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동은
2024-03-11 18:41
230

 

 

안녕하세요! 지용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 않아>의 펀딩지원팀 동은입니다. 지난 2월 말, 펀딩이 마무리되었죠. 그리고 얼마 뒤 지용에게서 펀딩에 대한 감사를 담은 편지 한통이 왔습니다. 여러분들께 지용에게서 온 편지를 사진들과 함께 공유드립니다. 지용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쿠바에서 온 편지 ~펀딩에 감사를 드리며~

 

안녕하세요. 긴급수혈을 요청했던, 쿠바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지용입니다.

진작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쿠바에서 문탁 네트워크 홈페이지가 잘 안열리는 관계로 펀딩 글을 확인하고 홈페이지에 글 쓰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지금은 포기하고 동은이에게 부탁해서 인사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펀딩에 참여해주신, 남은 기간 동안 참여해주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쿠바에 유학오고 제가 문탁에서 활동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어서 ‘내가 문탁 공동체에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것일까?’ 에 대해서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고민이 무색하도록 너무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힘을 많이 받았습니다. 은행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제 영화를 응원해주고 기대해주는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저의 유학생활과 작품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합니다.

 

저는 2021년 5월에 쿠바 유학생활을 시작하여 코로나와 쿠바 경제위기를 겪으며 2년 반의 시간을 보내고 쿠바 영화학교(EICTV)에서 극영화 연출 전공 3학년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전, 단수, 알레르기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겪었지만 지금은 쿠바 생활 노하우가 많이 생기고 한국에서 챙겨온 물건들과 약으로 큰 불편함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쿠바에서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친구들과 ‘우리 이제 곧 헤어진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슬퍼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졸업하고 나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영화학교의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재영이가 쿠바에 한 달 정도 체류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고, 저는 재영이와 영화학교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쿠바에서 남미 친구들과 한국스타일로 영화를 찍어보자는 아이디어를 학교에서 발표했고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과 팀을 꾸려서  영화제작준비를 했습니다. 재영이가 쿠바에 도착하고 바로 촬영을 시작해서 매 주말마다 다른 도시를 여행하며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15회차의 본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재영이는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은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할 수 있도록 프록시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 영상과 소리의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하면서 재영이가 안 나와도 되는 인서트컷과 오스트리아 친구, 이집트 친구의 추가 촬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촬영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든 순간도 정말 많았지만 정말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촬영날에는 촬영이 지연되고 문제가 생기면 자책을 하고 영화를 찍기로 한 걸 후회하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을 한 컷 건지고 나면 정말 행복하고 영화 찍기를 잘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감정기복이 심한 하루하루들을 보냈습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친구들과의 호흡이 잘 맞아졌고 친구들은 저와 재영이의 한국어 대화를 이해하고 재영이는 제가 남미 친구들과 하는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영화학교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친구들이 없어서 같이 여행을 하고 외식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작품 촬영으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더 깊게 소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친구들도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 영화를 기획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했습니다. 혼자 잘해서 이게 가능했던 게 아니라 많은 도움으로 이뤄낸 작업인데 저 혼자 감사인사를 독차지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 한편이 찝찝했고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의 느낀 점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후반작업이 많이 남아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마치 영화가 완성된 감상평을 쓰는 것처럼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튼 촬영이라는 큰 부분이 무사히 끝났고 후반 작업을  남기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 쿠바의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고 휘발유 값이 5배가 오르면서 정전과 단수가 심해져서 편집 작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쿠바는 과전압이 심해서 정전이 되는 순간에 전자기기나 외장하드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혹시라도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생긴다면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문탁 네트워크에서 보내주신 응원과 관심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내주신 관심과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펀딩을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저에게 가장 큰 응원을 보내준 동은, 우현, 청량리쌤, 문탁쎔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한국과 쿠바가 65년 만에 수교를 맺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쿠바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에게도 정말 핫한? 소식이었는데 수교에 힘입어 더 많은 문탁 선생님들이 쿠바에 놀러오실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댓글 5
  • 2024-03-11 21:09

    뭔가 사진 때깔이 달라보이네유...ㅋㅋ
    멋지다 지용, 힘내라 지용~

  • 2024-03-12 07:31

    친구들과 좋은 추억 공유할수 있어 좋다하니 덩달아 기분 좋아지네^^ 편집 무사히 마칠수 있게 더더 응원할께~

  • 2024-03-12 16:49

    하바나.......에 있구나.
    거기에서 해완이도 만났었는데, 영화 공부하러 갔구나. 힘내라!

  • 2024-03-13 10:31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 같네요. 응원합니다~

  • 2024-03-17 06:52

    아바나 또 가고 싶다. ㅎ
    끝까지 힘내고
    지용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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