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첫 번째 세미나 후기

효주
2024-01-15 02:15
200

몇 년째 책장에 진열만 되어있던 책을 읽어볼 마음으로 과학세미나에 신청했다. 틈틈히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못내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책도 있고, 나름 겨울방학이라 책 읽기에도 좋았다. 생각보다 <코스모스>는 읽는 재미가 있었고 가독성도 좋다. 칼 세이건은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다. 이런 이력 덕분에 과학책이면서도 문학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문장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각 장의 소제목들도 그렇다.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2장. 우주 생명의 푸가, 3장은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두루미샘 덕분에 각 장의 의미를 본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1장의 제목은 뉴턴이 죽기 전에 썼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볼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 아이와 같다.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지만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 내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_ < 코스모스, 161p >

1장을 이어 2장에서는 수 많은 별들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원소들이 행성 지구에서 생명 현상과 연관을 맺고 있는 수소, 나트륨, 마그네슘, 철 등이라는 물질 공동체의 신비함에 놀라기도 하고 일본 어부들 사이에 전설로 남아있는 사무라이를 닮은 헤이케게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자연 도태와 진화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관점에 당황하기도 했다. 진화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설계자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생물 세계를 전적으로 인간 중심으로 해석한 탓이다.

등딱지가 조금이라도 사람의 얼굴을 닮은 게를 다시 바다로 던져 넣은 덕분에 사무라이 게들이 인위 선택되었는데 어부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 선택에 간섭한 결과인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세계끝의 버섯>에서 언급된 ‘교란’이 떠오르기도 했다.

3장에서는 세차 운동을 시작으로 화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원 궤도가 아닌 타원 궤도를 따라 돈다는 사실을 발견한 케플러와 관성의 법칙과 중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케플러는 조금 생소한 과학자였는데 최초로 공상 과학 소설을 썼다는 사실과 뉴턴의 마지막 저서가 <개정 고대 왕국 연표>라는 사실이 재밌었다. 역사적 사건들의 시기를 천문학적으로 보정하기도 하고 여러 문명이 받들던 다양한 신들은 모두 고대의 왕이나 영웅을 후세에 사람들이 신격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몹시 과학자다웠다.

칼 세이건은 머리말에서

한마디로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새로운 실험 결과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 전에는 신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던 미지의 사실이 설명될 수 있는 합리적 현상으로 바뀌어 간다. _ < 코스모스, 29p >

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때문에 시종일관 과학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서술한다. 선생님들 모두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는 과학'에 대해 갸우뚱했지만 9장을 읽은 후 다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하며 세미나를 마쳤다.

 

 

댓글 1
  • 2024-01-15 14:58

    저는 한껏 감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거든요. 헌데 제 눈은 다른 문장들에 머무네요. 가령 지구란 어떤 곳인가? 코스모스의 물질이 생명을 얻고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곳. 이곳은 물질이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곳(46p) 막연히 알던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우주관을 화성의 역행 운동으로 설명한 것(122p), 케플러의 법칙을 타원 기하로 설명한 부분과 그의 생애. 자칫 뉴턴의 프린키피아로만 기억할 뻔!!ㅎㅎ

    그럼에도 육백마지기 은하수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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