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제2강 후기 - 상보성의 원리이었네!

가마솥
2022-01-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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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성의 원리 때문이었네!

 

    꿈을 꾸었다. 수능시험 보러 간단다. 그런데 내가 앉아 있는 교실이 어째 이상하다. 모두 교복을 입었는데 나만 사복이고, 모두 까까 머리인데 나만 머리가 허옇다. 선생님이 들어 오시고 나의 수험표를 보더니 교실을 잘못 찾아 왔단다. 나는 다른 교실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냐고 물으니, “나는 모른다!”하신다. OMG! 머리 속에 하애지더니 잠을 깨었다. 새벽 4시이다. 참나! 지금 내가 40년도 더 지난 학력고사 시험 보는 꿈을 꾸다니.......기분이 매우 언짢다.

    이건 순전히 고놈의 “양자 역학” 때문이다. 좀더 자세히는 빛이 파동이라는 파동 방정식은 미분 가능한데, 흑체복사의 자외선 파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발견한 빛의 에너지 덩어리(양자) 개념인 플랑크 상수 식에서는 빛 에너지가 진동수(정수)배로 관계되니 미분 불가능(좌우 극한값이 다름)이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미분가능의 정의를 생각해 내고는, 빛을 설명하는데 수학적으로 모순(?)된 방정식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하였는데, “가능하다!”는 답을 주신 선생님 때문이다. 꿈에 “나는 모르지!”했던 선생님과 오버랩된다.

 

   어쨌든, 첫 시간의 결론은 빛은 파동(간섭효과)이면서 입자(광전효과)이다 라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간에서 먼저 드 브로이는 빛의 이러한 현상을 물질에도 적용시켜서 물질(전자)도 파동을 가지고 있다는 물질파 이론을 내놓는다. 그 동안에는 전자는 입자로만 인식하였는데 전자도 파동을 가진다고 하는 것이다. 양자역학 측면에서 이것은 빛의 회절현상을 이용한 광학 현미경 수준에서 전자의 회절현상을 이용한 전자 현미경 수준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전자가 파동이라면 파동방정식을 이용하여 일정 시간 뒤의 매질의 위치를 알수 있어야 할텐데, 실제로는 측정할 때마다 달랐다. 하이젠 베르그는 이를 불확정성의 원리로 정리하였다. 즉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치가 정확하게 측정될수록 운동량의 표준편차(또는 불확정도)은 커지게 되고 반대로 운동량이 정확하게 측정될수록 위치의 불확정도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연구하던 닐스 보어는 이 전자의 존재 위치는 그 자체의 확률밀도함수를 가지는 존재확률로 펴져 있으며, 본질적으로 물체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입자 혹은 파동으로 설명되어 지는 것은 관찰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는 소위 ‘상보성의 원리’를 주장한다.

 

    지난 해에 문탁 제자백가 세미나에서 ‘여씨춘추’를 읽으면서 음양사상을 접하였다. 평소에 미신 정도로만 여겼던 음양사상이 현대과학의 난제(양자역학)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벤자민 슈워츠의 한줄 문장을 읽고 양자역학의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씨춘추’를 읽고 나서 쓴 에세이를 다시 읽었다

 

음양오행의 음양사상은 짝 개념에서 출발한다. 기원전 250년 이후 최종 모습을 갖추는 중국의 전통 우주론은 모든 이진법적 대립 개념들을 음(陰)과 양(陽)의 범주로 연쇄시켜 질서를 갖춘다. 『노자』 마왕퇴 B본에 추가된 문헌들 중의 하나인 칭(稱)(BC250년경)에 가장 오래된 음양의 사례가 대구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분류를 할 때에는 언제나 전체적인 계획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음과 양을 사용하라.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봄은 양이고 가을은 음이다. 여름은 양이고 겨울은 음이다....(중략)....펼치기는 양이고 오므리기는 음이다....(중략).... 어른은 양이고 아이는 음이다.(후략).”[『도의 논쟁자들』-그레이엄, p.579]

 

이 연쇄표에서 A(:지배)는 B(:피지배)보다 우월하게 보이지만 양자는 상호 의존적이다. 또한 이것은 선/악으로 귀결되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인정되어 왔듯이 서양에서는 상반(相反)되는 개념이 모순된 것으로 취급되지만 중국에서는 상호 보완적이다. 최초의 천문학적 편장인 『회남자』의 “따라서....”로 연결되는 가장 발달된 형태의 우주발생론에서 짝 개념(A/B)을 살펴보자. 1.맑음/탁함. 2.하늘/땅. 3.양/음... 5.불/물....15.올라가다/내려가다. 위상 1, 2를 상응하는 연결고리로 대비시켜 말하면, 맑은 것은 하늘이 되고, 탁한 것은 땅이 된다. 5, 15를 상응하면 불은 올라가고 물은 내려간다. 이런 식으로 우주론자들은 전체 도식을 통해 고립된 유비(類比)가 아니라 ‘대비(對比)와 연결의 수단’을 가지고 우주의 현상을 설명/추론한다.

