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1] 2주차 후기

오영
2024-03-06 12:08
167

지난 시간에 이어 <마음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3~5장까지 공부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네요. 나름 애쓰고는 있는데 자신에게 익숙한 틀로 낯선 개념들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여 세미나 초반에는 유식학이 등장한 배경과 당대의 문제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유식학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초기 불교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초기 불교로 불교에 입문한 입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유식학을 포함한 대승불교가 이른바 소승불교라고 칭하는 아바달마불교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것이니 그런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우리 공부의 목적이 초기불교가 더 붓다의 가르침에 가까운가, 대승불교가 더 우월한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니 각각의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숙고해볼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 아직 유식학과 낯가림 중인지라 이번 시간에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려니 다시 막막해지네요. 뭘 쓴 것인지 노트를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ㅠ..) 그래도 기억나는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대승불교가 생길 무렵 인도 사상사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퉁 쳐서 말하자면 지배계급이나 지식인의 전유물이었던 종교나 사상이 대중화되면서 사상적 논쟁과 대중적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런 변화가 불교나 힌두교에도, 그리고 서로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파불교가 확장되었고 그에 대한 비판으로 대승불교라고 불리게 되는 중관학파, 유식학파, 여래장 사상들도 등장합니다. 대중화를 통해 많은 수행자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논쟁들이 이어지면서 각기 논리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상이 자리 잡게 됩니다. 시대와 사회가 달라지면서 달라진 문제의식이 대승불교와 초기불교 사이에 차이를 만든 것입니다.

초기 불교에 비해 지나치다 싶게 어렵고 복잡한 개념들이 등장하게 된 맥락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비교적 소박하고 단순 명쾌한 초기불교를 공부하면서도 무상, 고, 무아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겐 완전 낯선 사고체계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좌표를 그려야 할지 꽤나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것이 매력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유식학은 그 경계를 더욱 넓고 깊게 파고 들어 가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이번 시간에 제 7식과 제 8식의 등장 이유를 좀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마음을 총 6식으로 설명하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았는데 유식학에서는 두 개의 식을 더해 설명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거든요.

 

요요샘의 설명에 따르면 제 7식과 제 8식은 수많은 수행자들의 오랜 공통된 경험과 사변의 결과입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경험 가능한^^) 6식과 달리 제 7식과 제 8식은 순전히 사변적인 도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 사라졌습니다. 요가행파라는 수행자들은 멸진정이라고 하는 명상의 깊은 단계에까지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멸진정은 분별하는 사고 작용이 멈추는 단계라고 합니다.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죠. 마치 혼수상태나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진 것처럼요. 그런데 다시 깨어나도 이전의 자신이 누군인지를 기억합니다. 초기불교의 설명처럼 6식이 전부라면 멸진정이나 혼수상태에서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으니 그럴 수가 없을 텐데 뭔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경험과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제 7식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제 8식은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는데요.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유식학에서 총 8식으로 설명하는 마음이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유식학의 개념들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실체가 있다는 것처럼 여겨져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앞으로 우리는 계속 제 8식 아뢰야식과 씨름하게 될 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흐름, 과정으로서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말입니다. 유식학이 오늘 우리에게 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각자의 질문거리가 되겠지요.

 

어려운 개념들과 친해지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허둥지둥 헤매다가 어느 순간, 아, 알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언젠가) 오겠지요. 그것이 지금은 인식이 아니라 상상에 가까울지라도...

다음 시간에는 <마음의 비밀> 한 권을 다 읽고 옵니다. 마음의 비밀이라니, 이번엔 그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를 기대해봅니다.

댓글 8
  • 2024-03-06 12:53

    와~이렇게 꼼꼼하고 세세하게 후기를 남겨주시다니 넘 멋지십니다.어제 수업을 복습하는 느낌입니다.
    저도 불교용어가 외계어처럼 낯설어 이해가 많이 어렵습디다.
    일단 용어와 친해져야 개념이 가깝게 다가올거같은데 아직은 어색한 친구사이같습니다.저만의 불교용어사전을 만들까 합니다.
    다만 제가 낯설고 어색한 사이를 아주 싫어하지 않아 조금 즐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제 요요님의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관한 역사적 배경설명은 불교라면 싯다르타정도만 알고 있는 일자무식인 저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세미나시간이 저로선 더 뒤죽박죽 혼란스러웠기도 해서 후반부엔 멍해져서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헷갈렸습니다.
    그중 어제 기억에 남는 건 요요님이 불교도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이 다르지만 우리가 불교를 공부하는 이유는 부처의 말씀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화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2024-03-06 20:20

      나만의 불교용어사전, 너무 좋은 생각이세요!!^^

  • 2024-03-06 15:56

    질문을 다 해소하기엔 세미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쩌면 1년 내내 붙들고 가야 하는 질문들을 초반에 거의 쏟아낸 것이 아닌가 싶어요ㅎㅎ
    너와 나의 분별 없는 심층 아뢰야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면
    깨달음의 과정은 언제나 공동의 수행이겠구나 싶었습니다^^

    • 2024-03-11 14:48

      "깨달음의 과정은 언제나 공동의 수행!"
      캬~ 멋진 말입니다.^^

  • 2024-03-07 08:12

    봉준호감독 별명이 디테일봉 이라지요
    오영샘 역시 디테일 오영샘이어요^^
    다시 한번 읽으니 확실한 복습이 되네요~
    머리가 띵하게 낯선 개념들로 정신없었지만 사이사이 비춰지는 샘물같은 깨달음(?) 한모금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 2024-03-08 08:54

    뭐가 뭔지 몰라도, 순간순간 즐거움이 느껴지는 세미나 시간이었습니다.
    자세한 후기 덕분에 놓치고 지나간 이야기들도 다시 듣게 되니 좋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 2024-03-11 11:25

    한 권의 책이 훅 지나갔는데요, 제 머릿속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요가행파가 멸진정 수행의 경험으로 제 7, 8식을 얻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더라구요.
    또한 현장스님의 사막횡단 여행은 들어도 들어도 감동 스토리입니다.
    불교공부를 하면 제가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저의 이면을 볼 때가 있는데 느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ㅎㅎ

  • 2024-03-11 14:47

    저도 공부 낯가림 심한편이란 걸 이번 기회에 재확인! ㅋ
    심층식이 계속 이해가 된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습니다. 비유비무!ㅎㅎ
    차차 공부하면서 이해를 깊게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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