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 93~99조목 후기-얼마나 간단하고 쉬운가! 정말?

인디언
2024-03-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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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仁)한 사람은 천하만물을 일체로 여긴다’(정자)는데 왜 묵자의 ‘겸애’는 인(仁이)라고 할 수 없을까.

양명은 이에 대해 묵자의 겸애는 ‘차등이 없어서’ 자기의 부자형제를 길거리 사람과 똑같이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은 생생불식(生生不息)의 이치라 뿌리가 있어 싹이 나고 줄기, 가지, 잎이 점차로 나오는 것과 같다. 효제(孝弟)가 인의 뿌리인데 ‘차등이 없는’ 겸애는 ‘아버지가 없는’ 것과 같으니 효제라는 인의 뿌리가 없는 것이다. 천하만물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라도 뿌리가 없어 생생불식할 수 없는 겸애를 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명학당에도 사람들이 모여서 공부를 했나보다. 학인들이 책을 보면서 주자를 씹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양명은 튀려고 하지 말라면서 자신과 주자의 마음은 다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성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다만 공부를 시작하는 지점에서는 터럭만큼의 차이라도 천리나 되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따지지 않을 수 없어서 때로 같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 격물치지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자, 마음을 닦으면 된다는 양명의 시작지점의 차이. 학문은 존천리를 배우는 것이고, 마음의 본체가 바로 천리인데 천리를 체득하여 아는 것은 자기 마음속에서 사의를 없애는 것일 뿐이다. 선을 보면 옮기고 잘못이 있으면 곧 고치는 것(개과천선)이 참되고 절실한 공부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인욕은 날로 사라지고 천리는 날로 밝아진다고.

 

성인도 급이 있다? 백이나 이윤은 공자와 비교해서 재질이나 역량이 떨어지는데도 똑같이 성인이라고 하는 까닭을 묻자 양명은 성인이 성인인 까닭은 그 마음이 천리에 순수하고 인욕의 섞임이 없기 때문이라며 순금의 순도에 비유한다. 무게가 달라도 순도만 100%이면 순금이듯이, 재력이 달라도 천리에 순수하면 성인이라는 것이다. 금의 순도가 떨어지면 제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사람의 기질도 맑거나 흐리고 순수하거나 혼잡하여 중인 이상과 이하가 있고, 도를 행하는데도 생지안행자도 있고 학지이행자도 있다. 자질이 낮은 사람은 남이 한 번 할 때 백번 하고 남이 열 번 할 때 천 번 힘쓰면 된다. 

금의 무게로 비교해보면 요 순은 만일의 무게라면 문왕 공자는 구천일, 우 탕 무왕은 7~8천일, 백이 이윤은 4~5천일과 같다는 말이 재미있다. 요와 순이 동급, 그 다음은 문왕과 공자가 동급인데, 우 탕 무왕은 동급이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고 백이 이윤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보았음을 예리하게 간파하신 예심샘 덕분에 많이 웃었다.

 

이번 시간에 나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95조목이다.

질문) 뜻을 굳게 지키기를 마치 마음이 아픈 것처럼 하니, 마음이 온통 아픈 데 집중해 있는데 어찌 한가로운 말을 하고 한가로운 일에 관여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대답) 처음 학문할 때는 그와 같이 해도 좋다. 그러나 “드나드는 것이 일정한 때가 없으며, 그 방향을 알지 못한다.”라는 마음의 신명함이 원래 그와 같음을 알게 해야만 공부가 비로소 귀착점이 있다. 만약 필사적으로 지키기만 한다면 아마도 공부에 또 병폐가 생길 것이다.

도저히 해석이 안된다.ㅠㅠ

 

양명왈, “우리의 공부는 오직 나날이 줄어드는 것을 추구하지, 나날이 늘어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한 푼의 인욕을 줄일 수 있다면 곧 한 푼의 천리를 회복할 수 있다. 얼마나 경쾌하고 깨끗한가!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가!” 인욕을 없애는 게 정말 간단하고 쉬울까???

댓글 1
  • 2024-03-10 21:40

    저희의 모든 공부가 인욕을 줄이기 위함 아닐까요?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어도 매일 노력을 해야만 하는건데, 절대 간단하고 쉽지는 않죠^^
    양명선생 너무하시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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