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가을학기 6회차 후기 : "아 왜 자꾸 귀엽게 써지는 거야~ㅠㅠ"

동은
2020-12-26 00:28
281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疑必思問 忿必思難

의심나는 것은 반드시 물으려 하고

화가 날 때에는 반드시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라.

見得思義 是曰九思

얻을 것을 보면 의롭고자 한, 이를 구사라고 한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남은 ‘구사’를 읽었습니다.

‘의심이 들 때’, ‘화가 날 때’, ‘이득을 보았을 때’

가끔씩 저는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면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나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인간이라면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배운 문장 중에서 저는 “화가 날 때에는 반드시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라.”라는 문장이 눈길을 끕니다.

우리가 화가 날 땐 보통 앞뒤를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감정에 사로잡혀서 처지를 살피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때문에 화를 내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어려운 일을 만드는 셈일 것입니다.

 

 

오늘도 그동안 배워 온 문장들을 다시 복습하고 외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친구들은 한 글자만 알려줘도 나머지 일곱 글자들이 주르륵 따라나올 정도로 입에 익는 문장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다만 그 문장이 어떤 한자인지 매치를 시키지 못할 뿐이죠.ㅋㅋㅋㅋ

하지만 자주 마주친 글자들은 결국 기억해낸답니다. 

 

고은 선생님의 시간에는 주로 한자 문장의 구조를 알고, 내가 내는 소리를 주변 친구들과 어우러지게 하는 낭송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의 소리를 파악하는 일도, 입모양을 보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자주 한문을 복습하고 되뇌어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문의 구조를 더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된듯 합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고은 선생님의 이런저런 고민이 느껴집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오늘 배울 한자는 바로 글자 자字입니다.

지난 시간에 아이가 태어나면 이마에 영혼이 깃들어 있고 조상의 신령이 아이를 보살핀다는 의미의 표식을 새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뒤엔 바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야 하죠.

옛날 사람들은 조상들이 모여 있는 종묘에 가서 이름을 짓는 의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여기서 宀은 종묘를, 子는 아이를 의미합니다.

 

어쩌다 이름을 짓는 행위가 글자를 나타나게 된 걸까요? 사람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은 어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요한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이름은 언제 가장 중요할까요? 제 생각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 생겼을 때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대화를 하곤 하죠. “어제 내가 게임에서~” “어제 내가 어떤 가수 무대를 봤는데~” “어제 그 드라마 봤어?” 옛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산 너머로 지는 노을이 너무너무 멋있었다. 어젯밤 천둥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잤다, 어제 길을 가다가 내 앞에 토끼가 휙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각각의 이름들이 필요합니다. '붉은 빛깔이 하늘에 파도처럼 깔렸다.' '귀가 길고 네발 달린 털동물'이라는 설명은 '노을', '토끼'라는 말로 단번에 이해됩니다.

 

어쩌면 이름은 주문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이름이 있으면 내가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머릿속에 펼쳐지니 말입니다. 말을 전할때는 '이름'이 필요하고 이 이름을 남겨놓기 위해서는 바로 '문자'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름과 문자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겁니다. 때문에 글자 자字는 이름짓기에서 글자를 의미하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조금 어려운 설명이었는데, 친구들의 이름을 예시로 드니 금방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활동은 자기 이름한자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름을 써보기 전에 그동안 배웠던 한자들(大, 小, 强, 弱, 文, 字)을 신문지에 연습해보았습니다. 아직 붓펜 쓰는 일이 어색해서 그런지 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보입니다. 모처럼 붓펜을 들고 멋있게 글씨를 쓰고 싶었던 친구는 정말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 옆에서 점을 찍거나 선을 긋는 시범을 보여주며 절도있게 써보라고 했더니 얼마 안가 “아이참, 절도있게 쓰고 싶은데 왜 자꾸 글씨가 귀엽게 써지는 거지?!”하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웃어서 들고있던 펜을 떨어트릴 뻔 했네요 ㅋㅋㅋ 아무래도 다음에는 한자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선생님부터 글씨를 잘 써야 할텐데...)

 

 

 

이렇게 여섯 번의 한문이 예술 가을학기가 끝났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이 참여해준 친구들과 무탈히 수업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얼른 상황이 더 좋아져서 더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댓글 4
  • 2020-12-26 08:47

    와..
    수업이 진짜 이렇게 재밌는걸까요? 아니면 동은의 후기가 점점 재밌어지는걸까요?
    정말, 재밌어보입니다.
    그리고 고은, 동은, 은자매 훌륭하십니다.

    덕분에 아침에 매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jpg

  • 2020-12-26 22:35

    오늘은 글자 자 자의 유래를 알게 되었네요. 생각보다 한자 이름을 잘 써 와서 놀랐는데 몇 번 따로 연습한 뒤 썼다고 하더라구요.

    제 아들이 수업을 얼마만큼 소화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은 처음이니 올 출석에 의미를 두렵니다.

    그동안 후기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ㅎ

    항상 정성스런 후기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020-12-27 16:53

    무식한 어미는 구사가 뭔지 몰랐으나
    아이의 입을 통해 구사를 알았습니다.
    선생님들의 설명과는 조금 많이 차이가 있었으나..... 여튼
    후기에서 다시금 구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시국에 아이들과 함께 한 두 은쌤 감사합니다~~

  • 2020-12-29 19:28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는거 힘든데도 가겠다고 ... 또 수업 언제 시작하냐고 묻네요 ^^ 비결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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