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34회차 후기 :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다

토용
2024-02-27 00:05
54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신박한 사건이라니!

 

위(衛)나라는 초나라와 동맹국이다. 위 성공은 초나라가 성복전투에서 진(晉)나라에게 패했다는 말을 듣자 진(陳)나라로 도망간다. 도망가면서 동생 숙무에게 잠시 섭정을 맡겼고 대부 원훤이 숙무를 도왔다.

그런데 비극은 꼭 의심에서 시작한다. 혹자가 원훤이 숙무를 진짜 군주로 세웠다고 참소한 것이다. 위 성공은 그 말을 듣고 자기를 따라다니던 원훤의 아들을 죽인다.

위 성공이 돌아오던 날, 숙무는 머리를 감으려다가 형님이 온다는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풀은 머리를 움켜쥐고서 달려 나왔다. 그런데 성공에 앞서 들어온 선발대가 숙무를 쏘아 죽인다. 뒤늦게 온 성공은 숙무의 무죄를 알고 통곡을 하는데....

 

원훤은 진(晉)나라로 도망가서 패자가 된 문공에게 성공을 고소한다.

당시의 제도에 따르면 제후가 직접 법정에 설 수 없기 때문에 신하를 대신 세운다. 그래서 침장자를 자신의 좌(坐, 대리인)로, 영무자를 보(輔 보조인)로, 사영을 진나라의 관리(지금으로 치면 검사쯤 되겠다)와 시비를 따지는 대사(大士)로 삼아 소송에 참여한다. 즉 침장자는 단지 제후를 대신해서 법정에 앉아있을 뿐이고, 사영은 변호사인 셈이다. 그런데 영무자의 역할이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소송의 결과는 성공의 패소였다. 패소하면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이 벌을 받았나보다. 변호사 사영은 죽고, 앉아만 있던 침장자는 발뒤꿈치가 잘리는 형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무자를 충성스럽다고 하여 형벌을 면제해 준 것이다.

패소한 성공은 주나라로 보내져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그 옥중수발을 영무자가 맡는다.

승소한 원훤은 위나라로 돌아가 공자하를 옹립한다.

 

이 정도의 일은 춘추시대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나? 이런 일로 대부가 제후를 고소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고소한다는 것은 더 신기했고, 재판을 해서 제후가 패소한 것은 더더 신기했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역할을 규정해놓은 것을 보니 이런 재판이 앞서 있었던 것 같다. 패자가 하는 일에 이런 것도 있었나보다. 제 환공도 했으려나?

 

영무자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논어』 <공야장>에 나오는 인물이었다. 공자가 영무자를 평하기를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지혜롭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어리석었으니, 그 지혜는 따를 수 있으나 그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고 하였다. 칭찬이다.

공자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 이번 에피소드를 읽고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댓글 1
  • 2024-02-27 21:36

    나라도 고소하는 요즘 재벌이 뜬금없이 생각났습니다. 근데 결국 원훤이 죽는 걸 보니 참, 뭐라 말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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