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선> 시즌 3 에세이데이 후기

미르
2022-01-01 14:25
348
- 오도송의 향연 - 
 
후기 안쓰고 버티려고 했는데 쓰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어찌막을수 있으랴.
 
이번 에세이데이에 나만 오도송을 쓴줄 알았는데 모두 오도송이었다.
한분 한분이 에세이를 읽을때마다 감동적인 뮤지컬을 보는것처럼 계속해서 몸에 감동의 전율이 흘러서 몸이 지릿지릿했다.
 
오이도님은 지금은 건축 일을 하기 때문에 안좋은 것이라는 상이 생겨 괴로운 '비'가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에는 빗소리와 흙냄새가 좋았던 즐거움의 대상이었음을 알게되고,
마음이 비에 대해 좋은것, 싫은것이라는 상을 지었을뿐 '비' 자체는 좋을것도 싫을것도 없는 것임을 깨달은 원효급의 오도송이 나왔다.
 
라라님은 자동적 습성으로 반응하는 덩어리를 '나' 라고 부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실제 현실에서 생활 할때 '나'를 딱히 '나'라고 인식한다기 보다는 그냥 그 습성의 덩어리가 온갖 경계에 자동 반응할 뿐이라고 하여 구경의 경지를 드러내었으며,
 
도라지님은 40년간 털복숭아였음을 확신했던 마음이 깨져 균열이 생겼고
이제는 확실한 실체라는 것이 없음을 알아 연기와 공성을 이해하였으니 더 이상 배울것이 없음을 천명하였다.
 
윤슬님은 산에서 큰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말소리로 싫어했던 분들이, 두려움이 닥쳤을때 나에게 필요한 고마운 분들이 되어
내가 싫다, 좋다 마음지었을뿐 그들은 좋은분도 아니고 싫은 분도 아닌 공한 것임을 체험하여
세상 모든것들도 마찬가지로 좋을것도 싫을것도 아님을 알아,
산에서 싫다고 생각한 오르막길도 외면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불법의 핵심인'알아차림과 받아드림' 을 깨달았다는 오도송을 하셨으며,
 
단지님은 소(마음)나 내가 있기는 하지만 고정되어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므로
세상에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고 단 한순간이라도 지속되는것이 없음을 알아,
'그것이 아니면 안되는 것은 없다' 라는 불법의 핵심 '수', 즉 받아들임의 이치를 깨달으셨다.
 
자작나무님은 머리에서 마음까지 내려가지는 못했음을 말하시면서,
역설적으로 이미 잘 이해하여 깨달은지는 오래됬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데자와님은 지금까지 세미나내내 많이 괴로웠는데 그 괴로움 덕분에 번뇌즉보리가 되어
클리나멘의 시작, 즉 보리가 시작되었음을  이야기 하셨고,
 
메리포핀스님은 자기가 알던 사랑이라는 것이 깨지면서, 기존의 모든 가치관이 무너지는 제대로 된 깨달음의 경험을 하셨는데
아직 알에서 막 깨어난 병아리 상태라 발가벗겨지고 연약한 느낌이라고 구경의 지혜를 드러내셨다.
 
모두 깨달아 오도송의 향연을 하며 놀고 있으니 요요쌤은 우리에게 '오도송'이라는 밈이 생겼다고 하고,
라라님은 '내 오도송 어디있어?' 라고 유머로 쏟아내시면서 더욱더 에세이데이는 즐거웠다.
 
경에 보면 부처가 깨닫고 난뒤에 자기를 따르던 다섯 비구에게 처음 법을 말해준다.
그 뒤에 꼰단냐가 깨닫자 '꼰단냐가 깨달았다. 꼰단냐가 깨달았다' 외치며 자기가 깨달았을때 보다 더 기뻐했다는 말이 있다.
 
왜 그렇게 기뻐했을까?
 
자신의 깨달음이 나만 특별하게 체험할 수 있는,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모두에게 쉽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기쁨이기도 하고,
이제부터 자기 수준과 동등한 자기를 이해하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기쁨이기도 하다.
내가 체험한 것을 이해하는 친구가 생겼다는,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 감동.
이것은 느껴본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다.
2500년의 시공간을 넘어서 그 감동이 지금 다시 나에게 온몸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깨달은 친구가 생겼을 때의 또 다른 기쁨이자 장점은 만나서 놀기만 하면 오욕락이 저절로 끊어진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와 금이 있을 때 바보가 아니라면 다이아몬드를 두고 금을 선택하는 일은 없다.
깨달은 친구와 놀면서 느끼는 법의 기쁨은 세상의 친구와 놀면서 느끼는 오욕락의 즐거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더 큰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치이고,
오욕락보다 더 큰 즐거움인 법의 즐거움을 즐기다 보면 오욕락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때문에 오욕락이 저절로 끊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욕락을 끊어보겠다고 억지로 노력하거나 수행할 필요가 없다.
 
재밌는 반전은 모두가 오도송을 했지만 모두 자기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는 것이다.
 
