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름특강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과 기술철학 4강 후기

정의와미소
2021-08-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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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학교의 상반기 수업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이번 여름특강은 시몽동의 기술 철학을 될 거라는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처음 듣는 철학자의 이름에 우리나라에  그런 철학자가 있었어라는 생각을 했다. 부끄럽게도 그 철학자는 질베르 시몽동,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프랑스 철학자였다. 개체화 이론과 기술철학이 생소했지만 5년안에 가장 핫한 철학이 될 거라는 말에 덜컥 여름 특강을 신청해 버렸다.  결론은 괜찮은 선택!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기존의 철학들과는 달리 물리학, 광물학, 생리학등 다양한 과학과의 연결해 사유하는 지점이 독창적이고 흥미로웠다. 물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니 일단은  기술 철학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4강의 시작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정신적 개체화 구도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다. 정신적 개체화는 지각과 정념의 개체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선 지각의 개체화를 살펴보면 주체와 환경의 양립불가능성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지각작용( 형태의 발명)이며 이것이 지각장(새로운 공리계)에 통합되어 새로운 구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시몽동은 이런 지각적 인식이 관념연합론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안정된 유기체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제적인 방향 설정과 극성, 그리고 긴장, 퍼텐셜과 같은  역동적 내용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비롯된 형태이론이나 정보이론이 설명해 내지 못한 지각의 발명에 대해 시몽동은 질적, 양적 특성이 아닌 강도로서의 정보를 가진 지각의 특성을 포착한다. 강도는 생명적 역동성에 의해 방향이 잡힌 주체, 구체적 상황에 처한 주체의 특성이며 주체는 세계 속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이 가진 극성에 따라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정한다. 굴성, 구배, 강도차와 같은 부분은 사진예시가 있어서 이해하기가 좋았다.  시몽동은 주체와 세계의 역동적 관계에 의해 나타난 강도적 다양성을 통해  형태에 호소력을 줌으로써 지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한다.

 정념의 개체화는 두려움이나 욕망, 열정 등과 같은 구조화되지 않은 정념들이 '감정'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구조화되는 것을 말한다. 감정은 정념들간의 양립불가능성을  주체 안에서 해결하는 기능으로, 이는 주체의 현존을 암시한다. 개체초월적 의사 소통인 정념성은  의식과 무의식을 매개할 뿐 만 아니라 주체와 다른 주체들, 세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은 정념의 의미화를 통해 , 행동은 지각의 의미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의미화 과정이다. 이러한 정념의 개체화와 지각의 개체화를 통해 주체는 개체와 달리 집단적인 것으로 통합될 때 정신성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주체는 집단적인 것의 개체화 속에서만 자기 자신과 일치할 수 있다.  또한 주체는 감정에 의해 방향성을 갖게 되며 이는 주체와 세계의 근원적인 관계를 가능케 한다.  정신적 개체화를 통한 정신성의 탄생은 주체의 탄생과 집단적 개체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시몽동 철학의 핵심인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기술적 대상들의 발생과 진화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베르그손과  깡길렘 철학을 설명해주셨다.  베르그손의 물질과 생명에 대한 견해에서 유기체는 스스로 유기적으로 조직화하고 생명체는 기억을 바탕으로 스스로 개체성을 형성하는 부분에 시몽동은  동의한다. 그러나 베르그손이 물질은 개체성을 없다는 주장에 시몽동은 물질도 개체성이 있다고 주장한 점이 차이가 있다.  또한 기계론에 반하여 시몽동은 베르그손, 깡길렘에 친화적이면서도 기술적 존재자들의 독립적 공간을 확보하며, 독창적 기술 철학을 확립하고, 사이버네틱스의 자동 조절 모형을 받아들이지만 생명을 기계로 환원하지 않고 생명과 기계의 상호 관계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마지막 강의에서 기술적 존재에 대해 더 많이 다룰 것이므로 다음 후기를 기대해 보기로 한다.

 

PS_ 강의 내용을 따라 가느라 늘 허덕이는데 매번  복습을 할 수 있게 녹화본을 올려주시고, 강의 준비를 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댓글 2
  • 2021-08-11 09:59

    정의와 미소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지난 시간 복습효과 짱이에요!

    저는 물리적 개체화에서 '극성'으로 설명했던 것이 정신적 개체화(지각의 개체화)에서는 '강도'로 설명되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물리적 개체화에서 이야기한 개체화의 기본 틀이 다른 개체화를 설명할 때도 반복하며 변주되는 것도 재미있네요.

    이제 단 한 시간 남겨놓았는데, 마지막 기술적 개체화부분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강의가 끝나가는게 좋기도 하고, 그동안 배운 것이 조만간 휘발되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ㅋ

  • 2021-08-11 20:23

    지난 시간에 결석한 저는 이렇게 녹화영상과 후기의 도움을 받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덧, 그리고 '내일까지 올릴께요'는 넘나 멋졌습니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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