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4시즌 3회차 고전대중지성 후기

동은
2019-10-10 02:52
58

ㅜㅜ 계속 올리겠다고 해놓고.. 늦은 후기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대중지성을 하면서 가장 어수선한 수업이 아니었을까 해요. 심한 몸살에 걸린 새털쌤이 세미나에 나오지 못하셨고, 저도 간식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라쌤이 혼자서 간식과 청소를 모두 해결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라쌤...

 

다들 여러번 어렵다~ 어렵다~ 말씀해주셨지만 이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정도로 못알아들어서 화내고 짜증내고 어이없어 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일리치를 읽어왔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흑흑.....

 

<텍스트의 포도밭>은 일리치의 공부노트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수도사장(?)이었던 후고가 쓴 <디다스칼리콘>을 읽으면서일리치가 어떤 지점에서 감명을 받았는지, 12세기에 문자와 읽기 문화가 바뀐 것을 상세하게 써 놓은 책입니다. 과거 12세기에 페이지가 문서가 된 뒤, 수사기 읽기 방식을 읽고 학자식 읽기 문화가 되어버린 것처럼, 이제는 학자식 읽기 방식이 스마트폰과 여러 기술로 흐려져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읽기 문화의 가능성을 위해서 책을 썼습니다.

 

수사식 읽기! “구해야 할 모든 것 가운데 첫 번째는 지혜다” 지혜는 후고에게 치유와 같았습니다. 스스로가 깨우치고 구해야 하는 지혜는 곧 그리스도이고, 읽는 사람은 스스로가 곧 그리스도가 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혜를 추구하는 빛은 책으로부터 나와 읽는 사람의 눈빛마저 빛나게 만드는 것이었죠. 때문에 이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후고가 어린 사제들에게 가르치는 수사식 읽기의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수사식 읽기는 어떤 것도 낮추어 여기지 않고 매일 탐색을 멈추지 않으며 읽은 것을 내면화해 자신의 질서로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질서란 책의 상징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상징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좀 인상깊었어요. 작가들은 자의적으로 상징을 정하지 않나..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후고는 이를 위해서 ‘기억’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를 위해서 후고는 학생들에게 기억 훈련술을 시킵니다. 과거에도 기억 훈련술이 있었지만 그 때와 후고시대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 기억 훈련은 대중 연설을 위해서 인용할 문구를 기억해뒀다가 때에 맞춰 꺼내 쓰기 위한 것이었다면 후고 시대의 기억 훈련은 상징을 역사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이스토리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점입니다. “후고에게 ‘읽기’는 대우주적인 교회와 읽는 사람의 개인적인 내밀성이라는 소우주 사이를 매개한다.” 이렇게 후고는 이로써 기억의 망을 근본적으로 건축적-정적인 모델에서 역사적-관계적 모델로 바꾸어 놓았다고 일리치는 말합니다.

 

그 다음으로 일리치는 ‘묵상’을 말합니다. “묵상은 계획된 선을 따라 유지되는 생각이다.” 일리치는 이를 “묵상은 의도적이고 지속되는 생각이다”라고 번역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묵상은 그저 감정적이거나 가만히 묵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외워 읽고 읽으며 생활하고 계속해서 떠올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씹고 뜯고 맛보고 데치고 매쳐서 찜쪄먹고... 이런 경박스러운 느낌은 아니겠지요. 이 묵상은 수사에게 일종의 책을 대하는 태도, 생활의 태도이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되세기며 책으로의 순례를 떠나는... 경건한 읽기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13세기 이후에 경건한 읽기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페이지가 문서가 되어가면서 수사식 읽기가 학자식 읽기가 된 까닭입니다.

 

이후로는 라틴어와 함께 알파벳의 역사를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13세기까지 알파벳은 말소리를 받아적는 일종의 도구였습니다. 라틴어의 소리 독점은 절대적이었다고 합니다. 공증서같은 것이 아니면 로마 지배 시절에도 그다지 알파벳을 쓰지 않고 기존의 문자를 썼지만, 후고가 죽기 시작하고 실제의 말을 기록할 때도 알파벳을 썼다고 해요.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알파벳처럼 이용가능한 손쉬운 도구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유용성만으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부분은 조금 모호해서... 다음에 튜터님이 오시면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싶어요.

 

피곤하고 전날 거의 밤을 새느라 재정신이 아니었던 시간이었는데 세미나원들과 함께 애쓴 기억이 많이 납니다. ... 다들 환절기 조심하시고 이번주 금요일날 좋은 컨디션으로 만나요... 다음 청소는 B조입니다. 우현이는 발제 힘내세요~~

 

A조 - 새털/노라

B조 - 동은/여울아

C조 - 우현/물방울

 

*발제는 11일 - 우현, 18일 - 물방울, 25일 -새털입니다. 

댓글 3
  • 2019-10-10 08:58

    음........... ㅋㅋ..........

  • 2019-10-10 09:16

    어제 한글날이었는데 후기 읽고 있으니 한자와 한글의 관계가 떠오르네. 한글 창제 이후에도 사대부는 한자를 사용하고 한글을 배울 필요를 못 느꼈다. 그러니까 언어의 사용이라는 것이 편의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거다. 예전에 신문은 국한문 혼용이 정석이었고 90년대 한겨레부터 한글전용 일반화됐다. 그때부터 30년이 지나니 예전일이 가물가물하다. 여기에도 이토리아가 있겠지요. 요즘은 야민정음과 외래어가 한글과 경쟁하고 있다. 이런 경로가 라틴어와 알파벳 사이에 놓여 있을 듯!

  • 2019-10-10 19:15

    메모제출 3시간 전인데, 아직 한 줄도 못쓰고 고민 중. 큰 일 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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