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생존투쟁은 만인의 투쟁이 아니다

두루미
2024-04-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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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생존투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아니다!

 

찰스 다윈은 4년 10개월간의 비글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40년간 자신이 가꾼 정원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한 달여간 머문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자신이 채집한 새의 이름이 되새류(피치)인지조차 몰랐던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만한 발견을 해냈을까?

 

그는 정원 한편에서 비둘기를 사육했다. 옮긴이서문에 의하면 당시 19세기는 비둘기와 개의 품종 개량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이에 근거하여 그는 자연에서의 변이보다는 인위적인 선택(사육 및 재배)일 때 더 많은 변이가 발생(조작)할 수 있음을 시인한다. 이때 인위적 선택은 중간 단계에서 사육자의 무의식적인 선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무의식이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닌 ‘비체계적’, ‘의도가 없는’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86p) 한 마디로 사육자가 이것저것 의도 없이 교배하다가 어느 순간 패턴을 의도하고 인위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윈은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간에 변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면, 무엇이 종이고 아종인지, 아종인지 변종인지, 변종과 개체 간 차이인지를 구분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는 당시 린네의 분류 체계 등을 꼬집은 것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변종을 교배(조작)하고, 분류하는 그 자체에 열을 올리고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기에 다윈은 이러한 종 구분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 적응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종의 분화는 작은 차이로부터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오랜 시간 변종이 변종을 낳다보면(대물림) 누적된 선택의 결과 별개의 종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각각의 사소한 변이가 유용한 경우에 보존되는 원리, 나는 이것을 인간의 선택 능력과 대비해 자연 선택이라 부르기로 했다.” 자연 선택이란 작은 차이가 되물림되면서 유의미해지는 과정이다. 그는 자연 선택이 인위적인 선택보다 우세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예술이 자연에 훨씬 못 미치는 것처럼.

 

3장에서는 생존투쟁을 넓은 의미로 “의존 관계”로 규정한다. 가령 사막 한가운데 식물에게는 습기(물)가 어떤 식물보다도 간절할 것이다. 다윈은 이 식물은 그렇기에 습기에 의존하며 산다고 말한다. 이것은 기생(의존)이기도 하고 경쟁이기도 하다는 것. 종이 증가(수적 증가)함에 따라 생존투쟁은 필연이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투쟁하는가? 가령 민들레는 홀씨를 타고 두둥실 날아서 멀리까지 씨를 뿌린다. 이것이 민들레가 다른 꽃들과의 생존투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한 방식을 유지하다보면 하나의 종에 속하는 변종들이 전혀 다른 새로운 종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윈이 말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적응의 결과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서야 그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핀치 새들이 각 섬마다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되새류(핀치) 부리 모양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윈의 생존투쟁은 자칫 승자독식의 철학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스펜서의 적자생존이나 골턴의 우생학은 이후 나치정권에 복무하기도.... 그러나 섬마다 환경이 다른 경우 어떤 핀치새는 부리가 짧아서, 어떤 핀치새는 부리가 길어서 살아남았다. 부리 모양에는 정답이 없다. 어느 때는 긴 부리가 유리하고 어느 때는 짧은 부리가 유리하고. 오히려 이들의 생존은 어떻게 협력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윈의 생존투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아니다. 이에 관한 자연 선택의 진실은 4장에 더 많이 담겨 있다!!

 

다음 시간에는 4, 5장을 읽습니다. 질문이 담긴 1p이내 메모글이 숙제입니다~ ~

 

 

 

댓글 2
  • 2024-04-08 23:20

    <종의기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어가는 중입니다. '지나치게 꼼꼼한 사례들 때문에 지친다'는 소문만 기억하고(물론 그럼에도 좋다는 의견들도 많았지만) 지레 겁을 먹었는데, 새로운 번역 때문인지 아직 처음이라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주 흥미롭습니다. 오랜만에 세미나책을 재미있게 읽는 중! ㅋㅋ

  • 2024-04-11 17:43

    저도 까맣고 두꺼운 책의 무게감으로 지레 겁을 먹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육종사의 다양한 종 변이 사례들을 보면서 산책하면서 보게 되는 강아지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저희집의 반려견 레오도 많이 생각났고요. ‘하물며’에 집중하며 읽어보라는 번역가의 조언을 생각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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