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세미나>『언어와 상징권력』2회차 후기- 말발과 눈치 그리고 은어

라겸
2024-04-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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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1장에서 부르디외는 일반언어학이 가정하고 있는 '올바른 언어(표준어)'라는 것이 끝없는 차별화와 교정을 통해 유지생산되는 준-인공적인 언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2장에서는 이러한 언어의 교환을 경제적 교환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하면서 이 교환을 지배하는 특수한 가격형성 법칙을 설명한다.

  부르디외는 발화를 사회적 맥락에서 떼어내어 순수하게 형식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담론은 하나의 시장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치와 의미를 획득하기에 말이다. 하여 담론의 가치는 언어적 교환에 참여하는 여러 행위자들의 언어능력 사이 권력 관계(소위 '말발')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올바른 언어 능력이라고 간주되는 이 '말발'을 둘러싼 언어적 역학 관계는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말발은 단지 두 개인이라는 기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적 힘만을 이야기하지 않기에 말이다. 즉 말발 안에는 언어들 간의 객관적인 관계나 그 언어들을 사용하는 집단들 간의 관계가 함께 녹아들어 있다. 

  하여 말발은 위계 구조 내에서 자기 위치를 ‘자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다. 상황이 공식적일수록, 그리고 말발을 지배적인 표현 양식이라고 혹은 올바른 언어 능력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말발은 더욱더 힘을 얻는다. 그리하여 말발은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언어 자본'으로 기능하게 되며, 동시에  말발이라는 언어 자본을 많이 가질수록 권력 구도 자체를 협상하고 조작하는 힘 역시 많이 갖게 된다. 

  하여 언어 자본으로서의 말발이란 단지 기술적인 언어 능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위에 걸맞은' 능력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인정된 권력'이다. 철학자의 무게 있는 말이나 종교 언어의 상징적 효력이 '집단으로부터의 인정'이라는 사회적 조건으로부터 나오듯, 올바른 언어 능력인 말발 역시 제도가 부여해 주는 인정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 말발은 일종의 수행적 발화다. 즉 말발 안에는 집단의 권위를 등에 업고 말로써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능해지는 일종의 '대리의 신비'가 작동하고 있기에 말이다. 말발이 진정한 말발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시장의 '뒷배'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말발이 수용되게 하려면 시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 부르디외는 이를 '이윤의 예측'이라 표현하는데, 우리는 자신의 말발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무의식적인 동시에 객관적이고도 평균적인 감각으로 스스로를 바꿈으로써 자신을 사회 세계에 양보한다. 그런 점에서 담론은 언제나 적절하게 잘 말하려는 전략적 수정의 결과물로서의 '완곡어법'이자 말해야 하는 것과 참아야 할 것을 검열하는 일종의 '타협 형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배적 표현 양식으로서의 완곡어법은 사회적 위계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더 ‘’해 질수있다. 즉, 그 시장에 ‘일찍부터’ 드나든 사람이 더 잘한다는 점에서 언어적 하비투스는 자기 계급의 위치를 드러내는 동시에 ‘신체적 성향‘의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하여 부르디외는 모름지기 사회언어학이라 함은 언어적 특질들과 사회적인 속성들(신체적 헥시스, 생김새, 화장, 옷)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음을 꼭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신체’와 ‘언어’와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조응하기에 말이다.

  이런 점에서, 부르디외가 보기에 신체와 언어와 시간이 조응하여 만들어 낸 대표적인 각인 효과를 지니는 단어는 바로 ‘민중’이라는 단어다. ‘민중적’의 계열에 속하는 개념들은 실은 정합성이나 그 확실성이 매우 결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과 정치판에서 자기들 입맛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무엇보다, 민중 언어라는 개념은 위와 아래, 섬세한 것과 거친 것, 고상한 것과 저속한 것, 그리고 문화와 자연으로까지 이어지는 이분법적 사고 아래 놓여 있을 뿐이고, 지배적 언어와 민중 언어의 기법은 실은 많은 부분이 겹치고, 또한 민중 언어의 용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 또한 무시되고 있다.

  민중 언어냐 올바른 언어냐는 대립적 사고방식의 이원론적인 결과를 피하려면 언어를 생산하는 어법들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원리들에 집중해야 한다. 부르디외는 지배적인 시장과 매우 다양한 관계가 생겨나게 하는 원천들로서 ‘성’과 ‘세대’, ‘사회적 위치’, ‘(종족적)출신’을 꼽는다. 하여 단지 저속한 언어와는 구별되는 ‘은어’라는 개념은, '낮은' 문화 자본을 가진, 청소년 '세대', 이민자 '출신', '남자'들의 조합이 지향하는 규범에의 저항적 측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반-규범의 언어 내세우기는 피지배 계급의 고유한 공간 안에서만 가능하기에, 은어는 지배계급의 원리를 현실적으로는 위반하는듯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승인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하여 이렇게 ‘통제된 자유’와 ‘지배받는 차별성’을 이용/수용하는 그들의 성향과 태도에 따라 그들의 언어적 문화적 생산이 다양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왜 민중이라는 단어가 자동적으로 저마다에게 자신의 환상을 뒷받침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뭔가를 완전히 장악해서 완곡하게 자알 표현하기에는 아직은 미흡한 나의 ‘말발’은 후기가 일종의 ‘은어’로 작동되지나 않을지 ‘눈치’를 살핀다. 그러나 부르디외는 뭔가 간질거린다. 좀 더 읽어보면 무엇이 간질거리는지 알겠지. 우현이는 매주 후기 쓰느라 참 많이 고생(공부)했겠다^^

댓글 1
  • 2024-04-03 20:24

    ㅎㅎㅎ 인용을 난무하며 부르디외의 학자적 권력에 기댈려는 저와 달리, 어려워도 본인의 언어로 꿋꿋이 정리하시는 모습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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