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퀴어링!> 1회차 후기: 평등해질 수 있을까?

고은
2021-08-14 12:02
103

 

 

   <사랑을 퀴어링!>이 개강하였습니다. 6명의 멤버와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아주 적정한 인원인 것 같습니다. 줌으로만 진행하는 세미나는 처음이라 사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거든요.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지만, 길위를 함께 했던 수현이를 제외하고는 세미나를 같이하는 건 전부 처음인 분들이었답니다. 처음엔 제가 간단하게 저와 워크샵 소개를 하고 2주동안 읽게 될 『어쩌면 이상한 몸』의 앞 파트 발제를 읽었답니다.

 

   “내게 ‘장애인’은 가까우면서도 낯선 사람들이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갖고 산다는 점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의 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장애인’은 내게 가깝다. 그러나 내 주위에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고, 그들과 친밀했던 적이 없다는 점에서 ‘장애인’은 내게 낯설다. ‘사랑과 성’ 역시 ‘장애인’만큼이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개념이다. 나의 삶과 분리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사랑과 성’을 다루는 데 서툴다고 느낀다. 때문에 이들을 한 데 묶어서 ‘장애인의 사랑과 성’을 주제로 워크샵을 열기까지 꽤 오랜 시간 망설였다.
이번 워크샵을 준비하며 큰 도움을 받았던 건 <장애여성공감>과 그 멤버들이 쓰고 번역한 책들이었다. 그 중 『어쩌면 이상한 몸』에는 장애여성 10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롤로그에서 <장애여성공감>은 불구인 자신들이 ‘이상한queer’ 몸을 가졌으며, 그 때문에 정상성을 해체하고 사회 규범에 도전하는 사람(queer)과 같다고 말한다. ‘장애인’들은 ‘정상’적인 ‘사랑과 성’의 범주에 들지 않기에, 오히려 ‘장애’와 ‘사랑과 성’이 무엇인지 묻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을 낯선 이가 아닌 이상한 이로 만난다면, 이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장애인의 사랑과 성’을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워크샵의 주제는 ‘장애인의 사랑과 성’인데, 『어쩌면 이상한 몸』은 훨씬 포괄적이고 다양한 장애여성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제가 발제를 하면서 순서를 약간 바꿔서 배치해보았어요. 마지막에 장애여성의 몸-성-사랑과 관련된 두 분의 상황과 태도를 비교해 보았답니다.

 

   배복주님은 소아마비를 앓고 경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몸이 평가받는 것에 대한 긴장감과 자신의 성 역할에 대한 좌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장애남성들은 능력을 갖출 경우 비장애 여성과 연애·결혼을 어렵지 않게 했지만, 자신은 그러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반면 뇌변병장애인이자 중증장애인인 레드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고 만족스럽게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말이죠. 또 장애는 실제로 누군가를 만나고 섹스를 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말합니다.

 

   두 사람은 어찌 이리 다를까요? 게다가 주연님은 매력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장애의 정도가 약한 배복주님이 더 유리한 조건에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여주셨어요. 함께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보았는데요. 아무래도 환경 차이가 컸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배복주님은 대학교까지 진학을 하셨고 실제로 엘리트 장애남성이 많이 있는 환경에 계셨던 것 같았어요. 반면 레드님은 장애인 작업장을 먼저 거치셨고, 또 조금 더 젊으셔서 pc통신 시절부터 인터넷에서 사람을 만나오셨으며 장애활동 네트워크 안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 것 같다는 점을 짚어보았어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에는 멤버들이 미리 작성한 워크시트에 적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다들 워크시트를 열심히 채워주셔서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혼자 보기 아까워 몇 구절을 공유해봅니다.

 

- 박소연: 이 책을 읽으며 "'낯선 장애'를 가진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장애로 경험하는 일상'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의 문장에 당연하다는듯 밑줄 귿고 포스트잇 붙이고 있을 때, 나는 각자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매우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그걸 매우매우 궁금하는 특징을 가지는 사람인가..!?하고 생각하였다.

