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P> RappIN'文學 (4) - 힙합의 탄생과 한국힙합의 흐름

송우현
2019-09-05 19:43
287

 

 

 

화요프로젝트(화요P)란? 길드다의 멤버들이 각자 고민하고 있는 지점,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각자 달에 한 번씩 화요일에 업로드 합니다. 누군가는 텍스트랩 수업을 위한 강의안을 쓰고, 누군가는 길드다 이슈를 발전시키기 위한 글을 쓰고, 또 누군가는 넘치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훈련을 위한 글을 씁니다. 이를 위해 멤버들은 매주 모여 글쓰기 피드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우현은 보릿고개 프로젝트의 시리즈이자 텍스트랩 시즌3 '호모리릭쿠스'의 강의안을 연재합니다. 

 

 

 

 

힙합의 탄생과 한국힙합의 흐름

 

 

 

지금의 한국은 그야말로 대 힙합시대이다. 수많은 래퍼들과 회사들이 생겨나고, 청소년들 대부분이 힙합에 관심 있거나 래퍼를 꿈꾸고, 차트 상위권엔 힙합 곡들이 심심찮게 자리 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패션 또한 힙합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댄서들, 디제이들도 많이 각광받고 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힙합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특히 한국의 힙합은 어떻게 흘러왔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은 힙합의 탄생부터, 한국힙합시작과 한국힙합 고유의 특징들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자.

힙합은 1970년대 뉴욕 빈민가의 흑인들이 벌이던 파티 속에서 생겨났다. 팝, 펑크 등 여러 가지 장르에 맞춰 춤을 추고 놀았는데, 음악을 트는 DJ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댄서들, 중간중간 호응을 유도하며 각종 말을 뱉는 MC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분화되었던 것은 아니고 날이 갈수록 각자의 역할이 더 명확해지면서 서로 발전해나갔다. 춤을 잘 추던 사람들은 무대에 나와서 전문적으로 춤을 선보이는 B-boy와 B-girl로 다시 태어났고, 단순히 선곡을 맡았던 DJ들은 음악들의 몇 부분들을 자르고 이어붙이거나 턴테이블을 긁으며 여러 음악을 재구성하였다. 그리고 파티나 쇼를 진행하던 MC들은 호응을 유도하며 아무렇게 뱉어대던 말들을 발전시켜 우리에게 익숙한 랩으로 만들었다. 랩은 80-90년대에 하나의 음악장르로 발전하여 크게 각광받는다.

 

한국힙합의 시작

 

한국힙합의 시작은 90년대 가요였는데, 힙합의 장르적 특성을 가져와 가요에 버무리면서 당시에는 굉장히 큰 센세이션을 가져왔다. 랩이라는 형태는 89년도에 발표된 홍서범의 김삿갓이라는 곡을 처음으로 알려졌다. 락 밴드의 보컬로 데뷔한 홍서범은 80년대 빌보드 차트에서 신선한 음악을 듣게 된다. 그 노래는 70-80년대를 지배한 락 음악과 떠오르는 힙합을 절묘하게 섞으면서 유명해진 RUN DMC의 ‘Walk this way’ 였다. 홍서범은 자기도 이런 신선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랩을 뱉었다고 한다. 김삿갓은 조선후기의 방랑시인 김병연의 이야기를 담은 곡인데, 훵키한 비트 위에 말을 악기처럼 사용하고 1절과 2절을 모두 랩으로 채우는 등 본토힙합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며, 당시 한국가요의 틀을 깬 역사적인 곡이다.

당시에는 ‘재밌는 CM송’ 정도의 인식이었다고 한다.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했지만 비웃음에 가까운 반응들이었으며, 심지어 곡 발표 직후에는 ‘음정불안’이라는 사유로 방송 불가 심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 홍서범은 직접 ‘랩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이라며 사유서까지 제출해 방송사를 설득시켰다고 한다.

*RUN DMC의 Walk this way()

*홍서범의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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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범의 '김삿갓'은 원시적이지만 라임과 플로우가 존재하며, 가사를 악기처럼 다룬 최초의 한국가요이다.

 

90년대에 들어서는 랩 뿐만 아니라 힙합 사운드와 브레이크 댄스 등 힙합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가요에 녹아들었다. 듀스, 지누션, 서태지와 아이들은 화려한 댄스와 힙합 사운드 기반의 랩과 노래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은 힙합에 국악,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들을 적극적으로 퓨전하고, 당시 가요코드와는 다른 사회비판적인 가사도 써내려가며 한국 가요계의 큰 획을 그었다. 실제로 가출한 경험을 살려서 만든 ‘컴백홈’은 실제로 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파급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서태지의 컴백홈 ()

*교실이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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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뿐만 아니라 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서태지와 아이들. 아직도 곡과 무대가 촌스럽지 않다.

