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한 페미니즘> 2회차 후기 (1)

초빈
2020-07-30 00:17
50

  오늘은 세미나에서 다같이 <99% 페미니즘 선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무려 세미나의 타이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미묘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책이 딱히 이상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읽으면서 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갔는데 나는 왜 불편함을 느꼈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하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굉장히 단호한 어조로 선언을 합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파산한다... 젠더 억압은 자본주의로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는 맹세코 그 전부와 맞선다... 등등 저는 이런 한치의 의심도 없어보이는 이 단호함에서 의문과 약간의 반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고은쌤이 이에 대해 발제문에서 배경설명을 해주셨는데, <99% 페미니즘 선언>은 하나의 '메니페스토'라고 합니다. 메니페스토란 '특정한 한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에 관한 선언', 좀 더 풀어 말하자면 '과거의 한 시대가 붕괴했음에 대한 선언이자,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곧 도래하게 될 어떤 시기에 대한 선언'이라고 합니다. 제가 상상해본 이 시기는 굉장히 혼란스럽고 격정적인 시기일 것 같았어요. 삶의 근간이 되는 기준들이 전부 뒤흔들리고 불안정했을 거예요. 그렇기에 보다 더 단호한 어조로, 이런 혼란스러움을 바로 잡고자 했던 것,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저도 이 텍스트의 특성을 감안하고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텍스트의 내용들이 정말로 당장 실현 가능한지 잘 모르겠고, 저자가 말하는 반자본주의의 세상을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 글은 어떤 방향성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줍니다. 그것만 가져가도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반자본주의의 모습에 대해 다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상상해봤는데... 그 중 제경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제경씨는 서울로 다니는 문탁과 비슷한(비슷한가요? 잘 모르겠네요..)공간에서 같이 캠프를 간 적이 있는데, 그 캠프는 자본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목적인 캠프였어요. 조금 막막하게 느껴질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어디선가 자꾸 물건을 가져온대요(!) 과일이 먹고 싶은 사람은 과일을 따다오고... 물고기가 먹고 싶은 사람은 물고기를 잡아오고.... 밥 짓고 싶은 사람은 밥짓고.... 설거지 하고 싶은 사람은 설거지 하고.... 늦잠자고 싶은 사람은 늦잠 자고.... 노래 부르고 싶은 사람은 노래 부르고.... 저는 이런 방식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동등한 양의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닌, 각자 할 수 있는만큼의 노동만을 하는 것. 그리고 나보다 덜 일하는 사람을 탓하지 않고, '아, 저 사람은 받아먹고 행복해하는 걸 제일 잘하는 사람일뿐이다. 저 사람은 어느 날은 행복해서 노래를 불러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어느날은 아무도 설거지를 안해서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였대요. 그래서 다같이 회의를 했는데, 제비뽑기로 당번을 정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우리의 상황을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겠냐, 이전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걸로 하자는 결론으로 마무리됐고, 그리고 다음날 설거지거리가 많이 줄어있었다고 해요. 제경씨가 경험했던 이런 짧은 캠프 시간이, 반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저는 반자본주의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공통감각을 대체하기 위한 다른 공통감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통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이 말하는 것,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지... 등등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아래 문장들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반민주적인 걸 말한다면, 반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걸 부활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구조의 힘으로 우리에게서 정확히 무엇을 얼마나 많이 생산할 것인가, 어떤 에너지를 기반에서 어떤 사회적 관계들을 통해 그렇게 할 것인가를 집단적으로 결정할 능력을 빼앗는다. 또한 우리가 전체로서 생산한 사회적 잉여를 어떻게 사용할 지 자연 및 미래 세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사회적 재생산 노동과 생산의 관계를 어떻게 조직화 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한을 우리로부터 강탈한다. 자본주의는 한 마디로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이다."(147p)

 

 반자본주의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해서 그렇지 잘 찾아보면 이러한 시도들이 어딘가에선 이루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문탁도 그런 시도 중 하나가 아닐까요? 문탁은 금전과 노동의 정확한 분배보다는... 그 사람의 필요와 능력을 살피고, 그에 알맞는 노동과 금전을 주려고 노력하는 듯 해요. 아직은 사회적으로 봤을 때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시도의 공간들에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분명 공간마다 조금씩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테고, 그걸 본다면 자본주의 의외의 더 다양한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을 거 같아서요..ㅎㅎ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댓글 1
  • 2020-07-30 13:16

    대부분의 친구들이 책을 불편하게 느꼈고, 소수의 친구가 "바로 이거다!"고 느꼈다는 게 재밌었어요.
    2~3년 전에 벌어진 전세계적인 여성총파업의 물결 속에 쓰인 책이라 그런지
    확실히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더라구요.

    책이 강렬했던 게 어쩌면 저희 세미나에서는 독이 아니라 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 읽을 땐 불편함에서 끝났지만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땐 자기 삶에서 그 내용들을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역시 책을 읽고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건 좋구나,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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