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 2회차 후기 : 지행합일

토용
2023-10-3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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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는 양명의 제자이자 매부이다. 양명에게는 안연과 같은 제자였다고 한다.

서애가 지행합일(知行合一)에 대해 양명에게 묻는다.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참 다정하게 느껴지는데, 양명이 질문에 바로 뭐라뭐라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보아라”라며 제자에게 먼저 질문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었다.

 

서애는 어떤 사람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에게 공손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효도하지 못하고 공손하지 못하니 이것이 바로 앎과 행위가 두 가지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양명은 사욕에 의해 앎과 행위가 가로막힌 것이지, 앎과 행위의 본체는 아니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양명은 『대학』에 나오는 “마치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듯이 하고, 악취를 싫어하듯이 하라”는 말을 예로 든다. 아름다운 여색을 보는 것은 앎에 속하고,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행위에 속한다. 아름다운 여색을 보면 저절로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 또 하나의 마음을 세워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즉 예쁜 여자를 보는 것과 동시에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 앎과 행위에 선후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주자는 격물하여 알게 된 후 그 앎을 실천하는 지선행후(知先行後)를 주장했는데, 양명은 이에 대한 비판으로 지행합일을 말한 것이다. 『중용』의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20장)는 學으로 시작해서 行으로 끝난다. 앞의 네 가지 학문사변은 앎(知)에 해당하고 독행은 실천(行)에 해당한다. 주자의 주장도 결과론적으로는 앎과 행위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양명은 지행이 본래 합일되어 있으며, 이 다섯 가지를 모두 행위에 속한다고 보았다.

 

또한 양명은 앎과 행위가 두 가지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마음의 양지(良知)가 사욕에 막혀서 앎을 제대로 몰라서 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앎은 행위의 주지(主旨)이고, 행위는 앎의 공부이다. 앎은 행위의 시작이고, 행위는 앎의 완성이다.” 앎 속에 행위가 이미 있고, 행위 속에 앎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앎과 행위는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공부에 있어서도 앎에 대한 공부, 행위에 대한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알아야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앎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하고나서 행하는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결국 평생 행하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두 번 『전습록』을 읽었다. 문체도 낯설고 양명의 이론도 아직 어렵기만 하다. 양명과 제자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자꾸 듣다보면 조금씩 알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 1
  • 2023-10-31 19:18

    이 후기를 읽으니 양명에게 지행합일은 당위가 아니군요!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다."
    행하지 못하면서도 '나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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