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순수이성비판 1회 강좌 후기>

당근
2020-07-06 21:33
544

칸트 강좌를 통해 이수영쌤을 참 오랜만에 보았다. 달라진 모습만큼이나 생각도 많이 달라졌나보다. 니체, 스피노자에서 칸트로. 언제나 언급되어지지만 한 번도 그 내용을 궁금해 하지 않았던 칸트. 그저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의 저자라고만 알았을 뿐이다. 아니다. 니체가 칸트를 비판해서, 궁금해서 찾아봤을 때, ‘물자체’라는 개념도 하나 더 습득했다. 그리고 그때 그렇게 이해했던 것 같다. ‘물자체’ 뭐 플라톤의 ‘이데아’같은 건가? 이수영쌤이 열어준 칸트의 세계가 궁금하다. 아직 뛰어들 정도는 아니고, 반감도 조금 있지만, 호기심은 생긴다. 왜 칸트로 귀의했나?

 

칸트는 라이프니치와 같은 편(아마도?)인 철학자였다. 그 시기 철학의 주요 논점은 객관적 인식을 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그런데 흄은 ‘모든 변화는 그 원인을 가져야 한다’는 선험적 종합명제에 대해, 모든 것은 그저 습관적 반복으로 나타난 주관적 경험에 불과함을 증명한다. 흄이 도달한 회의주의에 충격 받은 칸트는 과학이나 수학처럼 형이상학의 안정된 기반을 마련하리라 결심한다. 바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이전까지 인식은 대상에 준거한다고 여겨졌다. 이를테면 ‘사과’가 있어서 우리는 사과라는 것을 보게(인식)되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우리가 표상한 사과가 실제 그 사과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그러니 사실은 인식하기 때문에 사과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않으면 사과는 존재할 수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다. 우리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나? 감성과 오성(이성). 감성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오성이 자발적으로 비교 종합하여 그 ‘사과’가 되는 것이다. 우리에겐 우리 밖의 저 사물을 통과시켜 인식하는 형식들이 있다. a prioroi. 변기가 뒤샹의 ‘샘’이 되는 형식이 선험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개념 바깥에 있는 경험을 통해, 인식을 확장시키는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선험적 종합판단. 칸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넘어 또 한번의 변곡점을 갖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 오성의 형식에 포착되지 못한 그 무엇이 존재하는 듯하다. - ‘물 자체’. 우리의 인식에 의해 주도권을 빼앗긴 대상(사물)은 ‘물자체’로 되돌아온다. 우리의 눈으로 절대로 똑바로 볼 수 없는 ‘태양’이 물자체로 존재한다.

 

‘물자체’가 존재하는 건 아마도 인간의 ‘유한성’때문이리라. 그러면서 칸트는 밖의 사물을 통과시켜 인식하는 ‘유한한’ 인간 존재와 외부의 사물(당위)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 그 당위와 존재를 일치시킬 때, 역사상 엄청난 광신(스탈린, 히틀러)이 도래했다. 자유란 한치 앞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암흑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이다. 존재와 당위사이엔 천 길 낭떠러지가 존재할 뿐이니. 우리가 그 행위를 하는 동안, 우리는 그게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 행위를 할 때, 우리는 그 어떤 질료도 담아내지 못하니까. 그래서 우리 인식의 기원은 결코 경험에서 올 수 없다.

 

1회 강의를 나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한 과정입니다. 사실과 다를 수 있음. 주의 바람.

댓글 4
  • 2020-07-07 07:45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사실과 다를 수 있음. 주의 바람." 때문에 빵~ ㅋㅋ
    마치 영화리뷰들이 "스포 있음. 주의 바람" ..이렇게 시작하는 것처럼... 당근님은 다 쓰시고 마지막에 저런 주의사항을 쓰시다니...ㅋㅋ

    첫 강의 시작 전에 수영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근데 왜 칸트로 간거야? 들뢰즈땜시? 푸코땜시?"
    "아뇨. 스피노자땜시"
    "오잉?"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윤리학이 아니라 인식론이잖아요. 스피노자로 인간의 윤리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리얼리?"
    "블라블라..."
    "그렇구나, 블라블라...."

    그래서였는지 저는 첫날 강의에서 인간의 윤리적 행동(실천이성)은 인간의 인식으로부터 나오지 않고, 그 인식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 그 사변이성과 실천이성의 관계에 더 주목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문제를 생각해보기에는 넘어야 할 개념의 산이 너무 많더라구요. 철학사적 소양도 (특히 흄과 라이프니츠^^) 필수적이구요... 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

    근데 지난주 강의안도 어디에 쳐박아뒀는지 못 찾는 주제에....뭐, 전..큰 욕심 없어요..... 수요일 저녁 세 시간..... 클래식을 듣듯.... 혹은 거의 졸다시피하는 현대음악을 듣듯....그런 낯선 시간을 경험하고 그 시간만이라도 머리가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즐겨보려구요. 칸트야...뭐....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몰라도 어쩔 수 없구요. ㅎㅎㅎ

    • 2020-07-08 09:01

      스피노자에서 칸트로.
      아..그래서 이렇게 흥미로웠나봐요.
      스피노자를 공부하는 중이라서 그런지 칸트의 이야기들이 아주 구체적인 문제제기로 보이네요.
      "인식이 끝나는 곳에서 행위가 시작된다"는 칸트의 말도 흥미롭고, '존재와 당위'를 억지로 일치시키려고 할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도 인상적.
      인식과 행위를 분리하고 나서 물자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유한성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어떤 '윤리'가 표현될지 궁금해지네요.

  • 2020-07-07 08:36

    넘나 어려운 칸트.
    이런 내용이었구나 싶네요.
    막 열심히는 못해도 출석만큼은 성실하게 하는 편인데
    과연 완주할 수 있을지 ㅠㅠ

  • 2020-07-07 14:57

    이수영샘 강의도 반갑고 당근샘 후기도 반갑고 덕분에 칸트와도 가까워지길 종합판단해보겠습니다. 인식이 끝나는 곳에서 윤리가 시작된다는 단상을 붙잡고 6강 종주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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