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可道非常道

어휴....

다 읽을 수 있는 글자인데 뜻을 모른다.

그런데 질문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모름’이 아니다.

길 가다가 느닷없이 접촉사고 당한 느낌?

아니, 그게 더 나은가? 상대방 운전자가 미안하다고라도 한다. 사각지대라 못 봤다던가, 마음이 급해 실수했다던가 뭔가 이해될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언제 너더러 읽으라 그랬냐 네가 읽었지’

그렇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윙칫찬이라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른 학파의 경우 도는 제도나 도덕적 진실을 의미하는데 이 학파의 경우 도는 자연적이고 영구적이고 자발적이고 이름 붙일 수 없고 묘사될 수 없는 단 하나(the one)다”

내가 규정짓거나 추측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다 부질없음에 맥이 빠진다. 도대체 그 너머에는 뭐가 있나요?

그래도 친절하게 가르침을 주시려고는 한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배움은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배우는 사람에게 다섯가지 색깔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나 사회가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도록 가르치는 것이니 도가의 첫 번째 학습단계는 관습적인 방식을 배우지 않는 것이란다.

그래서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배움의 추구는 날로 더해가는 것이고 도의 추구는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고요?

왜 이런 말씀이 하고 싶으셨던 거예요? 어떤 고민을 하신 거예요? 어떤 세상에서 사신 거예요? 2000여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동네 아줌마인 제게 전해졌을 때조차 알 수 없는 울림이 있는 것을 보면 당신이 살았던 세상에만 특정할 수 있는 가르침은 아닌 듯한데요, 제게 행간을 읽을 눈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니 그 조차 부질없나요?

‘모르겠다’ 네 글자면 충분한 것을 도대체 몇줄을 쓴 건가.

고작 100쪽 쯤 읽고 뭘 알게 되었다고 쓸 수 있다면 입문자도 아니라고 위로 아닌 위로도 해본다. 그래서 도와 덕, 무위와 자연 이런 굵직한 이야기에 말 한마디도 얹을 수 없음이 당연하다고 억지도 부려본다. 게다가 카렌라이라는 분이 불쑥 불쑥 들이미는 서양철학과의 비교는 내겐 개발에 편자다.

세미나를 이끌어가시는 진달래, 자작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세요. 또 나와요.

저 여유....

공부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 10년은 해야 고전을 읽을 때 눈 앞이 좀 맑아진다 하셨나?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10년이 필요하면 나는...

당장 때려치울 것 같지는 않으니 꾸역꾸역 한 장을 다시 넘기며 버텨볼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