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 읽기 두 번째 시간 후기

초빈
2023-08-31 17:11
181

 책이 재밌다고 주변에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니체 강의 2회차 후기를 담당하게 된 초빈입니다ㅋㅋ 
 
읽고 있는 텍스트 <니체 강의>의 부제가 '전복의 사유와 변신의 기술'인데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전복'이라는 단어가 니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마땅히 옳다고 여겨지는 관념들을 파격적인 언어로 부수고 자신만의 구조를 세워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게 재밌었어요. 많은 청년들을 홀린 사상가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면모에 사람들이 매료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ㅎㅎ 
 
세미나 중에는 니체의 개념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이 개념을 현실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책에 많은 개념들이 등장하는만큼 제가 다 정리하기엔 역량 밖일 것 같고!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내용들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삶에는 어찌할 수 없는 짙은 불쾌감이 있습니다. 사는 게 이상하게 권태롭고 짜증나고 피로하고 우울하지만, 그 이유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해 니체는 '생리적 고통'이라고 땅땅땅 못박아버리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교감신경에 병이 있거나, 담즙의 지나친 분비나, 혈액에서의 황산칼륨이나 인산칼륨의 결핍에 있을 수 있으며,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하복부의 압박 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난소나 그와 같은 기관의 퇴화에 있을 수도 있다'고요. 가끔 그런 경험이 있어요. 그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안좋아서 이게 왜 그러지 싶었는데 실은 몸이 아파서 그랬다는 걸 깨달으면 급 기분이 차분해지는 경험 말이에요. 저는 오랫동안 제 우울에 대해 '이 우울은 대체 뭐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닦달해왔는데, 이걸 신체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후련한 느낌도 듭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심리적인 문제와 신체적인 문제는 동떨어질 수 없고 그 둘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는데, 원인을 뭐라고 간주하냐에 따라 제 기분이나 태도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ㅎㅎ 

 

니체가 말하는 '강자'는 자기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기자신 그 자체로 긍정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교를 통해 그 대상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예를 들어 '있음'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없음'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요. 다른 것과 비교하는 게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사물을 규정할 수 있을까요? 니체는 거기에서 필요한 게 '본성상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물(혹은 사람)이 그 사물로서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강자는 '스스로 다름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른 강자들과의 경쟁을 하며 자신을 더 상승시킨다고 합니다.

근데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야 할까..?'

[자기자신을 비교없이 긍정해야함->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차이를 만들어내야 함->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타인과의 경쟁]

논리적일지는 몰라도 너무 철학적인 구조를 세우기 위한 결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긍정을 해야하지? 물론 인간은 셀프긍정을 하고 싶어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다른 방식은 없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왠지 경쟁을 통한 상승 외에 다른 방식이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적으로 가능성을 느낄 뿐 아직 언어화는 안 되지만요...ㅎㅎ 아무튼 이런저런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신선한 제안에는 끄덕거리기도 하고 재미있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흥미진진... 

 

다음주에 뵐게요~~!!

댓글 4
  • 2023-08-31 18:00

    니체는 역시 제겐 매력적인 철학자 같아요. 이상하게 끌리는 철학자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조빈님의 후기를 읽으며 "사실 생각해보면 심리적인 문제와 신체적인 문제는 동떨어질 수 없고 그 둘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는데, 원인을 뭐라고 간주하냐에 따라 제 기분이나 태도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ㅎㅎ"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체의 말마따나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나의 삶을 긍정하기 위한, 강자의 해석술을 만들어가는 것!을 니체는 주장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차이를 만들기 위해 니체가 꼭 남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 같진 않아요. 타자와 살다보면 적절한 상대를 만나게 되고 그와 전투를 벌이면서 그 전의 나와는 다른, 차이가 발생하는 나로 변신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일 뿐, 그 경험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경험하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어쩌면 경이로움이 바탕에 깔린 전투일지도 모르겠어요.
    니체가 스탕달을 좋아했다고 해서 [적과흑]을 읽고 있는데 거기 나오는 성직자들의 행태를 보니 니체가 말한 병이 무엇인지 생생해지네요 ㅎㅎ

  • 2023-08-31 19:12

    초빈님의 기분(짜증나고 피로하고 우울한)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ㅎㅎ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기분(특히 불쾌한 기분)이 드는데, 그 기분이 사실은 내 몸이 아파서 그랬다는 걸 깨달으면 기분이 급 차분해지는 경험 말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합니다. 내 마음에 생기는 기분을 인정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나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험.

    사실 나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이고, 자신의 처지, 성질, 성향을 돌아보며 사는 것 같고요.
    남들이 좋다는 게 아니라, 내가 좋은 것, 나에게 맞는 것이 무언지를 보는 것..
    거기에 니체의 노예도덕과 주인도덕의 출발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있는 그대로' 사는 사람이 주인이고, 남들이 좋다는 대로 사는 사람이 노예라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는 힘은 굉창히 큰 것 같습니다.
    그것이 든든한 토대가 되어, 쉽사리 휩쓸리지 않고 집중력이 생기는 출발점이 되는..
    그렇게 살다보면, '차이'가 자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이지 않을까요? 차이를 만들어야 하는게 아니라..ㅎㅎ

  • 2023-09-04 13:05

    지난 세미나 시간에는 니체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
    초빈님의 후기를 읽으니 내가 너무 무겁게 니체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 2023-09-04 18:09

    공부가 초빈의 상태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ㅎㅎ 니체는 또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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