘러 흘러 우리의 몸에도 당도한다.

플라스틱이 몰고 온 물질적 풍요. 이 풍요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의 물건들도 잔뜩 만들어 놓았고, 이에 따라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가볍고, 강하고, 오~~~래가는 쓰레기들이 육지와 바다에 넘쳐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플라스틱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것은?

 

<플라스틱 사회>는 플라스틱을 발명한 후 황홀경에 빠져서 끌어안았던 초기부터, 환상이 깨지고 무관심과 혼란이 뒤섞이게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플라스틱과 맺어 온 관계의 궤적을 추적한다. 여러 상징적 물건들-빗, 의자, 프리스비(원반 장난감), 링거백, 라이터, 비닐봉지, 페트병, 신용카드-을 통해 플라스틱의 역사와 문화, 플라스틱 물건의 제조 과정, 플라스틱을 둘러싼 제도적 논쟁들, 인조 합성물질이 건강과 환경에 끼지는 영향, 플라스틱 재활용의 성과와 한계,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 등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플라스틱 원수지를 만드는 미국의 케미칼 공장에서부터 원수지를 재가공하여 장난감을 만드는 중국의 제조공장까지 직접 발로 찾아 다니며 취재하고 있어, 좀 더 생생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수전 플라인켈 | 을유문화사 | 2012년

 

저자는 플라스틱과 관련한 다양한 현장을 둘러본 후에 현재 플라스틱과 우리가 역설적(?) 관계에 있다고 진단한다. 플라스틱은 우리를 자연의 한계에서 해방시켜 주고, 소비의 대중화(민주화?)와 전례없는 의학적 발전을 가져다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점이 있지만, 환경호르몬,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등과 같은 골치 아픈 문제도 발생시켰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플라스틱의 역설이란 이점과 문제점이 함께 있다는 의미 정도라 할 수 있으며, 저자의 결론 은 이점을 취하고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저자는 예방적 관점에서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물질임을 제조업자가 입증하는 규제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처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 것 등으로 우리가 플라스틱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으로 “물질과 맺는 관계를 재정립하는 아주 거대한 프로젝트”를 말하는데, 이를 저자의 논지와 연결하여 보면 플라스틱의 이점과 문제점 사이에서 인간이 균형을 이루는 관계쯤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가진 이점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문제점이 따로 분리될 수 있을까? 저자가 이점으로 보는 플라스틱의 면면들을 취하는 순간 문제점은 따라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것이 플라스틱의 역설이고, 우리를 플라스틱 문제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아포리아가 아닐까? 이쯤에서 얼마 전 읽은 리처드 세넷의 <장인>의 프롤로그 한 단락이 생각난다.

 

…… 지속 가능성은 고령의 마르틴 하이데거가 꿈꿨던 것처럼, 자연과 더불어 보다 조화롭게 살면서 우리 자신과 지구 자원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즉 서로 대립하는 힘 사이의 평형과 화해라는 이미지가 이 지속 가능성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이다. 환경문제에 대처할 실기를 창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철학은 적합하지도 않고 충분하지도 않다. 생산 관행과 소비 관행을 변혁하려면 우리 자신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자기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자원을 활용해온 방식을 바꿀 만한 좀 더 강력한 자극은 우리 자신을 우연이나 운명에 의해 남의 땅에 떠밀려온 이민자처럼 보는 태도에서 나올 것이다. 즉 자기 땅처럼 함부로 지배할 수 없는 낯선 땅에 들어선 이방인처럼 말이다.(32) ……

 

<에코챌린지>를 시작한 지 85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챌린지 활동을 하면서 많은 플라스틱 관련 책들, 동영상, 다큐 등을 보았다. 여기서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적 실천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일회용 포장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효과적인 재활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업은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좀 더 친환경적 포장재를 개발해야 하며, 재활용 활성화에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

셋째, 개인들은 마구 쓰고 버리는 문화를 변화시키고, 플라스틱 포장이 과다한 것의 구입을 거부하고, 재활용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정도에서 ‘플라스틱빌’에서 벌어지는 플라스틱 관련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 정부, 기업, 개인이 저 사항들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악순환의 고리는 이미 우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이 악순환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무엇을 하자라는 구호보다 벽에 부딪치기가 더 시급한 것이 아닐까? 챌린지는 100일을 향해 가는데 여전히 출구를 찾을 수 없다.

 

댓글 2
  • 2020-08-16 19:09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기업도, 정부도 신경 쓰겠죠.
    나부터, 우리부터 어쨌든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코팀 덕분에 저도 자꾸 정신 차리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 2020-08-16 22:51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다 하여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겠지요?
    에코 챌린지팀이 소개해 준 7권의 책 이야기는 이번 편으로 마무리되지만
    아무것도 끝난 건 없네요.
    묵직한 숙제를 받은 느낌이지만.. 어쩌겠어요?
    이왕 받은 숙제, 외면하지 말고 즐겁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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