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지 애프터 세미나 <이반 일리치의 유언> 2회차 후기~!

동은
2020-02-12 22:49
39

 

  <이반 일리치의 유언>은 고전대중지성 애프터세미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강하게 주장했던 책이다. 마음을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일리치의 글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랑이 있다던가, 하느님의 은총이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흔하다 못해 뻔한 말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리치가 말하는 사랑과 은총을 통해서 우리가 여전히 추구해야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이켜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번 시간에는 복음, 신비, 우연성을 보았고, 이번 시간에는 죄의 범죄화와 두려움, 복음과 응시를 읽었다. 일리치는 12세기가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앞서 일리치는 ‘도구’가 곧 제도와 시스템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시기가 바로 그 전환점이 되었다는 거다. 12세기에는 텍스트에 대한 생각이 책장에 쓰인 수사를 벗어나 일반적이고 비물질적인 것이 되었다. 이 시기에 바로 죄가 ‘범죄’가 되었다. 이전의 죄는 타자로부터 신을 찾을 가능성을 차단하는 악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죄는 서서히 복음을 수용하는 교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배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서역과 결혼의 역사, 고해(고해성사)에는 죄를 법제화, 범죄화된 움직임이 잘 드러나있다. 뿐만 아니라 농경 기술로 인한 마을 형태의 변화도 행정단위가 적용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서약의 가장 큰 변화는 사람과 사람간의 서약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 백성은 하느님과의 서약만이 가능했다. 서약이란 하나님과 사람간에 이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진실하겠다는 말 대신 하느님을 서약의 증인을 삼으면서 약속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법과 규범으로부터 자유를 위하고자 했던 하나님의 사랑에 기독교는 사랑에 법적 사고방식이 침투하게 만들었고, 곧 죄는 범죄가 되었다. 이후부터는 죄를 판별하는 재판, 심판의 주체가 변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스스로 반성하고 죄의식을 조심하기보다 사제에게 죄의 판별을 맡기게 된다. 이는 사법국가의 뼈대가 되었다.
 

  죄의 범죄화 만큼이나 사랑의 법제화 또한 사람들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일리치는 이로 인한 변화를 ‘새로운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기독교 사람들에게 미덕은 신의 도움이나 은총을 필요로 한다. 이는 마주하고 있는 타인을 통해 온다는 점을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이 미덕은 바로 ‘두려움’이다. 미덕이란 ‘타인과의 마주침을 통해 피어날 수 있는 두려움’이다.

 

  일리치는 두려움을 덕스런 행동이자 은총의 지위까지 고양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은 아이의 두려움과 노예의 두려움이 있는데, 이 둘은 사실 뿌리깊은 연관이 있다. 흔히 노예의 두려움이 아이의 두려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신이 내 곁은 지나치는 것이 두렵다’라고 말 할 때엔 자신이 어떤 일을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자 이로 인해 하느님으로부터 돌아서서 매맞게 만드는 행동을 두려워하는 것이 함께 있다. 만이 여기서 노예의 두려움을 그만두게 된다면 인내는 더 이상 상대에게 선물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죄의 범죄화는 두려움에 새로운 형태를 입히게 된다. 육체를 이탈하는 악마의 기이한 육신, 지옥이라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무’의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현대에서 두려움은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된다. 바로 ‘인터넷’, ‘컴퓨터’라는 기술의 불확실성이다. 전환점 너머로 열려진 공간. 누구도 소유하지 못하고 지적으로 대비하지 못하는 공간. “현대인이 갖는 가장 근원적인 공포중 하나는 얼마만큼의 내적인 공포를 느꼈을 때 자신이 자유를 버리고 거짓을 행하게 되는지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거기에 적응하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두려움 앞에서 일리치는 우리에게 단념에 대해서 말한다. 그만두는 것, 포기가 우리에게 스스로를 알게 하는 동력이 됨과 동시에 현대사회에 얼마나 구속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단념은 세상의 여러 제약을 딛고 일어서서 자아를 되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된다.

 

  이후 복음과 응시에서는 눈을 통한 보는 행위를 통해서 어떻게 사랑의 행위가 가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덕적 응시’는 신체를 참색하고 눈을 어떻게 도덕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답을 내는 데 사용했다. 올바르게 보는 일은 미덕의 일부였다. ‘눈빛’의 물리적 힘을 믿는 것. 이후 이미지는 바로 응시에 영향을 주는 장치가 되었다.

 

 

음.........
  쓰다보니 마치 발제처럼 되긴 했는데... 두려움은 현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이고요. 일리치가 이에 대해서 단념을 말한다는 것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과거에는 스스로 ‘우리’를 초월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자 은총이었는데 오랫동안 말해온 ‘제도화’ ‘법제화’ ‘상품화’가 어떻게 신앙의 측면에서 이 자유가 달라지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다시 봐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좋다고 말하는게 찜찜할 정도로... 하하..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한 일리치의 신앙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반강독(?)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오래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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