이러한 무언가 논리가 점프하는 것과 같은 설명과 추론부분이 비과학적으로 보였다. 원인없는 결과가 있으랴! 서로 대비되는 짝에서 좋음/나쁨, 선/악으로 구분지어 선택하려 하였다. 이를테면 양은 좋은 것/선한 것으로, 음은 나쁜 것/악한 것으로, 진보는 좋은 것이고 보수는 나쁜 것이니 제거해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것은 상호 보완적이며 상호 의존적이라니......이제 어떤 현상에 대한 쌍(X, Y)은 인과관계 이전에 그 상관성에서 의미가 있으며, 유비(類比)를 넘어서 ‘대비(對比)와 연결의 수단’을 가지고 우주의 현상을 설명/추론한다고? 그것이 음양사상이고, 비과학적 추론이라고 생각했던 이 방식이 현대 과학의 난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사고체계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다음 번에 또 시험보는 꿈을 꾼다면 이제는 “어떤 교실에서나 시험만 보면 될 것 아니냐고” 따져 봐야 겠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고전 양자역학이란다.  그럼, 현대 양자역학에서 또 다른 얘기하는 것인가? 어째 불길하다.   꿈  때문인가?  ㅎㅎㅎ

댓글 7
  • 2022-01-17 17:45

    음하하하~ 유쾌하고 동서양을 교차하는 멋진 후기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2022-01-17 18:20

    음이 있기에 양이 있고

    양이 있기에 음이 있다.

    상호보완적이라고 할수도 있고

    사실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둘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따로 때어낼수 없는 하나인 것이다. 

    라는 부처의 가르침도 추가하면 더 좋을듯해요 ㅎㅎ

  • 2022-01-17 18:59

    같은 후기 팀원으로서  가마솥님의 후기 반가워요^^
    공부 초보라 여씨 춘추의 음양오행 사상도 어렵고 양자역학은 더 더욱 어렵고~
    질문과 후기, 댓글에서 문탁샘들의 공부 내공이 팍팍 느껴집니다.
    강사님의 1,2강이 기승의 오르막이라니, 힘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3,4강은 내려가 보렵니다.

  • 2022-01-17 21:17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요. 닐스보어가 귀족작위를 받으면서 만든 문장이라고 하는군요.

     

     

     

    그림에 씌여져 있는 글자는 "상호배타적인 것들은 상보적이다"라는 명제래요.

    1937년에 보어는 중국에 가서 주역을 접했다는데, 그래서 태극문양을 넣은 것 아닐까 싶네요.^^

    그림의 아래에 있는 코끼리는 또 뭘까요?

     

    입자와 파동의 관계를 상보성의 원리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 미시세계에서의 일이잖아요.

    그런데 음과 양의 예들은 모두 거시세계의 예들인데..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또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걸까요?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은 사고실험이 거시세계로 미시세계를 설명하려 했기 때문에 생겨난 그런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군요.^^

    • 2022-01-17 22:02

      오호! 그렇군요. 보어가 자기 문양에 탸극을!  

      요요님.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거시적인? 뉴튼의 중력법칙에서 출발한 현대 과학이 미시적인? 전자 세계를 다루면서 발견된 양립하는 수학적 모순이 측정의 scale 문제일지도요.....

  • 2022-01-18 11:19

    오... 역시 핫합니다. 양자역학이나 서양 현대 철학이나 동양의 음양오행이나.. 세계를 관계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으로 수렴되는 느낌을 저도 받습니다. 같이 차근차근 따라가보고 싶네요.

    박재용선생님께서 공식 강의에 자부심을 보이시는데, 아무튼 제게는 충분히 그럴만 하십니다. 내게도 공식이 언어로 다가오다니... 도무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일입니다.. 

  • 2022-01-19 21:51

    저는 맥락만이라도 건지고 싶었는데 강좌도 다 못듣고 들락날락했는데 후기 덕분에 다음 시간을 기약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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