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3회차 후기

우현
2024-04-15 15:31
45

 

 3회차는 평창 고사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언어와 상징권력』 2부의 내용을 살펴보았는데요, 기본적으로 1부 내용과 겹치는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언어가 갖는 권위와 ‘임명의례’, 나아가 지배담론에 반하는 이단적 담론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어요.

 

 

 부르디외가 반복해서 말하는 내용은 ‘언어 자체’에는 권력이 없다는 겁니다. 언어는 ‘상징’으로서, 권력을 대변할 뿐이죠. 저는 ‘스켑트론’의 예가 인상 깊었는데, 스켑트론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상징물인데요, 기원은 헤르메스가 들고 다니는 지팡이라고 합니다. 아테네 시민들의 토론 자리를 다룬 서사시에서는, 이 스켑트론을 들고 있는 자만이 발언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말을 할 수 있는 기회, 그런 권력을 스켑트론이라는 상징물로 부여한 것이죠.(현대로 치면 마이크 같은 것이죠) 이러한 ‘상징’이 곧 언어라는 겁니다. 그럼 권력은 어디있냐? 사람들의 ‘인정’으로 이루어진 관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정으로부터 권력이 형성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의례나 상징들이 권력을 대변하는 꼴이 되죠.

 

 

 대표적으로 ‘인정’받은 의례 중 하나가, ‘성인식’입니다. 다양한 사회권에서 발견되는, 아동기와 성인기를 구분해주는 의례죠. 그런데 부르디외는 이 ‘성인식’을 ‘임명의례’로 바꿔 부르고자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성인식은, 단순히 아동기와 성인기를 구분해주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을 ‘성인 남성’으로 임명하면서 펼치는 영향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할례’(남성 할례)는 한 대상을 ‘성인 남성’으로 임명하면서 성인과 아동, 남성 아동과 여성 아동, 성인 남성과 성인 여성 등을 구분짓는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이런 임명(명명)은 이런 차이와 구분이 자연적인 것인 것처럼 체화시키는 효과까지 낳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적으로 ‘임명’된 존재로 태어나고, 임명이 그은 구분선이 자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이런 임명의례는, 나아가 사회 자체가 하나의 ‘주술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임명된 존재가 ‘마땅히 해야할 것’을 부여받고, 그 ‘이름’이 지닌 권력을 부여받게 되며, 반대로 한계도 부여받습니다. ‘남자’라면 마땅히... ‘여자’라면 마땅히... ‘귀족’이라면 마땅히... ‘노동자’라면 마땅히...

 

 

 이처럼 이론은 일종의 ‘지각 프로그램’에 불과해서, 우리가 한 대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가부장의 관점으로 보는 ‘여성’과 페미니즘적으로 바라보는 ‘여성’은 전혀 다른 존재니까요. 기성담론에 저항하는 ‘이단적 담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실부터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이론을 생산하는 ‘과학’을 기반으로, ‘변증법’을 기반으로, 특정 대상을 다르게 해석해내는 작업이 필요하죠. 어떤 이론이 옳고 그른지는 사실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세상의 인정을 받느냐 안받느냐가 더 중요하죠. 그로 인해 ‘권력’을 부여받느냐 그러지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셈입니다. 이단적 담론의 핵심은 기성담론에 계속해서 균열을 내고, 그를 ‘위반’하며, 새로운 이론을 세상 사람들에게 설득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마르크스주의를 염두해 둔 내용이라고 하는데, 아직 마르크스를 잘 몰라서 그런지 이 이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더 읽어보도록 할게유.

 

 

 다음 시간은 한 주 쉬기로 했구요, 덕분에 저는 모든 세미나를 쉬어 온전히 쉴 수 있는 한 주가 되었네요. 제우스께서는 혼자 놀고만 있지 말라며, 저에게 몸살이라는 짐을 지어주셨지만... 잘 이겨내보도록 하겠습니다.(아, 이 세미나가 아닌가?) 아무튼, 다음 시간에 뵈어요~

 

댓글 2
  • 2024-04-17 08:02

    온전히(?) 쉬며 3부 잘 읽고 있죠?^^ 음ᆢ 3부 뭔가 예감이 안좋아 ㅎㅎ

  • 2024-04-17 14:48

    저는 아직 3부 안 읽었는데 ㅎㅎㅎ 분위기를 어떻게 띄워야하나 고민해 보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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