 

2000년대에는 드렁큰 타이거와 마스타 우가 보다 본토힙합에 가까운 바이브를 보여줬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와 ‘문제아’ 같은 곡을 통해 점점 지금의 우리가 익숙한 힙합의 멋(자랑, 스웨깅)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드렁큰 타이거는 수준 낮은 이 판을 자기들이 바꿔준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내었다. 실제로 큰 임팩트를 남기었고, 이후에는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등과 함께 라임과 플로우의 수준을 끌어올리며 랩을 대중음악의 어엿한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

 

가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랩과 힙합에 관심이 생기자 본토의 문화를 찾아보고 들으며 나누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클럽을 만들며 소위 ‘언더그라운드’라고 하는 서브 컬쳐도 함께 성장해나갔다. 그들은 한국어 라임에 대한 탐구를 하거나 어떤 가사를 쓸 것인지에 대한 탐구가 주로 하였다. 랩은 영어권에서 만들어진 장르이기 때문에 한국어로는 자연스러운 래핑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연구가 계속 되었고 그 중심엔 버벌진트와 피타입, 화나 등이 있었다. 버벌진트는 ‘Modern rhymes’ 앨범을 발표하며 새로운 한국어라임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했고, 피타입과 화나는 한국어 라임에 시적표현들을 적극 활용하여 리듬감이 살아있는 하나의 문학처럼 랩을 했다. 그밖에도 가리온이나 소울컴퍼니 등은 어떤 내용을 쓸지를 연구하며 언더그라운드씬을 주도했다.

*피타입의 ‘돈키호테’ ()

*더콰이엇의 ‘진흙 속에 피는 꽃’ ()

 

 

쇼미더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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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2년, 한국힙합역사에 가장 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바로 엠넷에서 주최한 힙합경쟁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1때는 ‘슈퍼스타k’의 힙합버전 정도였다. 신예래퍼들을 발굴하고, 프로듀서와 함께 무대로 경쟁하고, 우승자는 초호화데뷔를 시켜준다는 컨셉이었다. 우승자는 로꼬, 준우승은 테이크원이 차지했고 이 둘은 지금까지도 한국힙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2부터는 컨셉이 확 달라졌다. 현재도 활동 중이지만 대중들은 잘 모르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대거 출연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현재 활동 중인 프로들은 참가하면 안 된다는 룰이 따로 없었고, 경연의 퀄리티는 크게 상승하니 방송사 입장에선 땡큐였다. 그리하여 더 이상 신인발굴이 아닌 힙합경쟁 프로그램으로 정체성을 잡았고 시즌1 프로듀서(심사위원)이었던 래퍼들도 차후 시즌엔 참가자로 나오는 경우도 생겼다.

시즌2의 최대 수혜자 스윙스와 매드클라운을 시작으로 힙합이 크게 떠오르면서, 갈수록 쇼미더머니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매 시즌마다 참가자들의 랩 실력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해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래퍼가 되겠다며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스윙스, 비와이같은 슈퍼스타를 배출해 힙합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고, 로꼬, 우원재 같은 신예들을 발굴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로 여덟 번째 시리즈까지 이어져 온 것을 보면, 아직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여전히 쇼미더머니의 음원은 차트 상위권을 달리고, 쇼미더머니를 비판하던 래퍼들도 대부분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랩스타를 꿈꾸고 있다.

한편으로는 힙합의 자극적인 요소들만 보여주고 모든 참가자들을 비춰줄 수 없는 미디어의 한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서로 간에 경쟁구도를 억지로 만들거나, 악의적으로 캐릭터를 만들려는 편집들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참가자도 많았다. 참가자들의 가사들도 남을 깎아내리는 디스나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만 하는 내용, 혹은 자기의 힘든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만 주를 이루었다.(그 외에 것들은 편집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적인 사운드는 본토의 트렌트를 따라가는 수준에만 그쳤다. 그러다보니 영향을 받고 래퍼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느낌의 가사와 사운드를 가지게 되었다. 초창기 세대 래퍼들에 대한 존경 없이 그들을 올드하다고만 이야기하며 본토 트렌드를 가져온 쇼미더머니의 트렌드만을 따라가려고 한다. 자신의 삶을 잘 녹여낸, 한국형 랩에 대한 생각이 담긴 가사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 스윙스의 쇼미더머니 무대 ()

* 바비의 ‘연결고리+힙합 ()

 

 

랩과 힙합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가요의 새로운 형식으로서 주목받았고, 이후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국형 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의 등장으로 힙합씬 자체는 커졌지만, 미국 힙합의 트렌드만 좆는, 가사의 깊이감 또한 많이 얕아진 형태의 가사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는 꼭 한국형 랩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걸 목표로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가사의 메시지와 한국형 랩에 대한 연구가 담긴 과거의 언더그라운드 시절 느낌을 베이스로 두고, 수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현 시장의 트렌드를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양한 음악들을 통해 듣는 귀를 넓혀야 전혀 새로운 형태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추천 음악

 

JJK – Gettin’ large

팔로알토 – Good times

넉살 – 밥값

지조(투게더 브라더스) - I.D

저스디스, 허클베리피, 팔로알토 – Cooler than the cool

재지팩트 – Always 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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