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3회 후기

산새
2019-08-18 07:18
70

 

    시경(소남) 3-3 후기

 

 공자(기원전,551~479)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기록을 우리는 <논어>에서 여러 번 보았다.
당대 최고의 음악가와 음악평을 나누고.子曰 師摯之始 關雎之亂 洋洋乎盈耳哉(태백15), 순임금 때 만들어진 ‘소’라는 樂을 듣고 거기에 심취해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잃었다.子在齊聞韶 三月 不知肉味 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 (술이13)는 일화도 있다. 또 “공자께서는 사람들과 더불어 노래를 잘하셨는데, 어떤 사람이 노래를 잘 부르면 반드시 그 사람에게 다시 부르게 하고, 다 듣고 나서는 따라 부르셨다.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술이31) 라는 기록처럼 직접 노래 부르기도 즐겼다. “공자께서 곡을 하신 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으셨다.子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子於是日 哭則不歌”(술이9)라는 기록도 있으니 그런 날을 제외하면 거의 일상적으로 노래를 즐긴 듯하다. “군자는 상을 치를 때에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달지 않고, 樂을 들어도 즐겁지 않다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양화21)라고 한 것을 보면 공자에게 노래는 즐거움이었다.

 

 공자가 즐겨 불렀다던 노래는 <시경>의 노래들일 것이다. <시경>은 공자가 살던 당시에는 그냥 ‘시‘, 또는 ‘시삼백‘으로 불리었지만 공자에 의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면서, 한대(漢代)이후에는 경전으로 격상되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공자는 아들을 볼 때마다 <시경>을 배우는지 확인하며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을까. 처음 <논어>를 읽었을 때 궁금했던 점이다.

 

 이번 분기에 공부하고 있는 ‘국풍‘은 <시경>의 핵심이라 할만하다. 305편 중 ‘국풍‘(160편)은 절반이상을 차지(‘아‘:105편,‘송‘:40편)하는데다, 일반 평민들의 꾸밈없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15개 제후국들의 대중가요/민간가요였는데 기원전 1,100년경부터 기원전700~600년경에 이르는 기간에 수집되거나 지어져서 불린 노래의 가사가 문자로 기록된 것이다. 통치자들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부르고 들으면서 공유한 노래를 통해 당시의 사회풍습이나 분위기를 파악하고 교화의 정도를 관찰할 수 있었기에 특별히 노래를 수집하는 채시관(采詩官)들을 임명해 각 지역에 파견했다고 한다.

 

  3주차에 공부한 시는
    국풍/소남의 채빈, 감당, 행로, 고양, 은기뢰, 표유매, 소성, 강유사, 야유사균
▶채빈: 물풀을 뜯어다가 삶아 정성스럽게 제수를 준비하는 갓 시집 온 며느리.
▶감당: 소백이 머물며 재판하던 팥배나무조차도 자르지 말라는 백성들의 그에 대한 존경.
행로: 결혼문제로 억울하게 재판에 끌려온 여자가 그 남자와의 결혼이 불가함을 변론. 
▶고양: 가죽을 흰실로 꿰맨 옷을 입고 관청에서 일한 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쉼.
은기뢰: 우뢰소리에 멀리 떠나 잠시도 집에 오지 못하는 남편생각이 나 그리워하며 기다림.
▶표유매: 매실이 다 떨어지기 전에 결혼할 남자를 못 만날까봐 조바심 내는 여자의 마음.
▶소성: 새벽이나 밤중에 부름을 받아 조심스럽게 공을 모시러 다녀오는 첩의 수고로움.
▶강유사: 갈라졌다가 합쳐지는 물줄기처럼 자기를 버리고 떠났지만 다시 만나기를 바람.
▶아유사균: 사냥한 고라니, 사슴을 정성스레 포장하여 선물하며 여자를 유혹하는 남자.

   ※’행로’와 ‘은기뢰’는 꼭 외우라고 하셨다.

   ※ 우샘께서는 민요(민간가요)는 노동현장에서 나온 것이므로 노동요로 읽으면 이해가 쉽다고 하셨다. 그러나 주자와 같은 지식인들은 노동요의 관점을 버리고, 지배계층이 모범을 보여서 아랫사람을 교화했다는 전통적인 <모시>의 해석방식(반영론,교화론)을 따른다. 이것은 시 읽는 재미가 훨씬 덜하다. 그러므로 위 시들은 전자의 방식으로 요약했다.

 

 ‘국풍‘에는 연애시가 많이 보인다. 적극적으로 결혼하고자 속내를 밝히는 용감한 여성들도 있었다. 그런데 주자는 음분시(淫奔詩)‘, 음란시(혹은 불륜시?)라고까지 분류한 시가 <시경>에 24~38편정도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아서 어떤 시를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주자가 말하는 음분의 범위는 정식 부부관계가 아닌 남녀가 단지 그리워하거나 만나는 상황/단계까지를 포함한다고 하니 조선시대에나 통하던 ‘남녀칠세부동석‘ 수준은 아닌지..

 

 주자의 시경해설서인 <시집전>의 서문에는 ‘아주 좋은 시나 아주 나쁜 시만 골라 엮은 것’이 <시경>의 시들이며, 두 가지 극단의 사례를 통해 <시경>을 읽는 사람들이 ‘착한 것을 본받고 악한 것을 경계 삼도록’ 하는 도덕적 자극이 시의 효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공자가 ‘시삼백을 한 마디로 말하면 사무사.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위정2)’ 다 라고 한 의미를 주자는 삼백편의 시를 읽음에 선한 것은 법을 삼고 악한 것은 경계를 삼아,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무사’하게(사특함, 사악함이 없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공자가 <시경>에 이런 시들을 넣어 편찬한 이유는 인간 내면의 억누를 수 없는 욕망과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며 모순적인 존재인가를 ‘생각에 거짓이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인정하고, 이해해야 사랑(仁)을 실천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일수도..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仁이고, 인간을 아는 것이 知다. 樊遲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안연22)). 그래서 공자는 ‘나는 덕을 좋아하기를 色(여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사람을 아직 본적이 없다.子曰 吾未見好德 如好色者也(자한17)’라고 말하며 好德보다는 好色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임을 인정하면서 好德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기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p.s. <시경>을 읽으면서 찾아봐야 할까 말까 망설이던 것들이 많았다. 특히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 같은 조수초목의 생김새와 설명들. 미루다가 후기를 쓰느라 이것저것 자세히 보았더니 읽는 재미가 조금 더 붙는다. 시적 감흥까지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사람도, 조수초목도!

댓글 1
  • 2019-08-18 15:29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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