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잡아보고, 펼쳐본 북쿨라의 책들

고은
2023-07-10 19:57
366

 

북쿨라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어떤 책들을 소개할까 하다가, 제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을 한번 소개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굉장히 주관적인 북쿨라 책 추천 글이랄까요? 물론 북쿨라가 끝날 때까지 이 책이 남아 있으리란 보장은 못합니다유(?) 

 

 

 

1.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이름을 들어만 봤지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은 없습니다. 강의를 듣거나 소개 받았을 때, 제게 필요한 공부이겠거니 싶었지만서도 확 땡기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북쿨라에 나와 책 실물을 보니, 마음이 확 당깁니다. 확실히 이런 책들은 실물 보기가 어렵잖아요. 쟁쟁한 오프라인 서점에 나와있지 않을테니까요. 책이 귀엽고 예쁩니다. 살짝 안을 펼쳐보니 문체도 정갈하고, 목차도 따라가기 쉬워 보입니다. 이런 게 바로 물성-책을 봤을 때 생기는 쫀득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ismeasure of Man>이라고 해요. 번역하자면 인간이라는 잘못된 척도, 정도가 되겠지요? 인간중심주의의 그 '인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게 어떤 기준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담론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책인듯 합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이 책이 '잘못된 이론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정상'이 형성되는 역사적 사건과 과정을 다룬 류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요. 어쩐지 이 책이 그런 류의 책 중에서  가장 심도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생깁니다.

 

 

 

2. 캐럴 제이 애덤스의 <육식의 성정치>

 

 

이 책은 비건에 관한 책 중 고전에 속합니다. 하지만 저는 읽지 않았죠. 왜냐면... 이것도 물성을 직접 보지 않은 채, 인터넷 페이지만 봤을 때는 영 손이 안 갔기 때문입니다. 제목이... 좀... 약간... 그... 그니까 저는 제목만으로도 벌써 약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북쿨라에 나와서 한번 열어봤더니, 오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네요. 슥 봤는데, 괜히 고전으로 불리는 게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꽤 탄탄한 내용과 문장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갑니다. 사실 페미니스트들에게 비거니즘은 따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어떤 비건들에게 페미니즘은 그런 영역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 애인은 100000% 비건인데요.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멉니다. 비건도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오늘날 페미니즘과 비건의 교차성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애인이랑 이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이토 준사이의 <논어고의>

 

 

두껍고 비싼데다 세미나 커리에 등판한 적이 없어서 사지는 않았지만, 하도 많이 들어서 집에 한 권은 구비해놔야 언젠가 들춰볼 것 같다고 생각한 책이 다들 한 권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저에게는 그 책이 바로 <논어고의>랍니다. 규문에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규창이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규창이는 제가 맨날 논어집주만 읽는다고 뭐라고 했거든요. 거기서 멈추면 어떡하냐, 하면서 일본학자들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규창이의 구박에 응답하려면 언젠가 읽기는 해야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책이었답니다.

 

아, 그런데 이번 북쿨라에 논어와 관련된 책이 정~말 많이 나왔어요. 다들 논어와는 이별을 하실 생각들이신가요..? 아직 논어와 이별할 생각이 없는 저로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4. 강명관의 <뒷골목 풍경>

 

 

동양철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당시 풍속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런데 풍속 중에서도 '뒷골목'의 풍경이라니! 너무 흥미롭지 않나유? 후후. 책 안에 사진을 비롯한 자료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도 구미가 당기더라고요. 뭔가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이 책을 냈다는 게 느껴졌어요. 종종 풍속사를 보면 굉장히 축약되어서, 자료를 많이 살펴볼 수 없는 책들도 있는데요. 그런 책들은 읽어도 제가 그간 공부해온 것과 잘 붙지를 않았어요. 이 책은 자료가 풍부해서 촥촥 붙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몇 장 넘겨 보다가 '전문 도박판과 사기도박의 출현'이라는 꼭지를 발견했어요. 그 옆엔 투전하고 있는 선비들의 그림도 있었구요. 그 그림 속 사람들은 나무 막대기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들 그 판에 엄청나게 몰입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구부정한 자세, 옹졸하게 모인 눈코입이 노름꾼들의 긴장감을 잘 보여주더라고요. 실제로 조선 후기 풍속화 중에 투전을 주제로 한 그림이 여럿 있다고 하네요. 

 

 

 

5. 루스 이리가레와 마이클 머더의 <식물의 사유>

 

 

이 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어 펼쳐봤다가, 목차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어왔는데요. 알라딘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더욱 흥미로워 보이네요! 페미니스트 철학자 루스 이기가레와 식물성의 철학을 선보이는 마이클 마더가 32편의 서신 교환을 통해서 나눈 철학적 사유가 담긴 책이라고 해요. 식물 존재를 통해서 이분법과 동일성의 넘어서는 사유를 선보인다고 하는데, 어머 세상에 이 책 저를 위한 책이 아닌가 싶네요?

