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즐거운" 학문

홍차
2020-04-15 11:06
63

"이 책은 해빙기의 언어로 씌어진 것처럼 보인다. 즉, 이 책에는 오만, 불안, 모순, 변덕스런 봄 날씨 등이 뒤섞여 있어,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겨울과 이 겨울의 극복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듣게 될 것이다. 이 겨울은 도래하고 있고,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으며, 혹은 이미 도래해 있는지도 모른다......마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기나 한 것처럼 끊임없는 감사가 흘러나온다." (<즐거운 학문> 2판 서문(1887) 中)

 

"몇 번이나 읽었지만 읽을 수가 없었어요." -.-;

<즐거운 학문> 첫 시간. 각자가 어떻게 '니체'를 만났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했는데, 이 말이 딱 거의 모두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시가 서문처럼 나오고, 1부라고 쓰여진 텍스트에는 서로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산문시(혹은 단편감상문)같이 보이는 것들이 들어 있다. 그냥 따라 읽다보면 문단 문단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문장과 문장도 서로 어떤 인과성도 없어보인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아니 니체는 무엇을 말고 싶길래 이렇게 썼을까?

 

제목에 힌트가 있는 것 같다. 원래는 1881년에 출판했던 <아침놀>에 이어진 후속으로 생각했으니 나중에 제목을 <즐거운 학문>(1882)으로 바꿨단다. 니체에게 어떤 것이 그렇게 '즐거운'학문이었을까? 일단 읽어가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꾸역 꾸역 찬찬히 읽어가다보니 조금 감이 잡혔다. 미덕, 교사, 지적 양심, 의식, 부패...... 니체는 이 단어들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생각들에 망치질을 멈추지 않는다. (감각적으로는 <아침놀>보다는 조금 덜 야성적 방식으로) <즐거운 학문>을 읽고 있노라면 '부패'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고, '미덕'은 결코 미덕이 아니었다. 인간의 핵심이라고 여겼던 '의식'조차도 위험하기 그지 없는 최근에야 나타난 미성숙한 상태였다. 어떠한 개체도 근거와 틀이 없이는 형태(구조)를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와 틀은 어느새 나를 옥죄고, 그 근거와 틀 바깥을 넘보지 못하게 만든다. 바깥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크나큰 '죄'를 저지를 든한 느낌과 신체성!

 

니체가 하려는 작업은 이렇게 글(문자)가 가진 (외형적) 명료함이라는 힘을 넘어서려는 시도인 것 같다. 니체는 자신의 글을 이렇게 음악적으로, 아니 글을 가지고 음악을 연주하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 음악이 전하는 것은 의식이나 합리성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를 열어 젖히고, 음악 자체를 맞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음악은 듣는 매순간 전체를 떠올리고 전체 속에서 매순간을 만끽한다.

"생명을 보존하려는 본능의 유대가 그토록 강력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전체의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도착된 판단과 백일몽, 그 경박함과 경솔함, 한마디로 자신의 의식으로 인해 인류는 멸명하게 될지도 모르며, 아니 심지어 본능이 없었다면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지식을 체화하여 본능적으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전적으로 새롭고, 인간의 눈에 희미하며, 전혀 명료하게 인식되지 않는 과제이다. 이 과제는 오로지 우리의 오류만이 우리에게 체화되어 있으며 우리의 모든 의식은 유류와 관계되어 있음을 파악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과제다." (<즐거운 학문>, pp81~82)

모리샘이 말했던 "추구한 것에 지치게 된 이후로 나는 발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란 문장도 역시 니체의 핵심을 보여주는 것 같고, 씀바귀와 노을이 말했던 권태로운과 우주적 공공성 역시도 오랜 시간동안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으로부터 틈을 내는 방식에 대해서 말해주는 듯.

 

니체를 읽기 위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났다. 살짝의 불안감과 긴장. 하지만 이런 마주침이야말로 내 삶에서 우주적 공공성을 이끌어내는 '불법침입'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가장 큰 마주침은 니체이겠지만. <즐거운 학문>이 나에게도 '즐거운' 학문이 될 수 있기를. ㅎ

 

 

 

 

 

댓글 1
  • 2020-04-16 11:58

    무지막지하게 환영합니다~
    뿔옹 아니 홍차샘이 함께해서, '더 즐거운' 학문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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