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2 중세 (아퀴나스부터) 후기

정의와미소
2021-03-31 01:12
374

후기를 한글 파일로 썼는데 복사 붙이기가 안되네요... 

중세  후기 아퀴나스부터 루터까지 후기 올립니다. 


6-2 중세(아퀴나스부터) 후기 / 정의와 미소 /2021.03.31

 

철알못 인지라 한 주 내내 아퀴나스와 루터와 함께 보낸 착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들였는데, 아직도 말로 설명해내기엔 어려움이 드는 건 음... , 자괴감은 뒤로 하고 하여간 그래도 정주행입니다.

 

일단 중세 철학을 아렘샘이 믿어라(아우구스티누스), 인식하라(토마스 아퀴나스), 닥치고 나만 옳아(루터/칼뱅) 라는 문장으로 쉽게 정리해주셔서 세미나가 좀 편해졌습니다. 늘 신학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던 터라 그래서인지 ‘믿어라 그러면 알게 된다’식의 아우구스티누스보다는 ‘누구나 덕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덕과 행복을 넘어서는 구원이 존재한다’라고 하는 아퀴나스가 저에게는 더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아퀴나스의 철학, 즉 토마스주의는 기독교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종합하여 신과 세계를 조화시키고,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의 내용을 질문과 함께 나눈 이야기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퀴나스의 사유에서 이성과 계시는 어떻게 합일되는가? 신의 존재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가마솥님이 질문을 해주셨는데, 아퀴나스가 주장한 온건한 개념실재론의 보편자 문제와 이성과 계시에 관한 도식을 보면 이성과 계시가 합일되는 지점과 그것을 넘어서 우리의 이성으로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으로서 설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신은 존재한다고 알 수는 있지만 (이성과 계시가 겹치는 부분) 신의 의미는 알 수 없는 영역(이성이 통찰할 수 없는 부분) 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가 앞으로 나올 칸트의 개념 구조와 유사하다고 하니 중세 철학, 특히 신학이 미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계시와는 상관없이 선과 악을 인식할 수 있다고 본 아퀴나스의 사고방식을 통해 그가 얼마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이성적으로 해석하며 잘 받아들였고 기독교화시켰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이성이 의지보다 우선한다는 주지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기독교인들 뿐 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꽤나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퀴나스의 개념실재론이 유명론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호수님의 설명은 아퀴나스가 우리가 도출한 보편적 개념들이 인간이 추상해 낸 것들이 아니라 실재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우리가 파악하는 본질은 인간의 한계로는 파악될 수 없기 때문에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유명론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하는 거라고 파악했습니다. 제대호 이해한 건지 아리송하긴 합니다. 그리고 아퀴나스 철학에만 논의되는 신 존재 증명은 앞으로도 중요한 이슈하고 하니 잘 기억해놓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여간 덧붙여서 중세 철학을 공부하며 또 한 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수퍼 스타인지 절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온건한 아퀴나스 신학 이래 300년을 지나면서 부패한 교회 권력과 교황에 대한 반기로 나온 루터, 그는 모든 신앙에 중심을 성서로 두었습니다. 더 이상 이성은 윤리 규범의 토대가 될 수 없고, 오직 신앙만이 윤리의 규범이라는 주장이 지금까지도 프로테스탄티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영향력인 것 같습니다. 마르틴 루터의 무자비한 농민 탄압은 정말 의외라 깜짝 놀랄만했습니다. 이 책에선 마르틴 루터를 짧게 다루었지만 닥치고 나만 옳아식의 루터의 사상은 이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좀더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요. ㅎㅎ

이젠 중세를 넘어 르네상스와 근대로 넘어가네요.

 

댓글 3
  • 2021-03-31 09:35

    저는 이번에 중세철학 파트를 읽으면서 보편자 논쟁에 꽂혔습니다.

    근대가 암흑을 뚫고 온 빛이 아니라는 걸 보편자논쟁이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기회가 닿으면 실재론과 유명론 사이의 티키타카를 살펴보고 싶지만.. 언제나 가능할까요?

    이번에 중세철학과 관련된 책을 과감하게 지르신 분들과 언젠가 미래를 기약하고 싶네요.ㅎㅎㅎ

     

    정의와 미소님! 잠시 관리자 아이디를 빌려 파일내용을 본문으로 펼쳐놓았습니다. 괜찮으시지요?

  • 2021-03-31 10:47

    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번 세미나를 하면서, '루터'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몹시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쉽게 '교조주의'에 빠지고 마는 제 성향 덕이기도 한데요 ㅎㅎㅎ. 다만, 아렘샘의 정리는 대단히 간결하게 아우구, 아퀴나, 루터를 요약해주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닥,나,믿'으로만 정리하면 안 되는 요소도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루터주의에 그러한 면이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요.

    세미나가 끝난 다음에 뤼시앵 페브르가 쓴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링크)이라는 역사적 전기(?)를 읽고 있는데요, 루터는 저희 세미나 텍스트에서 다룬 것 이상으로 복합적인 인물인 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매료시킨 것은 (사사키 아타루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 쓴 바와 같이) '읽기'를 통해 한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읽어서 알아낸 (총체적인) '지식'을 '역사적 운동'에 적용한 거의 최초의 인물이라는 점도 시사해주는 바가 큰 것 같고요. 또 요요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인간의 '내면'을 하나의 '토론' 또는 '비판'거리로 발명해 냈다는 점에 있어서도 루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철회할 수도 없고 철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 양심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습니다."(뤼시앵 페브르의 책, 38쪽)

    이 말은 루터가 (면벌부 판매를 비판한 것에 대한 단죄의 목적으로 열린) 보름스 제국회의에 소환되었을 때, 진술한 발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대체로 호감을 느끼는 20세기 '혁명적 주체'들의 발언과 거의 다른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담으로, 루터는 무려 '아우구스티누스회' 소속 수도사였다고 합니다. ^^ '주의주의-주지주의'의 계보가 파바박 그려지는군요! 

  • 2021-03-31 14:11

    세미나 들어가기 전에 텍스트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기분이었는데 정의와미소샘과 가마솥샘의 발제를 읽고 차분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후기도 감사합니다.

    아퀴나스를 유명론자로 볼 여지에 관해서는, 제가 세미나에서 어버버를 많이 해서;; 생각이 잘 전달되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정의와미소샘과 같은 생각이에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내용을 지금 다시 정리해보면... 아퀴나스가  "보편적 개념들이 인간이 추상해 낸 것들이 아니라 실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온건한 실재론자의 면모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개념들이 대상들 속에 존재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극단적이 아닌 온건한 실재론자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탐구를 통해 개별 실체들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정의로 포착할 수 있다(140)고 말하는 반면 아퀴나스는, 정의와미소샘이 말씀하시듯, 인간이 인식으로 파악할 수 없는 지점을 남겨둡니다(269쪽 표). 이 점은 그가 유명론자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줌으로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이번 세미나로 온라인으로만 얼굴을 뵌 분들이 꽤 많아 실제로 만나면 연예인 만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날이 기대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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