법화경의 거지 아들에 대한 비유가 생각난다.
 
어느 마을에 엄청난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렸을때 아들을 잃어버렸다.
백방으로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몇십 년이 지난 후 길에서 어떤 거지를 보게 되었는데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자기 아들임을 보고 거지에게 자기 아들임을 말하지만,
어렸을때의 기억이 없고 거지로 수십년을 힘들게 살아왔기에, 갑자기 부자가 자기 아들이라고 하는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 부자가 자기를 해코지 하려거나 어떻게 이용해 먹으려 하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어 도망간다.
 
그래서 부자는 몇십년을 다른 생각과 가치관으로 살아 갑작스러운 일이니 그럴수 있다 생각하여
방편으로 거지에게 편하게 먹여주고 재워줄테니 똥꾼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한다.
거지 입장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었지만 거리에서 고생하며 힘들게 사는것 보다는 좋을것 같아 허락하고 부자의 집에서 살게된다.
세월이 조금씩 흘러 부자는 거지 아들을 조금씩 더 좋은 자리로 이동 시켜주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집사로 둔다.
그리고 자기가 임종 하는 날에 유언으로 모든 사람에게 거지가 나의 아들이었음을 밝히고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죽는다.
거지 아들도 다시 오랜 세월을 통해 이제는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고 받아들일만 했기에 부자의 아들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괴로운 세상사를 겪어온 거지 아들이다.
이제 모두 오도송으로 부자의 아들임을 들었지만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생긴(염법훈습) 두려움으로 인해 선뜻 아들임을 확신하지 못한다.
똥군으로 10년을 보낼지 20년을 보낼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다시 수십년을 보내고(정법훈습) 집사가 된 후 아들이 되어도 상관없지만,
아들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어서 내가 지금 게으르거나 자비롭지 못하거나 화를 잘내거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당장 이 순간이라도, 언제라도 부자의 아들임을 확신하면
다시 오랜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괴로움 없는 자유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
댓글 4
  • 2022-01-01 17:28

    후기를 읽으며 지릿지릿 ~~ 전율이 도네요.

    뭔 일이래요..

    에세이 발표 시간에 있었으면 감전사 했겠어요.

    오도송 쓰신 부처들 축하드려요.

    인식의 전환으로 당당하게 부자 아들로 삶을 즐기시길~~ 다시 또 샘날라 하네요 ㅎ

    • 2022-01-01 19:20

      이렇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가 있으니 어찌 재미나지 않을수가 ㅎㅎ

      • 2022-01-02 18:34

        😊😄

  • 2022-01-02 23:31

    에세이데이는 늘 감동입니다.

    다시한번 정리를 해주시니 그 때의 감동이 다시 느껴집니다.

    한시즌동안 품었던 의문과 고민들의 답을 각자의 색낄로 멋지게 잘 찾으셨어요.

    함께 공부한 분들의 이야기는 늘 제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됩니다~

     

    한발짝 물러서서 부자 아들의 이야기를 보니, 아들 인정하는게 뭐 그리 어려울까 생각되네요.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지금 여기에서 바로 인정만 하면 된다는데 전 자꾸 돌고 돌아 가려하네요.

    돌고 돌지않고 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는 걸 늘 기억해야겠어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61
최종에세이는 여기에 올려주셔요^^ (13)
요요 | 2024.04.22 | 조회 145
요요 2024.04.22 145
360
불교학교시즌1 에세이데이에 초대합니다 (3)
요요 | 2024.04.16 | 조회 130
요요 2024.04.16 130
359
불교학교 에세이 1차 초고 여기에 올려주세요 (10)
요요 | 2024.04.15 | 조회 123
요요 2024.04.15 123
358
[2024불교학교] 시즌2 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 (6)
요요 | 2024.04.10 | 조회 196
요요 2024.04.10 196
357
불교학교7회차 후기입니다 (3)
미리내 | 2024.04.09 | 조회 81
미리내 2024.04.09 81
356
불교학교 7주차 발제문과 질문 올려주세요 (14)
요요 | 2024.04.07 | 조회 128
요요 2024.04.07 128
355
불교학교 6주차 후기 (5)
인디언 | 2024.04.04 | 조회 126
인디언 2024.04.04 126
354
불교학교 6주차 발제와 질문 올려주셔요~ (13)
요요 | 2024.03.31 | 조회 145
요요 2024.03.31 145
353
불교학교 5주차 후기 (5)
효주 | 2024.03.31 | 조회 137
효주 2024.03.31 137
352
불교학교5주차 발제와 질문 올려주세요 (10)
요요 | 2024.03.24 | 조회 158
요요 2024.03.24 158
351
[불교학교 1] 4주차 후기 (7)
포도나무 | 2024.03.19 | 조회 170
포도나무 2024.03.19 170
350
불교학교4주차 발제문과 질문 여기에 올려주세요 (13)
요요 | 2024.03.17 | 조회 164
요요 2024.03.17 16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