 

최근 한국에서도 서간집 형태의 책이 출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서간집을 꽤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동할 때나 시간이 뜰 때 서간집을 한 꼭지씩 읽으면 저도 그들의 편지 리듬에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감히 소신 발언 해보자면, 최근 한국에서 나오는 서간집들은 많이 아쉽다고 느꼈습니다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제가 그간 재밌게 읽은 서간집들은 철학자, 인류학자들이 주고 받은 책이었더라고요. 그런 면에도 이 책은 분명 제가 재밌게 읽을 책일 것 같습니다. 

 

 

 

 

북쿨라는 이번주 목욜, 7월 13일 파지사유 100일장 <쉬어가게>에서 선보입니다~

놀러 오셔서 평소 오프라인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책들을 직접 잡아보시고, 펼쳐보시고, 읽어보셔요^^

 

 

댓글 7
  • 2023-07-10 20:22

    음.. 고은이와 눈치게임을 하든 딜을 하든 해야겠군. 크하하하

  • 2023-07-11 08:55

    도대체 누가 <식물의 사유>를 내놓은거야? ㅋㅋㅋ 이 소장각 책을^^
    글구 저는 <육식의 성정치> 꼭 득하고 싶습니다. 왜냐? 지금 제가 읽는 페미니스트 인류학자가 이 책을 비판하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이걸 읽어봐야겠어요. (저 대신 구입해주실 분 안계신가요? ㅠㅠ)

  • 2023-07-11 18:30

    와 저도 <식물의 사유>에 관심이 가네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겟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ㅋㅋㅋ

  • 2023-07-11 20:43

    아놔... 경쟁자만 늘었네유..^.ㅜ

  • 2023-07-12 07:16

    논어를 잘 몰라 이제 막 논어공부를 시작한 논린이, 그래서 한문공부도 이제 함께 시작한 한린이, 그렇지만 논어에 진심인 초보학인이 논어때문에 북쿨라에 갑니다.

    P.S.
    처음 논어공부할 때에 대부분의 학인들이 하듯이 당근 논어집주와 함께 했어요. 그때 소감은 "역시 공자왈맹자왈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이구나" 했습니다. 깊고 심오하긴 하지만 내 사고의 틀은 바꾸어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참고서적을 여러권 보다 보니 몇몇 책들은, 특히 처세술책 낭송책들은 해석하는 분위기만 조금씩 다르고 거의 비슷한 얼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고서적 중에 <공자의 시작에 서다> ( 뼉똘책, 이번 북쿨라에 내 놓았지만 000 샘께 가기로 정해져 있으니 구경만이라도 ! ) 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 이 책은 오래전 기증받고나서 내 책장 구석에 몇 년째 가로로 눞여져 있었습니다. ) 아 맞아 공자님 책이 한 권 있었지 하고 들여다 보는 순간, 아 이게 논어이구나, 그리고 논어가 논어집주가 전부는 아니구나 했습니다.
    몇 달 seminario를 통해 <논어집주>와 <공자의 시작에 서다>를 함께 함께 펼쳐 놓고 보면서 생각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 이래서 논어가 고전이구나! 아, 학문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그렇게 내 사고의 틀은 조금 바꿀 수 있었습니다. 또 새로움을 위해 한문공부도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 논어집주>는 공자의 논어를 공자의 이름만 남긴 채 주희의 논어로 바꾸어 놓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자의 시작에 서다 >는 그낭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해석한다가 아니라 정말 많은 책들을 이해하고 ( 사서오경 외에도 . . . ) 역사적 배경들을 참고하여 쓴 책인듯 합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이 글이 뒤늦게 논어 책 몇 권 읽고 들떠서 쓴 글, 정말 철(?)없는 논린이의 글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인들이 오랫동안 잘 정리된 해석을 읽고 또 읽었겠지만 한 번 머리 속에서 헌 논어를 지우고 새 논어를 읽어볼 기회이겠구나 생각하면 어떨가 싶습니다.
    사진 속의 책들은 다 읽어본 책이 아니라, 읽어야 할 책도 많아요, 그러나 이제 저는 또 다른 새로운 논어를 찾기 위해 내일 북쿨라로 갑니다. 그리고, 이제 한문공부와 논어공부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해보려고 규문의 논어수업도 신청할 예정입니다. ㅠㅠ

    KakaoTalk_20230712_071357076.jpg

    • 2023-07-12 08:53

      샘!! 환영합니다. 그동안 문탁에서 읽었던 책, 안읽었던 책 중에서 논어관련 책 엄청 많이 나와 있습니다.ㅎㅎㅎ
      동양쪽 책 중에서 논어 특별코너가 필요할 정도입니다.ㅋㅋ

      • 2023-07-12 10:38

        환영 감사합니다 !
        앗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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