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2강 후기

호면
2023-01-19 14:16
260

  주역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강의를 신청했는데 그 때문인지 지금의 주역은 나에게 막연한 존재다.  첫 시간에 좀 늦게 들어가서 인지 괘가 무엇인지 효가 무엇인지도 헷갈리는 상태에서 그것의 해석(?)이라는 것도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이었다. 눈이 가려진 채 낯선 땅에 떨어져 진 것 같은 기분이다. 후기를 쓰는 것이 이렇게 자신 없었던 건 처음이다. 그래도 일단, 후기 담당이 되었으니,  낯선 앎을 더듬거린 결과물을 짧게 나마 풀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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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아직 주역의 괘들은 검정 막대기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역을 고안한 이들에게 그 검정 막대기들은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 그 자체 였을 것이다. 처음 주역에 흥미를 갖게 된 건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변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지만 변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는 것.  

지난 시간 강의 중 가장 크게 눈에 들어 왔던 것은 바로  '주술적 지식'의 부분이었다.  무당의 점괘가 한때는 '지식'의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으레 신년 운세를 궁금해 하면서도 그것이 '지식'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은 없었다.  무당의 점괘, 운세 이런 것들은 모두 변화 그 자체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그 변화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알고 싶어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변화를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식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지식'이라고 부르는 부분에도 어딘가 주술적인 면이 개입되어 있지 않을까.  정량적인 실험을 통해서 원인 A로 인해 B의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다. 하지만 실험을 하는 사람의 믿음은 그 '지식'을 만들어내는 데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걸까? 그가 가진 믿음으로 인해 실험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지식'이라는 것은 보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징후를 많이 모아 놓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변화 자체를 볼 수 있는 눈은 오히려 흐려지는 게 아닐까. 그러면 주역의 64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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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보다가 막혀 여러가지 이야기를 두서 없이 메모해 놓았다.  수많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주역의 세계를 단 4번의 강의로 알고자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마 나머지 강의도 계속 흐릿한 상태로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막연히 들었던 것들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 변화의 조짐이었을 때가 많았다. 내가 강의를 듣고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을 주역의 64괘 중 어떤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조금 궁금해졌다. 

 

 

댓글 1
  • 2023-01-19 17:58

    주역을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추론해 보자면.. 변혁의 혁괘? 시작의 둔괘? 배움의 몽괘?
    하하 소 뒷걸음질 치다가 뭐라도 걸리지 않을까 싶어 마구 던져봅니다. ㅋㅋ
    뭔지 모르고 내지르는 저를 안타깝게 여긴 선생님이 내일 가르쳐주시기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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