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4회차 후기

우현
2024-01-23 21:37
165

4장입니다. 4장의 제목은 <고고학과 통계학>인데요, 복습을 해보자면 1장에서는 모방이라는 타르드의 이론을 전개하는 장이었고, 2장 <사회적 유사와 모방>에서는 실제로 그 이론이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폈습니다. 3장 <사회란 무엇인가>는 이론이 적용되는 배경, 사회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고, 4장은 고고학과 통계학을 모방 이론의 방법론으로 제시합니다.

 

우선 고고학은 ‘발명’이라고 요약할 수 있고, 통계학은 ‘모방’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고고학은 일반적인 역사와 구분되는 ‘변형된 역사’를 탐구하는 학문인데요, 일반적인 역사는 전쟁이나 혁명같이 큰 기점이 되는 역사적 순간들의 집합입니다. 타르드는 그 역사적 순간들을 하나의 ‘발명’이라고 보았죠. 하지만 ‘역사’에서 다뤄지는 발명은 모방이 가장 많이 된, 가장 성공한 발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발명의 유지는 단순히 한 욕망의 승리가 아니라, 그에 반하거나 도움을 주는, 혹은 아예 다른 욕망들간의 불안정한 균형이라고 타르드는 말합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발명과 그에 대한 잠재적 에너지(욕구)들로 가득차있고, 환경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그 힘들이 움직이는 과정이 곧 사회인 것이지요. 이는 사회 현상 뿐 아니라 물리계, 생물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태양의 우주적인 발광 현상이라는 힘이 있고, 그것을 막아서는 지구의 지면의 힘이 있겠지요. 우리는 그걸 ‘맑은 날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사회의 ‘발명’을 위주로 탐구하는 학문이 고고학입니다.

 

그럼 통계학은 뭘까요? 기본적으로는 고고학과 같습니다만, 통계는 곧 특정 사회 현상에 대한 수열을 의미하겠지요? 따라서 사람들이 무엇을 ‘모방’하는지를 살펴보는 학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그래프의 움직임에 따른 해석이 가능하겠죠. 상승과 하강부는 특정 욕구의 상승이나 하강이겠지만, 고평부, 즉 일정 수열이 유지되는 순간에 대해서는 특정 욕구가 다른 욕구와 같은 강도로 유지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수열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는 이런식으로 지표들이 의미하는 바, 즉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힘들간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내용은 무지하게 많았는데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니까 아주 속이 다 시원하네요...! 세미나에서 중점으로 이야기된 것은 이렇습니다. 요약에서 말했듯이 타르드는 사회의 수많은 힘, 그러니까 욕구들로부터 탄생한 ‘발명’을 중요하게 말하는데, 정작 책의 제목은 『모방의 법칙』이잖아요. 물론 모방도 발명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개념이지만, 왜 ‘발명’이 아닌 ‘모방’을 중점으로 이야기했냐는 거죠. 이에 정군샘은 발명과 고고학을 중심으로 전개하면 ‘사회학’보다는 ‘역사’의 가까워지기 때문일 거라고 하셨어요. 발명은 하나의 행위 또는 사건이고, 모방은 발명의 전염과 흐름의 과정 전반이니까요. 그래도 제가 보기엔 발견이 다른 요소들과 엮일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느껴져서(특히 철학과), 『발명의 법칙』이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도 했습니다ㅎ. 예를 들면 푸코가 『성의 역사』를 다루는 방법론도 이와 같았죠. ‘성’이라고 하는 억압기제(시대별로 차이는 있지만)는 어떻게 발명되었는가? 와 같이 말이죠.

 

이밖에도 발명에 대해 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모방에 의해 발명이 생겨난다면, 모방이 관여하지 않은 ‘최초의 발명’은 있는가? ‘최초의 발명’이 아니더라도 타르드는 기존의 지배적인 발명과 전혀 다른 ‘우발적 발명’이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우발적 발명’의 메커니즘은 있는가? 반대로 ‘발명’ 없이 모방만 하는 사회도 있을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입죠. 타르드는 이 질문들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습니다.(아직까진요) 따라서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해요. ‘최초의 발명’이 있다고 보면 신학적인 해석이 가능할 겁니다. ‘발명’없이 모방만 하는 사회가 있다고 한다면 민족우월주의로 빠질 수도 있겠죠. 저는 타르드가 그렇게 얘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 믿음이 있지만 뭐, 모르는 일이지요.

 

예술과도 참 엮일 여지가 많아요. 어떤 게 있을까요? 분명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머리가 잘 안돌아가네요. 아마 댓글로 정군샘이 더 얘기해주실 겁니다ㅎ

댓글 1
  • 2024-01-26 16:01

    우현이가 매주 요약과 후기를 쓰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ㅎㅎㅎ (너무 좋죠?)

    타르드의 기본 논지는 일관됩니다. 아마도 6장 (모방의) 논리 외적 영향에 이르면 기본 논지(모든 것은 반복된다. 사회의 반복은 모방이다)에서 예외적인 사례들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어쨌든 이번주에 읽은 4장의 주요 내용은 '사회적 모방을 어떻게 학學의 대상으로 정립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고학과 통계학'이라는 방법론에 따라 정립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이고요. 우현이가 후기에 쓴 것처럼 타르드에 따르면 고고학은 '발명의 계열'을 파악하는 방법이고, '통계학'은 '모방의 계열'을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대략 전자는 시계열적 흐름에 따라, 통시적으로 '발명'이 언제 일어났고, 그것이 어떻게 다른 발명으로 대체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가하면, '통계학'은 모방의 계열을 드러내는데, 이때 우리는 그것이 그리는 상승곡선, 수평선, 하강고선 등을 통해 그것의 전파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요컨대 고고학이 통시적이라면 통계학은 공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학문은 그렇게 사회체 안에 교차하는 힘들(욕망들)을 관찰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마지막에 우현이가 써놓은 '예술과 엮일 여지'는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그것은 '고고학'과 연관해서는 역사상에 있었던 여타 예술사조들과 그 아류들, 그것들을 대체하는 다른 사조들의 예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예를들어 '원근법'의 발명이 완전히 바꿔놓은 회화의 풍경이라던가, 조형예술과 음악예술을 교차 시켜온 현대 예술의 '발명' 등, 예술적 '발명'을 분석하는 틀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통계학'의 경우에는 '기술복제 시대' 이후의 '미적 모방'에 관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좀 있을 것 같고요. 가령 '샘플링' 기법의 발명 이후 현대 대중음악은 '창작'에서 '편집'으로 작업방식의 급격한 변환을 맞습니다. 음원 사이트에 특정 년도 이후 등록된 음원 중 샘플링 기법을 사용한 음악의 그래프를 그려볼 수 있겠죠? 나아가 이와 같은 예술적 발명과 미적 모방과 '사회적 감수성'의 관계 등을 논하는 예술 사회학적 접근도 얼마든지 가능할 듯 합니다.

    원전 기준으로는 대략 반절 정도에 이르렀는데요. 볼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나중에 우현이가 <사회학 : 가브리엘 타르드 읽기> 세미나를 열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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