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5회차 후기

우현
2024-04-30 17:34
34

 이번 주부터는 한 장씩만 읽기로 했는데요, 분량이 적어지니 훨씬 수월하고ㅎ 디테일을 더 짚을 수 있던 것 같아요. 다음 주는 심지어 13페이지에 불과해서, 강독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사회학 세미나에 관심을 표하시는 샘분들이 계시다던데ㅎ 댓글로 관심을 표현해주세요ㅎ

 

 

 이번 주는 3부의 3장, ‘위임과 정치적 물신주의’였지요. 조직의 ‘대표’는 보통 조직의 권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대표가 보편적인 언어와 함께 수행적 발화를 이행함으로써 ‘조직’을 만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임이라는 행위가 곧 조직이 스스로 자기를 구성하게 만드는 행위인 셈이지요. 권력을 위임받은 수임자는 곧 자신이 이 조직을 대표한다는 ‘오인’ 아래서, 자신의 필요와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교회에서 목사가 ‘신’의 대리인으로써 성경을 해석하고, 그것만이 옳은 것처럼 권력관계를 구성하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한 조직의 ‘대표’는 마치 자신의 권력을 위해 전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이 유리한 언어들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대리의 신비’를 완성시키는 결정적 요인은 권력의 수임자들은 자신을 정말 조직의 대표라고 착각한다는 점에 있다고 합니다. 즉 실제로 권력의 수임자는 개인적 주체와 조직의 대표로서의 주체로 이루어진 ‘이중 게임’이 일어나지만, 수임자는 그 분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곧 조직의 대표라고 착각한다는 것이예요. 같은 맥락에서 조직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조직 밖에서의 권력이 많지 않은 이들(비서, 청년, 상근자 등)이 조직을 대표하게 되면, 이런 대리의 신비가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그 사람들은 더더욱 조직에 헌신하면서 ‘조직성’을 공고히 하게 되죠.

 

 세미나 때 이야기가 나온 ‘상동성’에 대한 개념도 정리해볼게요. 이는 조직의 ‘대표’가 비서같이 다른 사람(주로 피지배자층)에게 권력을 위임할 때 일어나는 효과예요. 그러니까 조직의 대표가 왜 비서에게 권력을 이양하는가에 대해서, 비서(권력의 수임자)가 헌신하게 될 조직의 활동이 곧 대표에게도 도움을 일으킨다는 의미에서의 상동성이거든요. 이는 굉장히 구조주의적인 분석이라고 정군샘이 덧붙이셨어요.

쉽게 말해

 

 

좌파 – 우파

민중 – 기득권층

 

 

에서 좌파-우파 대립은 ‘정치 장’에서의 대립이지만, 민중-기득권층은 ‘계급 장’에서의 대립이죠. 두 장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놓고 대립을 벌이지만 두 장이 조응하는 면이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좌파의 헤게모니가 커지면 민중의 헤게모니도 같이 커지는, 그런 종류의 상동성인 겁니다.

이 얘기가 왜 나왔냐면, 대표가 비서에게 권력을 이양할 시에 벌어질 시나리오는 조직 활동력이 커지고, 그 영향이 고스란히 대표에게 오기 때문인 거죠. 재밌죠.

 

 저는 정치 장을 잘 몰라서, 주로 문화 장으로 이해해보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음악 장에서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대립이 다른 어느 장과 조응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계급 장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뭐 그런 겁니다.

 

 

 아무튼 이 장의 핵심은 또 다시 민중의 혁명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개인이 정치적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단위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직의 대표가 선출되고,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는 또 다시 개개인의 목소리를 지우고 ‘보편적인 조직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다시 개개인들에게 소외를 겪게 한다는 논지였거든요. 권력의 위임의 굴레 속에서, 조직은 점점 분열돼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게 되고, 전 장에서 나오듯이 상대적인 대립 관계 속에서만 놓이고... 계급의 문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정치적 움직임은 이렇게 미궁으로 빠지게 됩니다. 저나 라겸샘은 이 분석 자체에 놀라워 하고 있지만, 정군샘은 힘이 좀 빠지시는 것 같아요. 분석은 탁월하나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뭐 그건 ‘다음 문제’인 것 같고, 부르디외는 ‘분석’까지가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는 비교적 수월하겠네요~ㅎㅎ 강독도 기대가 됩니다잉

댓글 2
  • 2024-04-30 18:54

    음ᆢ 관심있다시던 샘들은 이 글을 보실까요?^^

    그러게요.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은 어디와 조응할까요. 저도 궁금.

    부르디외의 상징권력을 읽을수록 일종의 심리학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우린 왜 이럴까ᆢ 하는^^

  • 2024-05-02 10:39

    ㅎㅎㅎㅎ 부르디외를 읽을수록 ‘우린 왜 이럴까’하는 질문에 대해 답변이 풍부해진다는 느낌입니다. 세미나 때 이야기한대로 ‘어떻게 할까’는 우리 몫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저도 한 장씩 읽어가는 게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반기부터 <구별짓기>를 읽는다면... 이 페이스가 오래가진 않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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