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세미나-훈계가 아니라 연애라고?

기린
2019-07-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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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1회 수업이 끝난 오후 한시 반,

일찌감치 공지했던 마르셀 그라네의 <중국의 고대 축제와 가요>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점심도 먹고.. 노곤한 몸을 일으켜 한 사람 한 사람 세미나를 하러 모였네요^^

이렇게 구성된 '시경-어벤저스'의 면면을 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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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지앵, 바당, 여울아, 자작나무, 봄날, 문탁, 진달래, 뚜띠, 기린까지 열 명이나^^

 

세미나는 그라네의 책 1부 '<시경>의 연애가' 를 읽고 진행되었습니다.

그라네의 질문은 <시경>에 나온 어떤 종류 (특히 國風)에 나오는 시들이

현재 전하는 판본 모서나 주희의 주석대로 '역사적이고 도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띄는 것으로

읽는 것이 제대로 읽는 것인가? 

그 이전의 시의 본래의 의미는 다른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시경>-1회 시간에 배운 '桃夭(도요)' 시를 보자.

이 시를 주석한 '모서'에 의하면 

"도요는 문왕의 부인의 덕으로 이룬 것을 읊은 시,

부인이 투기 하지 않으면 남녀가 바루어지고 혼인을 제 때에 하여 나라에 

홀아비로 있는 백성이 없게 된다." 고 했다.

시를 통해 임금이나 왕비의 업적을 기리는 것은 물론 백성을 교화시키기도 했다는 주석이다.

 

그라네는 이러한 해석이 시의 원래 의도를 드러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오류가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시를 기존의 편찬순이 아니라 주제별로 다시 해체하고 분류해서 해석을 시도했다.

묶은 주제를 보자면

1)전원적 주제의 시- 이 시들을 통해 시의 정서가 계절적 관습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촌락의 연애- 이러한 시들을 통해 고대의 습속(결혼과 관련한)을 이해해 보면 시가 춤추는 합창자에 의해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3)산과 강가의 산책- 시와 연애가 계절적 의식을 통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라네가 선택한 주제에 대한 표현이 우리가 읽고 있는 시의 정서를 담기에는 

너무나 딱딱하고 협애하여 잘 연결은 안 되지만

실제 그라네의 주장을 따라가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즉, 그라네는 <시경>의 시들은 

중국에서 농민 생활과 남녀 관계에 리듬을 설정해주는 계절적이며 전원적인 축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하고,

그 축제에서 연애가 이루어지는 감정 등이 시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또 이러한 시는 한 개인의 감정을 노래했다기보다는 집단적으로 춤이나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생성되었을 것이다. 표현의 반복 등의 특징이 그런 가능성을 타당하게 하는 요소이다.

 

세미나에서는 그라네의 주장으로 만난 기원전 10세기 무렵 청동기인들이

농업을 주로 하는 사회에서 관계를 맺은 방법 등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만나고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렀을까? 의 질문 말이다.

농번기가 되기 전에 만나서 약혼기를 맞이하고

농번기에는 각자 살고 있는 지역에서 별거기를 보내면서 그리움을 노래하고

농한기에 이르면 다시 모여서 축제를 벌이는 가운데 결혼이 성사되기까지의 관습.

연애시로 분류되는 시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이렇게 인류학적으로

해석해낸 관점이 흥미롭다.

 

그런 시들이 채록관의 작업을 거쳐 궁중에 쌓여서 시로 묶였다가 <시경>이라는 경전이 되고

이후 중국에서 시가 역사적 상징을 지닌 것으로 재해석되면서 어떻게 이용되었을까?

<좌전> <논어> <맹자> 등을 읽으면서 계속 탐구해 볼 만한 주제이다.

 

이런 내용들을 나누면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상징의 결과물이 아니라 계절적 의례를 통해 사회를 구성해 간 

시원의 자료료서 시를 읽어본다는 그라네의 주장을 바탕으로

연애를 탄생시킨 감정에서 삶의 도덕적 훈계로 전이되는 어느 '사이'

그 어느메에서 삶의 '단짠'을 맛 볼 <시경>의 세계가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2회차 발제는 여울아, 진달래 입니다.

2회 부분만 읽어도 충분히^^ 세미나를 할 수 있으니 담주에는

더 많은 분들과 시 구절을 만나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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