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 코로나와 함께 화제가 된 게임 –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

송우현
2020-03-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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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코로나 사태가 만연하면서 8년 전에 출시한 게임이 다시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라는 1인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데요, 플레이어가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진화시키면서 전 인류를 감염 및 말살하는 게임입니다. 인류, 각 국가들은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심각도에 따라 국경을 폐쇄하거나 치료제 개발하는 등의 저지행동을 합니다. 거기에 맞서 바이러스의 전염성, 심각성, 치사율을 조절하여 전략을 세워야하는 게임입니다.

 설명만 들어서는 인류 말살을 위한 사이코 게임이 따로 없는데요, 실제 국가의 환경과 성향, 질병들의 대한 고증 등이 잘 살아있고, 위생과 보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준다는 점에서 ‘기능성 게임’으로도 분류되고 있습니다. 한국컨텐츠진흥원과 CDC(미국 질병 통제 예방센터)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난이도에 대한 설명부터 재밌습니다. ‘쉬움 – 아무도 손을 씻지 않습니다,’ ‘보통 – 67.3%의 사람들만 손을 씻습니다.’ ‘어려움 – 모든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손을 씻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앱스토어 1위를 달리는 등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게임의 마니아들은 코로나 사태와 게임의 진행양상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크게 경악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점이 흡사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중학생 때 잠깐 했던 게임을 오랜만에 켜봤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세계지도가 펼쳐지고 바이러스의 첫 감염자의 국적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나라로 할 것 같나요? 제가 중학생 때는 게임에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재밌어서 항상 한국을 스타팅으로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클리어를 목적으로 어느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좋냐고 묻는다면, 단연 꼽히는 나라는 ‘중국’이었습니다. 인구수와 밀도가 높고, 외부 교역도 활발하지만, 위생관념이 비교적 떨어지는 나라라는 점에서 중국의 국가 능력치는 매우 낮게 설정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멀티플레이에서 플레이어들의 90%가 선택한 스타팅 국가가 ‘중국’이라고 합니다.

 국가를 선택했다면 다음은 바이러스가 전염되면서 얻을 수 있는 ‘DNA포인트’로 질병을 업그레이드할 차례입니다. 중국같은 경우는 인구수가 많고 밀도가 높으니 ‘기침과 재채기’를 위주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효율이 좋습니다. 선박활동이 많은 국가에서는 ‘해양 전파력’을 업그레이드 해야겠지요. 선진국들은 위생관념이 높고 약이 많기 때문에 ‘의약품 저항성’이 필요합니다. 이밖에도 철새의 이동이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업그레이드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너무 전염성에만 집중하면 치사율이 나오지 않고, 치사율에 집중하면 퍼지기도 전에 숙주들이 사망해버립니다. 전 인류가 사망하더라도 생존자(비감염자)가 한명이라도 남아있으면 패배이기 때문에, 전염성을 위주로 업그레이드 하다가 인류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깨달으면 그때부터 치사율과 약 저항성을 높여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이 게임이 잘 만들었다고 느껴진 점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실시간으로 게임의 환경, 국가들의 대응이 달라지는데, 대표적으로 질병의 심각도가 높아지면 일부 국가들이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선포하고, 어떤 국가는 국경을 걸어 잠그며 외국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지금 코로나사태와 유사하게 말이죠. 제가 직접 플레이를 했을 때는 철새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조류감염력을 높였더니, 일부 국가에서 비둘기들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인용 게임인데도 마치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고 있는 듯한 매끄러운 대응들과 과장이 포함되어있지만 잘 갖춰진 현실고증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 내용들을 직접 보니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 섬뜩해 지는 건 아무리 게임의 과장된 내용이라고 해도, 지금 현실세계의 여러 혼란들을 생각해 보면 결코 과장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이지요. 며칠 전에 게임을 하고 있을 때는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혹은 강행했다가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도 있었는데, 다음날 실제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저는 비교적 코로나 사태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무관심한 편이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통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키운 질병에 대항하여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던 한 국가는 결국 국경을 걸어 잠그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인체실험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의 제작사는 마치 “너네 어차피 진짜 세상 멸망해가면 다 이럴 거 아니야?”라고 묻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지금 이 사태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던 건 이 게임의 제작사가 아닐까 합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와 관련된 국가의 행위들에 대해 윤리적, 정치적 문제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데, 머리 아프다며 피하지만 말고 생각을 더 해봐야겠네요. 고민거리가 더 늘어난 기분이었습니다.

 

▲어딘가 찝찝한 승리

 

 저는 게임을 무척 좋아하지만,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래도 정치나 사회적으로 관심은 없는데 게임을 좋아하시거나, 그런 자녀분들이 있으시다면, 이 게임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댓글 7
  • 2020-03-27 12:03

    으윽! 뭔가 소름돋네요.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게임이라니!!

  • 2020-03-27 12:10

    현실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여러 질문을 던지는 코로나정국이네요.
    게임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 2020-03-27 12:22

    이제 드뎌 문탁홈피에 '게임 비평'까지 올라오는군요.
    뭐랄까, 참으로 묘한 기분.

    어쨌든 소위 '조국사태' 때 지원이와 고은이, 명식이가 많은 이야기를 떠들어도 오불관언! 핸폰만 만지작 거리던 우현이가
    어떤 현실정치 이야기에도 별 관심이 없던 (사실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아는 게 없더라구요) 우현이가
    이런 이야기를 쓰다니... ㅋ

    코로나가 참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네요.

  • 2020-03-27 12:27

    인체실험부터 소름이 쫙 돋네요..
    인간이 코로나를 이용해 말살하다니
    갑자기 코로나가 불쌍해보이기도 하네요..

  • 2020-03-27 12:54

    선택을 빨리 해야하는 게임 상황과 지금 코로나 대유행 사항이 큰 차이는 없어 보이네요 ..

  • 2020-03-27 15:18

    오마나!!!
    게임에 무지한 나로서는 정말 깜놀이네요
    이런 세상이 있었군요

  • 2020-03-27 19:49

    대단하네요.
    이러고보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어떤 영화나 소설이 현실로 나타날지 두려운 생각이 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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