 

- 김수현: '발달장애인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마을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들이 지금 행복한지, 어떤 욕망을 갖고 살아가는지, 이곳을 중심으로 한 삶에서 무엇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또 제가 그것을 듣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러 질문이 떠올랐지만 이 질문이 지금 제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추만복: 나는 이런 글을 읽는 것이 좋다. 타자의 삶에서 어떤 문제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그것과 싸우고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장애남성인 내가 어떻게 해야 영감 포르노를 보거나 단순한 지식을 쌓는 것과 다르게 이런 이야기들과 맞닿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워크시트는 매번 달라지는 5개의 질문으로 구성됩니다. 이번 회차에서 반드시 답변을 채워야하는 질문은 두 가지였어요.

 

- 이 책에 나오는 문장 중 하나를 꼽고, 그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해 보아요!
-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 당사자, 사회에 들었던 질문이 있었나요?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 천유상님과 최주연님이 같은 문장을 꼽고 같은 질문을 해주셨답니다.

- 천유상: 활동보조 서비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이야기에서 아무리 완벽한 사회적 지원이나 보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완벽한 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 최주연: "비장애사회와 장애 사회가 같은 꿈을 꾸나? 어떤 세상을 꿈꾸지? 행복하고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이라는 게 뭘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도 이어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정말 평등해질 수 있을까?

 

  비장애인과 정말로 평등해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어요. 두 분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니 워크시트 답변의 구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주연님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목표가 같을 수 있는지 물으셨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되기 위한 기술을 만들기보다, 장애를 가지고도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을 해주셨어요. 유상님은 제도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물으셨답니다. 어느정도까지해야 완전한 평등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해주셨어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듣더니 만복님은 평등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평등은 기술이나 제도를 통해 똑같이 되는 게 아니라 다름을 꺼내볼 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그래서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라고 말이에요. 또 수현님은 완전한 평등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나눠주시기도 했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다 옮겨적지 못해서 아쉽네요. 첫 회차를 마치고 보니 다들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서 이 주제를 풍부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도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의 내용이 그랬던 터라, 이번엔 장애인이 받는 사회적인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조금씩 더 장애 당사자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그로부터 장애인이나 사회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질문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워크샵이 끝나고 저에게 도착한 후기 문자를 덧붙입니다.

 

- 추만복: 저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을 가져볼 수 있어서 좋았고, 혼자 고민할 때보다 다른 분들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되는 것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줌으로 하다 보니 뭔가 주제에서 벗어난 가벼운 질문들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쉽기도 합니다. 다 같이 둘러앉아서 얼굴 보면서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윤수민: 책을 읽고 오는 준비가 되지 않아서 대화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없었지만, 가만히 듣는 시간들속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어요! 물론 앞으로는 저도 함께 그 대화들을 하고싶지만요..! 모든 말들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나 주연님의 “뇌병변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며 섹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오늘 첫시간이었지만, 이 분들과의 대화 속은 안전한 공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는 제 정체성, 지향하는 것들을 일단 숨기고 ‘보통’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신기하게도 오늘, 이 만남은 제 스스로를 덜 검열하며 생각하고 또 그 생각들을 꺼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가 정말 기대가 됩니다!

 

- 천유상: 세미나를 통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면서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예: 배복주님과 레드님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영감 포르노 등)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모호했던 문제 의식(예: 장애인의 정형화에 대한 문제, 평등에 대한 문제)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 관련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이야기가 편견에 갖혀 있는 이야기는 아닐지, 혹은 차별적인 발언은 아닐지 조심스러운 부분 또한 있었습니다.

 

- 김수현: 지금 제 삶과 맞닿은 주제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하고 여럿이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마음이 배불러졌어요. 이런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정말 오랜만인데, 재미있었어요!

 

 

 

 

댓글 3
  • 2021-08-15 20:52

    호호. 재밌었겠네요. 마지막 회차에 함께하고싶어요!

  • 2021-08-17 09:58

    주연님 후기입니다

    역시 혼자 읽는 것보단 여럿이 읽는 것이 재밌네요! 모임 이끔이의 좋은 정리가 담긴 발제도 너무 좋았습니다 🙂

     

  • 2021-08-18 19:33

    박소연님 후기입니다.

    "모임 당일에 와이파이도 갑자기 끊기고 가족들도 간만에 집에 와서 정신이 없었습니다ㅎㅎ(헤롱) 음소거끄기 어려운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워크시트를 통해 제 생각을 한 차례 정리한 후에 이야기 장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넘 좋았습니다. 이후에도 더 많은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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